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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작인 [저격자(The Bourne Identity)]는 그 당시 TV 미니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두 배우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가시나무 새]로 국내에서 많은 팬들을 얻었던 리처드 챔벌레인과 시드니 쉘던 원작의 [천사의 분노]로 유명한 재클린 스미스 주연의 [저격자]는 이같은 인기상승에 힙입어 제법 빨리 공중파를 탔던 영화로 기억된다.

2002년작 [본 아이덴티티]와 같은 원작을 토대로 한 [저격자](같은 원제를 두고 다른 제목을 언급할려니 참...ㅡㅡ;;)는 예상대로 원작소설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원작 '본 아이덴티티'에 대해선 기존의 리뷰들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는바, 이번 리뷰는 리메이크 작품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나가겠다.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어린이들의 친구, 제이슨 본.  다소 80년대적인 연출이 흠이긴 하다 (ㅡㅡ;;)


주인공 제이슨 본을 맡은 리처드 챔벌레인(최근의 뱅상 카셀과 비슷한 이미지가 난다)은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근접한 이미지를 지녔다. [본 아이덴티티]의 맷 데이먼이 젊고 파워풀한 이미지의 '1인 특수부대'적인 이미지가 풍겼다면, 리처드 챔벌레인의 본은 좀 더 신사답고, 냉전시대의 첩보원다운 노련함이 엿보이는 인물이다. 따라서 [본 아이덴티티]만큼의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액션씬은 등장하지 않지만 미스테리적인 해법과 첩보물의 공식이 잘 녹아들어 있다.

[저격자]의 장점은 TV판 영화라는 특성에 맞게 소설속의 설정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이다. 본의 기억상실과 섬에서의 생활, 마리와의 만남, 카를로스의 등장 등 대부분의 설정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따라서 본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 역시 리메이크판 3부작과는 차이점을 보이게 되는데, 리메이크판 [본 아이덴티티]는 제이슨 본의 정체가 기억을 잃어 버린 제이슨 본 그 자신이지만, TV판에서의 본은 실제 제이슨 본의 아이덴티티를 차용한 또다른 CIA요원이라는 설정으로 사용된다. (얼굴성형이라는 설정도 리메이크판에서는 생략했다)

'트래드스톤'의 수장인 애봇 이라는 캐릭터에서도 차이점을 보이는데, 리메이크판 [본 아이덴티티]의 애봇(브라이언 콕스 분)은 제이슨 본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CIA 내부의 적이지만, [저격자]에서는 (도날드 모펫 분) 제이슨 본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서 본이 배신했다고 믿는 정부측 관료들을 설득하는 중재자의 역할로 등장한다. 이같은 캐릭터의 차이는 제이슨 본이 찾는 배후의 적이 누구인가하는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클린 스미스가 분한 마리 역시 큰 차이를 보여, 리메이크판에선 본과의 계약관계로 행동을 같이하게 되며, 마리를 대하는 본의 태도 역시 매우 정중한데 비해 [저격자]에선 본의 인질로 잡혀 머리 끄댕이를 붙잡힌채 끌려다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다가 결국엔 본과의 사랑에 빠지는 (ㅡㅡ;;) 구시대적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여주인공 마리의 캐릭터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20년 전 작품이고 TV판 영화라서 영화속 액션이라던가 구성은 요즘 관점에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원작에 충실한 만큼 [본 아이덴티티]를 먼저 접한 사람이라면 [저격자]를 통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미 [본 슈프리머시]가 출간된 시점에서도 후속작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극장 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TV판 이었기에 굳이 속편에 대한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원작에 충실한 본 시리즈를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이로서 제이슨 본 연작 리뷰를 마치게 되었다. [본 얼티메이텀]으로 받은 감동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이 리뷰들을 기획하게 되었지만 또 막상 쓰고나니 지나치게 메너리즘에 빠진 것 같기도하여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앞의 시리즈 전부를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 [저격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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