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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강탈자들 시리즈 N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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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처음 제작된 후 시대가 변할 때마다 리메이크 된 '신체 강탈자들'의 2000년대 버전은 과연 어떨까? 이미 관객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그것도 3번이나 반복한 이상, 더 무슨 신선함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신체 강탈자들' 시리즈의 3번째 리메이크이자 4번째 작품인[인베이젼]의 감독은 독일 출신의 올리버 히르비겔에게 돌아갔다. [익스페리먼트]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감독은 [히틀러와 제3 제국의 종말]등 독특한 시각의 드라마로 큰 성과를 거두어 독일의 유망주로 급부상중이었던 인물이었다.

히르비겔은 경제적인 제작방법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으며 단시간에 빨리 촬영을 마치기 위해 [인베이젼]의 로케이션과 의상, 외계 생명체의 디자인 등 영화의 전 분야에 걸쳐 손수 작업을 시도했다. 그렇게 속전속결의 경제적 ([인베이젼]의 제작비는 5000만 달러로 최근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에 비해 저예산에 속한다)인 촬영을 마친 [인베이젼]은 2006년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항상 제작사가 욕심을 내면 영화를 망치는 법. 히르비겔 감독의 완성본이 어떤 내용을 가진 것인지 '감독판 DVD'가 나와주지 않는 한 영영 모를 수도 있지만 제작사는 이 완성본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급기야 그들은 [브이 포 벤데타]로 흥행과 비평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에게 재촬영을 의뢰했고, 새로 메가폰을 잡은 맥테이그 감독은 자신이 촬영한 추가장면을 기존의 완성본에 대거 편집함으로 완전히 다른 영화로 탈바꿈 시켰다.

이렇게 제작사의 입김이 반영되어 본의 아니게 두명의 재능있는 감독이 손을 댄 [인베이젼]은 과연 어떤 시각으로 '신체 강탈자들'을 묘사하고 있는가?

먼저 [인베이젼]의 제목부터 살펴보자. [인베이젼](The Invasion)은 기존의 작품들이 사용했던 '신체 강탈자들'(Body Snatchers)이란 표현을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 사실 Invasion이란 단어가 잭 피니의 소설인 '신체 강탈자(The Body Snatchers)'에는 없던것이, 돈 시겔의 영화에서부터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라는 제목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아벨 페라라는 Invasion을 빼고 원작처럼 'The Body Snatchers'만을 사용했다) [인베이젼]은 잭 피니의 원작과 상당히 멀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잭 피니의 원작이 벌써 반세기도 전에 쓰여진 소설임을 감안하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인베이젼]에서는 그간 상세히 다뤄지지 않았던 외계 생명체의 상륙과정이 처음으로 묘사된다. 외계 생명체는 우주선의 불시착과 함께 묻어온 것이며 우주선의 잔해에 손을 대 감염된 사람들로 인해 미국 전역은 신체 강탈자들의 공포에 휩싸인다. 이렇게 전작들에서 표현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은 [인베이젼]에서 사라졌다.

신체 강탈자들의 캐릭터(?)도 조금 변화되었는데, 전작들에서 무조건 "우리와 함께하면 좋잖아?"라고 읊어되는 것과는 달리, [인베이젼]에서는 "감정이 없으면 증오도 사라지고, 모두가 바라는 전쟁없는 낙원이 가능하다"며 매우 이성적인 논리에 호소한다. 이는 무조건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던 복제인간의 존재를 선악의 영역에서 매우 불분명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때문이 아니라, 니콜 키드먼의 나이를 잊은듯한 피부 관리에 새삼 놀랐다!


또한 미지의 존재가 기생충과 같은 동식물과 같은 것으로 묘사되었던 전작들에 비해, [인베이젼]은 일종의 '바이러스'로 규정한다. 덕분에 영화는 마치 [레지던트 이블]의 PG등급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상 외계인에게 감염된 복제인간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처럼 아무 감정과 느낌없이 떼거지로 달려들며, 후반부로 갈수록 거세지는 액션씬은 그나마 증오의 감정이 없으면 유토피아도 가능하다고 역설하던 복제인간의 논리마저 무너뜨린다.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얼굴에 토사물을 쏴대는 장면들은 역겹다 못해 혐오스러울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와 니콜 키드먼의 커플도 상당히 부조화스럽다. [카지노 로열]에서 색깔있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다니엘 크레이그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밋밋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나마 영화제작비의 상당부분을 가져갔던 니콜 키드먼 역시 화면을 가득채우는 그녀의 (놀랄만한!)백옥같은 피부를 빼놓고는 그다지 감탄스런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개봉할 [황금 나침반]에선 부디 이런 실망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기를 두 배우에게 간절히 바랄뿐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안 어울리는 두 커플. 제발 [황금 나침반]은 잘해 보자구요~


이렇게 영화는 전작들의 설정들을 하나하나 파괴하면서도 결국은 헐리우드 오락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채 두 감독의 손을 거친 티라도 내려는 듯 100분간을 갈팡질팡하다 결국 해피엔딩의 생뚱맞은 결론으로 몰고간다. (결말부분은 다분히 94년작, [에이리언 마스터]와 닮아있다)전작들이 남겨줬던 여운이나 충격적인 반전은 고사하고 이렇게 상투적인 전형성으로 영화를 완성시킨 제작사의 저의를 알고 싶다.





P.S : [인베이젼]에는 필립 카우프만의 78년작, [외계의 침입자]에서 낸시역으로 등장한 베로니카 카트라이트가 주인공의 환자역으로 다시 등장한다. (이와는 별개로 카트라이트는 "인베이젼"이라는 TV시리즈에도 출연했다)

또한 [007 카지노 로얄]에서 CIA요원 펠릭스 역으로 출연했던 제프리 라이트가 또한번 다니엘 크레이그의 동료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캐스팅이다.


* [인베이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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