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과거로 돌아가고픈 환타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그간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표현되어 왔다. [백 투 더 퓨쳐],[터미네이터],[타임캅] 그리고 최근의 [데자뷰]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뒤틀어진 현실을 바로잡는다는 설정은 뻔하기도 하지만 불가능한 사실에 대한 묘한 과학적 모순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설 덕택에 극의 묘미를 한층 더해준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소개하고자 하는 [레트로액티브]도 바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일련의 영화들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성공적으로'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레트로액티브]는 현실을 바로 잡으려다가 오히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과정을 그려놓고 있다.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나비효과>와 가장 근접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해결하지 못해 무수한 피해자를 낸 사건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범죄 심리학자 캐런(카일리 트래비스 분)은 어느날 차사고로 텍사스의 한 허허벌판에 방치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이 자리를 지나가던 프랭크(제임스 벨루시 분)라는 인물이 그녀를 태워주지만 프랭크와 그의 아내 레이앤은 왠지 묘한 서먹함을 보이는 관계다.
그러던 중 프랭크가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자 슬슬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총을꺼내 레이앤을 죽인다. 목격자인 캐런도 죽이려드는건 당연지사. 목숨을 건 도주끝에 한 연구소에 도착한 캐런은 우연히 타임머신을 타고 딱 20분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아직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상황. 영문은 몰라도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캐런은 프랭크를 저지하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 사상자가 더 늘어난다.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 타임머신을 타고 이렇게 미래를 바꾸려는 카랜의 노력은 4번이나 반복되는데...
필자가 이 영화를 접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냥 시간이나 떼워 보자는 마음에 접한 영화였지만 이런 저예산 영화 가운데서 숨은 진주같은 작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97년에 있었던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고, 97년 브뤼셀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은상을 수상한 저력있는 작품이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우리가 알 만한 배우라고 해봤자 제임스 벨루시 정도인데, 그의 능글맞은 악역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 캐런역을 소화한 카일리 트래비스의 매력도 잊을 수 없다. 이쁘장한 얼굴의 다소 낯선 배우임에도 그녀은 웬만한 액션 배우 뺨치는 액션을 소화해 내고 있는데, 다른 영화에서 그녀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MGM/UA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 두가지. 하나는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는 대부분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여준다는 것과, 절대 저예산 영화라고 무시하면 안된다는 교훈. 그만큼 이 작품은 탄탄한 각본과 상식을 깨는 플롯의 구성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국내에 왜 DVD로 정식 출시가 안되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지만 뭐 어떠랴.. 아쉬운데로 비디오로는 출시되어 있으니 꼭 한번 보길 권한다.
* [레트로액티브]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GM/UA Studi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백 투 더 퓨쳐(©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 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틱 아일랜드 - 진정한 주연은 보라카이 섬의 풍경 (10) | 2008.12.27 |
---|---|
러블리 로즈 -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의 베트남 영화 (8) | 2008.11.04 |
라디오 스타 - 아날로그의 향수에 빠져드는 흐뭇함 (7) | 2007.08.10 |
레릭 - B급 괴수물의 확실한 재미 (2) | 2007.08.09 |
록키 발보아 - 돌아온 노장 배우에게 박수를... (0) | 2007.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