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괴물>이라는 영화가 극장가에서 정말 괴물급의 위력을 발휘하고 난 이후 <괴물>에 못지 않은 저력을 보여준 영화 <왕의 남자>를 감독한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 <라디오 스타>... 제목에서 별다른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은 이 영화는 역시나 같은 시기에 개봉한 <타짜>에 밀려 흥행면에서는 고전했으나,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좋은영화'로 알려져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왕의 남자>의 성공이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이냐, 아님 공길역의 이준기 효과였느냐 하는 논란에 있어서도 <플라이 대디>에 도전한 이준기의 차기작이 실패한 반면, <라디오 스타>는 훌륭한 연출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결과적으로는 이준익 감독이 판정승을 거둔셈이다.
<라디오 스타>는 이준익 감독의 성공적인 방어전이었다는 것 외에도 또한가지의 사실이 관객의 시선을 끈다. 바로 한국영화계가 배출한 명콤비 안성기,박중훈을 투톱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미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국적 프로젝트 영화로까지 영역을 넓힌 안성기와 국내에서 유일하게 헐리우드의 문턱을 넘었던 박중훈이라는 두 배우의 열연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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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둘은 <칠수와 만수>,<투캅스>,<인정사정 볼것없다>에 이어 4번째로 콤비를 이룬 만큼 그 자연스러움도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연기가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이 두사람의 시너지효과는 둘이 만났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왕년에 잘나가던 가수가 세월이 흐르면서 지방방송 라디오 DJ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오랜세월을 함께해온 메니저와의 우정과 일에 대한 활력을 찾아 새롭게 태어난다는 지극히 도식적인 아름다운 휴먼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감동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최근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만을 가지고 관객몰이를 시도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온 가족이 모여 즐길 수 있는 영화가 갈수록 적어지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같은 '좋은영화'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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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안성기, 박중훈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더 인상적인건 주변인물들이다. 툭하면 회의시간에 토라지는 지국장역의 정규수, 생방송에 어처구니없는 욕설을 퍼부어 좌천당한 PD역의 최정윤, 그리고 인디 록밴드를 자청하는 '이스트리버'에 실제 밴드 노브레인의 멤버들이 가세해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그뿐인가. 임백천, 김장훈 등 실제 가수들이 본인역으로 우정출연하여 방송국 가수 생활에 더욱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감독 이준익씨는 중국집 주방장으로 까메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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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클라이막스로 이끄는 견인 부분이 좀 진부하다고 느껴질지는 몰라도, 영화는 매우 자연스럽고 흥미롭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너도나도 서울로 몰려드는 현 시대에 지방의 외딴도시 영월을 주무대로 택한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필자가 가요에 막 눈을 뜬 88년도를 주인공의 전성기로 설정한 점도 30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우리 시대는 아직도 인간적인 감동을 원한다. 극중 PD (최정윤 분)가 방송국에 수북히 꽃혀있는 LP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만큼이나 인간은 역시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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