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2007년 극장가에 대박이 없었던 이유?

페니웨이™ 2007. 10. 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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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그 어느때보다도 한국영화가 고전했던 해로 기억될 듯 하다. "디빠"와 "디까"논쟁의 중심에 섰던 [디 워]의 '노이즈 마케팅'적인 전략에 힙입어 대박을 기록한 것 외에 그다지 큰 이슈를 생산한 작품은 없었다. 그나마 선전한 영화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 정도? 그래서 올 추석시즌에 대거 개봉한 한국영화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다시 그만의 스타일로 돌아온 [사랑]이나 [왕의 남자],[라디오 스타]로 충무로의 다크호스가 된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 그리고 [주유소 습격 사건] 이후 한국 코미디 영화계의 거물로 자리잡은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 한국 영화계의 내노라하는 감독들이 일제히 추석을 기점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의외다. 현재 곽경택 감독의 [사랑]이 선전중이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2백만 관객돌파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추석시즌의 진정한 강자 였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도 백만관객 돌파를 기점으로 하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작년의 추석 기간에 [타짜]나 [가문의 부활] 등이 3백만을 훌쩍 넘긴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결과다. 한마디로 이번 추석에 '대박'은 없었다.

2007 추석시즌 박스오피스 (박스오피스 출처 :http://www.koreafilm.co.kr)


2006 추석시즌 박스오피스  (박스오피스 출처 :http://www.koreafilm.co.kr)



이같은 원인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많지만 너무 뻔하고 비슷한 레파토리를 써먹은 것에 대해 관객이 식상해졌다는 견해가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실제로 [상사부일체]의 경우 주연들과 감독까지 교체한 마당에 굳이 [두사부일체]의 세번째 속편임을 강조하며 뻔한 조폭 코미디임을 부인하려다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 밖에 [엽기적인 그녀]를 벤치마킹한 듯한 [두 얼굴의 여친]이나, 직장인의 밴드부 결정이라는 유사 소재의 두 작품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흥행에 좋지않은 결과를 낳았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은 완성도 면에서 꽤 호평을 받고 있으나 유사 작품으로 인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은 셈이다) 곽경택의 [사랑] 또한 [친구]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신선도는 많이 떨어진다.

결국 이번 추석 시즌의 밋밋한 대결구도에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에 있어서 작년의 [타짜]나 [라디오스타]처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은 없었다. 기존의 흥행작들을 답습하려는 안이함에 관객들은 싫증을 느꼈을 테고, 이는 '추석영화=코미디'라는 불패의 공식마저 깨뜨리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한국영화는 '위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바닥나 이전것들에 대한 리메이크를 뻔질나게 시도하는 헐리우드의 위기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미칠듯한 자기복제와 질낮은 영화의 양적 팽창만으로 떼돈을 바라던 홍콩영화의 몰락과정과도 닮아있다.

물론 우리가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건 이미 다른 나라의 경우를 교훈삼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기에 '몰락'을 논하기엔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여유가 있을때 좀 더 도전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를 바란다. 관객들은 언제라도 그러한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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