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구약성서에 보면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자 이스라엘의 2대 왕이었던 다윗이 우연히 우리아의 아내인 밧세바의 목욕장면을 훔쳐보게 되는 사건이 언급된다. 이 일은 다윗의 성적 욕망을 부추겨 결국 밧세바와 간음을 범하게 만들고, 나중엔 남편인 우리아까지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어 다윗의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고야 만다. 이렇듯 누군가를 훔쳐본다는 것에 대한 강렬한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 인간의 일탈된 본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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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의 1인자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창],[싸이코],[현기증]으로 이어지는 '관음증 3부작'을 연출함으로 인간의 내제된 욕망을 서스펜스 넘치는 범죄물과 연관지어 표현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창]은 인간의 이중적인 엿보기 심리로 인해 역경에 처하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려내어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다리를 다쳐 집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입장에 맞게 방안이 영화 공간적 배경인 이 독특한 스릴러는 후에 낙마사고로 전신마비에 걸린 고(故) 크리스토퍼 리브를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을 정도로 영화사에 길이남을 걸작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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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터비아]는 바로 관음증적 궁금증에 관한 틴에이저 버전의 [이창]이다. 사실 이 작품은 1990년대에 영화화가 고려되기도 하였으나 앞서 언급한 [이창] 리메이크작 때문에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2007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 샤이아 라보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스터비아]는 21세기의 상황에 맞게 각색되어 [이창]의 또다른 변주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발적 폭행 때문에 가택연금을 당하게 된 한 소년이 이웃 사람들을 엿보는 과정에서 한 남자에 대해 살인범의 의혹을 품게되고 그 의혹에 다가설수록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여지없이 히치콕 스타일의 [이창]과 매우 닮아있다.
다만 주인공이 샤이아 라보프라는 배우의 개성에 맞게 유머러스 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캐릭터로 바뀌었으며 (마치 [트랜스포머]에서 샘 윗위키의 클론을 보는 듯하다) 십대 특유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오히려 '훔쳐보기'라는 설정과 더 잘 조화되어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신예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력은 그가 촉망받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기작 [인디아나 존스 4]에서의 활약도 기대해 보자.
그러나 [디스터비아]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역할에는 다소 부족함을 보인다. 오히려 어떤면으로는 [이창]이 아니라 작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하고 느낄 정도인데, 영화 전반의 흐름이 십대 주인공들의 생활과 로맨스에 상당한 비중을 주기 때문에 관객이 기대했던 스릴넘치는 긴장감이라던가, 무엇인가 쫓고 쫓기는 식의 서스펜스가 영화의 막바지에 들어가서 나올때 쯤이면 이 영화의 원래 장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관객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디스터비아]는 스릴러로서는 모자르지만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팝콘무비로서는 더할나위없이 적합하다. 특별히 잔인하고 야한 장면도 없으며, 관객에게 부담을 주는 설교조의 교훈이나 철학적 메시지도 없다. 평범한 십대의 일상에서 벌어진 한편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작은 사건을 관객의 입장에서 '훔쳐보기'만 하면 될 뿐이다.
* [디스터비아]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reamworks LLC & Cold Spring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이창(©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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