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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강탈자들 시리즈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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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영화의 마틴 스콜세지'로 불리우는 아벨 페라라 감독은 [킹 뉴욕], [스네이크 아이]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주의 영화의 신성(新星)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주류 영화계의 정형성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자신만의 폭력적인 스타일을 고집해 고유의 매니아층을 형성한 몇안되는 감독이기도 한데, 그런 그에게 '신체 강탈자들'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인 [바디 에이리언]의 제의가 들어온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바디 에이리언]은 2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책정된, 당시로선 대형 프로젝트로써 그간 저예산 영화계에서 작업한 페라라 감독에게는 코드가 맞지 않는 영화였다. 더군다나 이미 두차례나 제작된 이상, 원작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이는 아벨 페라라가 그동안 추구했던 정형성의 탈피와는 거리가 먼 셈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페라라 감독은 [바디 에이리언]의 감독직을 수락했고, 이렇게 탄생한 '신체 강탈자들'의 세 번째 영화는 4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성격을 띄게 된다. 우선 이전의 두 작품이 '신체 강탈자들의 습격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란 제목을 사용한것과는 달리, 이번엔 잭 피니의 원작 소설 그대로 '신체 강탈자들 (Body Snatchers)'로 바꿨다. 다음으로 페라라 감독은 영화의 주무대를 '일반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특수한 장소'로 뜯어 고쳤다. [바디 에이리언]의 배경이 된 것은 바로 군부대로서 시골 마을에서 대도시로 변화된 전작들과의 패턴과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전부 바꾸어 놓았다. 돈 시겔과 필립 카우프만의 작품이 모두 전문 직업을 가진 한 남자와 그의 연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반면, 아벨 페라라는 캐릭터의 연령을 대폭 낮추어 마티(가브리엘 앤워 분)라는 10대의 소녀를 그 주인공으로 택했다. 게다가 캐릭터의 성격도 달라졌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유머를 잃지 않는 낙관적인 성격을 드러내는데 비해 마티는 그다지 밝은 성격의 소녀가 아니다. 아버지의 재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데다, 원치않는 곳으로 이사까지 가는 마당에 가정이 평화로울 리가 없다. 느닷없이 생긴 배다른 남동생의 응석을 받아주기도 귀찮은데, 새엄마와의 관계는 껄끄럽기만 하다.

이렇게 영화의 무대를 도시에서 군부대로 바꾸고, 주인공과 주변 환경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체 강탈자들'이 아니더라도 군대라는 조직은 획일적이고, 감정의 표출이 극도로 절재된 공간이다. '신체 강탈자들'의 습격이 굳이 없더라도 마티는 이미 '가정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바디 에이리언]의 인물들은 이미 일그러지고, 파괴된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내면적인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며 이것이 '신체 강탈'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직면해서야 비로서 표면으로 표출된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바디 에이리언]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장면.
멕 틸리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전의 두 작품이 '미지의 공포'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반면, 아벨 페라라의 리메이크는 이미 실체화된 불안을 더욱더 증폭시키는 역할로서 '신체 강탈자들'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불안감에서 탈출하는 것을 모두가 갈망하듯, 주인공들은 감염되었다고 판단되는 상대방을 (심지어 가족이라 하더라도) 과감하게 처치해 나간다. 이는 연인의 복제품에 차마 위해를 가하지 못하는 전작들과는 대조적인 것으로서 인간의 과도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페라라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바디 에이리언]은 페라라 감독의 비주류적인 색채를 여전히 드러내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상업적인 영화로서 오히려 페라라 감독의 매니아들에게는 '주류와 타협한 페라라의 실패작'이란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상당수의 작가주의 감독들이 주류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상업성에 퇴색되어 버린 전례를 볼때 페라라 감독의 팬들 역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벨 페라라는 우려와는 달리 그만의 세계를 버리지 않았다. [바디 에이리언]이후 그는 [어딕션]이라는 컬트적 벰파이어 영화로 돌아왔으며 이후로도 주류세계의 상업적 블록버스터에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았다. 아마도 [바디 에이리언]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상업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디 에이리언]은 주인공 가브리엘 앤워의 출연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여인의 향기]에서 잠깐의 출연이지만 청순한 외모와 선한 이미지로 청춘 스타의 가능성을 보였던 그녀로선 주연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영화자체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바람에 이후 스타급 반열에 들어서는데는 실패했다. 그 외에도 [라스트 킹]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수상한 포레스트 휘테커가 군 내부의 변화에 의심을 품는 장교로 출연하며, [신의 아그네스]에서 명연기를 펼친 맥 틸리가 새엄마 역으로 등장해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바디 에이리언]은 '신체 강탈자들' 작품중에서 가장 특색있고 액션성이 보강된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비주류 감독으로서 상업적 타협점을 찾으려 한 흔적이 보이지만 결국 매니아 층에게도 버림받았고, 장르 영화로 보기에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어느쪽을 만족시키기에도 여러모로 애매한 입장인 셈이다. 다만 '신체 강탈자들'의 또다른 변주곡을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한번쯤 권할 만한 작품이며, 아울러 필립 카우프만이 놓은 기초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 [바디 에이리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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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브리엘 앤워는 말씀대로 미모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케이스라 안타깝네요 흑흑

    맥 틸리는 80년대 중반까지는 청춘스타로 날렸는데 요즘은 뭐하시는지...

    2007.09.25 10:22
  2.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말 부분은 다른 신체강탈자 영화들에 비하면 좀 어처구니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2007.10.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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