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헐리우드 영화속의 '슈퍼 히어로'는 누구인가?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좀 있으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을 맡은 [아이언맨]도 등장할 판이니, 선택의 폭은 갈수록 넓어져 가기만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을 가장 좋아한다. 영웅의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고뇌가 가장 잘 살아난 캐릭터이니 만큼 그 진지하고 어두움에 매력을 느끼는 것인가 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샘 레이미 감독이 보여준 '스파이더맨'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간간히 터지는 웃음과 유머가 특징이긴 하지만 '위대한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명제를 적절히 사용하여, 자신의 능력에 대한 딜레마로 고뇌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다. 아마도 [스파이더맨2]가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임에도 외면적 화려함에 치중하지 않고, 슈퍼 히어로도 보통의 인간처럼 고민을 가지고 산다는 동질감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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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스파이더맨 2]는 샘 레이미 감독의 취향을 재탕했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맨] 이전에 독특한 히어로의 모습을 연출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다크맨]이다. 마블과 DC코믹스의 캐릭터를 옮기기 바쁜 최근의 추세에 비교해 [다크맨]은 샘 레이미의 순수 창작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다크 히어로다.
주인공 페이튼(리암 니슨 분)은 원래 인공피부를 연구하던 과학자이지만, 악당의 손에 의해 심한 화상을 입고 전신의 신경을 끊는 수술을 받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괴력의 소유자로 변모한다.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지 못하는 그의 신체적 특성은 감정의 콘트롤을 어렵게 만든다는 부작용을 낳게 되고, 그 결과 무시무시한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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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다 만 자신의 인공피부 기술은 고작해야 99분동안 그의 썩어 버린 피부조직을 가려줄 뿐이며, 그 시간을 넘기면 그의 흉칙한 몰골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그의 비뚤어진 감정을 한층 더 파멸로 몰아넣어 결국 연인 줄리(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에 대한 일말의 감정마저도 포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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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성격을 띄면서도 괴력을 발휘하며, 끔찍한 몰골의 소유자 '다크맨'은 '스폰'이나 '퍼니셔'를 능가하는 다크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다분히 B급의 냄새가 풍기면서도 복수와 사랑 가운데서 갈등하는 다크맨의 캐릭터는 [스파이더맨 2]에서 샘 레이미 감독이 보여준 슈퍼 히어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보다 더 공감이 가도록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Darkman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Spider man 3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All Rights Reserved.
이같은 창조적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제작사는 이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아쉽게도 샘 레이미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은 속편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감독과 주요 배우가 교체된 상황에서 졸작에 가까운 속편들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TV 시리즈로 제작된 [다크맨]에선 크리스토퍼 보웬이 다크맨 역을, 레리 드레이크가 계속해서 듀란트를 맡았고 뒤어어 만든 비디오 영화판 [다크맨2,3]에서는 [미이라]에서 이모텝으로 등장했던 아놀드 보슬루가 다크맨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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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맨]에는 뛰어난 미장센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페이튼의 실험실에서 인형에 의해 발화가 일어나 그것을 지켜보는 페이튼의 동공이 확대되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금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에 비한다면 다소 소박하긴 해도, 후반부 옥상에서의 추격씬과 같은 일련의 액션 씨퀀스도 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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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리암 니슨은 이때까지만 해도 일류 배우는 아니었으나, 오히려 미남자가 아닌 그의 외모가 다크맨의 캐릭터에 더욱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파고]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등장도 눈여겨 보시길. 또한 악당 듀랜트로 등장한 레리 드레이크의 괴이한 인상도 극중의 역할과 매우 어울리는 호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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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본을 투자하고도,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블록버스터급 히어로물이 판을 치는 이때에 [다크맨]은 상대적으로 저렴한(라기 보다 당시로선 유니버셜의 중형급 프로젝트였다) 제작비와 스타급 배우가 없이, 노련한 연출과 아이디어만으로도 훌륭한 히어로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지 카메라 한 대만으로도 [이블데드]라는 명작을 탄생시킨 샘 레이미의 천재적 연출력을 다시한번 확신시켜주는 영화.
* [다크맨]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관련 스틸: 스파이더맨(©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MARVEL, and all Marvel characters including the Spider-Man, Sandman and Venom characters™ & © Marvel Characters, Inc.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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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데드 시리즈와 다크맨 등 샘 레이미의 마이너 시절(?) 영화들을 본 후 스파이더맨2를 보면 닥터옥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씬에서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거에요.^^ 아마 소시적 감수성을 어마어마한 크기의 메이저 영화에서도 풀어넣(을 수 있)는 감독은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들 간섭과 눈치보기 바쁠 텐데 말이죠.
2007.10.10 23:42수퍼영웅영화를 좋아하지만 다크맨은 꽤 기괴한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리암 니슨보다도 래리 드레이크의 얼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다크맨이라는 특이한 영웅상에 걸맞는 그로테스크한 악당의 얼굴처럼 느껴졌거든요. 그것도 분장 없이 그랬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죠. 실제로 영화를 본 후 다크맨 보다도 래리 드레이크의 모습이 꽤 오래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극중에서 다크맨이 듀런트로 변장했다가 조금씩 문제가 생기는 장면(아마도 덮어쓴 피부가 조금씩 허물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
당시로선 꽤나 창의적인 시퀀스도 많이 사용되었던 영화였죠. 국내에선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만 아는 형이 숨겨진 수작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길래 보게되었습니다^^
2007.10.11 08:10 신고샘 레이미가 다시 리메이크하면 어떨까요? ^^;;
제가 좋아하는 다크맨 리뷰를 올려 주셨군요 ^^
2007.10.14 11:14다크맨 1편이 워낙 패로디로 가득 찬 작품이라 그것만 봐도 재미가 최고입니다.
미국에서는 1-3편을 묶어서 디비디가 출시되었답니다.
헉, 그렇군요. 다크맨 트릴로지 박스셋 ㅜㅜ 뭐 2,3편은 그닥 땡기지는 않지만 콜랙션하기엔 북미쪽이 최고라는...
2007.10.14 13:13 신고다크맨은 애초에 캐릭터의 설정(화상으로 망가진 얼굴을 인공피부로 위장)이 같은 배우가 연기할 필요 없게 되어있으니....
2007.10.22 20:17그 설정 덕분에 후속작이 싸구려(?)로 변해도 할말이 있었던 거겠죠 ㅠㅠ 그러나 리암 니슨이 맡은 캐릭터를 아놀드 보슬루가 맡았다는 사실이 참....
2007.10.22 20:21 신고왜 리암 니슨이 메이저 초인물의 주인공 후보에 오른 적이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2008.08.11 12:42저 남자다운 얼굴에 건장한 체격, 목소리도 카리스마 좔좔인 이 남자가 말이죠.
[다크맨]은 너무 어릴 적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최근 [테이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초인물 주인공은 못해보고 우주 최강의 스승으로 만족해야 하다니...-_-;
음... 마스크가 좀 노땅스러워서가 아닐까 싶네요^^
2008.08.25 09:32 신고가장 끔찍한 블럭버스터로 기억되는 영화.
2008.08.25 04:20블록버스터에는 다소 못미치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유니버셜측에서도 대박급영화로 생각하고 찍은 영화가 아닌지라..
2008.08.25 09:33 신고다크맨 2, 3을 먼저 봐서 그런지, 다크맨 2, 3편이 그렇게 졸작이란 생각은 안 듭니다. 물론 다크맨1도 괜찮았지만 말이죠. (다크맨1을 보고 나서 다시 다크맨 2, 3을 보니 둘 다 '다크맨 1 이후 다크맨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 같단 생각이...)
2009.01.24 20:47그건 그렇고 다크맨도 TV시리즈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다크맨은 제가 슈퍼맨보다 먼저 접한 히어로물이었죠. 아직도 딱따구리(바닥을 찍는데 딱따구리라고 해야 하남) 인형의 임팩트는 가시질 않아요. 그리고 시가 기요틴도.
2009.11.03 08:25쨌든 트릴로지 셋트는 구미가 당기지만 문제는 언어라서리...
요즘 내 모습이 딱 이 영화로 표현됩니다.
2012.05.04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