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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거시 - 스핀오프가 지닌 한계

페니웨이™ 2012. 12.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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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 3부작의 성공은 원작자 로버트 러들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진 않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틀안에서 독립적인 완결구조를 보여주었던 [본 아이덴티티]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편은 온전히 토니 길로이의 머리 속에서 나온 창작물로 봐야할 테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첩보원 제이슨 본의 일대기적인 성격을 띈 소설판 보다는 일관된 주제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영화판의 완성도가 훨씬 훌륭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시리즈의 4편인 [본 레거시]는 로버트 러들럼의 오리지널이 아닌 에릭 반 러스트베이더의 이른바 후계형식의 속편이지만 영화판의 관점에서는 본 시리즈의 새로운 창작자라고도 볼 수 있는 토니 길로이의 작품이므로 어떤 면으론 본 시리즈의 적통(嫡統)에 해당하는 셈이다.

문제는 연출자 폴 그린그래스와 주연배우 맷 데이먼의 부재다. 주인공인 제이슨 본이 없는데 제목에 본의 이름을 넣는 이유는 뭘까? 영화는 ‘본의 유산’이란 뜻의 제목처럼 본의 활동으로 인해 야기된 미국 첩보계의 후유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본 얼티메이텀]과 동일한 시간적 배경으로 CIA에서 비밀리에 추진중인 또다른 프로젝트 ‘아웃컴’의 비밀요원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는 조직에 의해 제거당한다는 내용이다.

본처럼 자신의 의지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난관을 돌파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본이 벌여놓은 일로인해 영문도 모른채 죽을 위기에 처한 첩보원 애론 크로스와 연구원 마사의 수난은 오로지 생존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감정이입에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주인공 아론 크로스는 제이슨 본 처럼 맞서야 할 상대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벌인 암살에 대해서 참회할 이유도 없다. 자신을 왜 죽이려 하는지에 대해서 일말의 의문도 갖지 않는다. 자신을 배신한 조직에 대한 원한이나 복수의 의미로 폭로전을 펼칠 계획도 없다. 살아남아서 미국을 빠져나가는 것 그것이 내용의 전부다. 그냥 살아남기만 하면 미션을 통과하는 이 영화에서 굳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이름을 걸어야 할 당위성은 없어 보인다.

이렇다 보니 영화는 본 시리즈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나 건조하고 스피디한 편집을 완성도 높게 재현하고 있지만 결국 스핀오프 이상의 의미를 갖진 못한다. 에드워드 노튼이나 제레미 레너, 레이첼 와이즈 같은 네임 벨류에 있어서는 본 삼부작을 능가하는 배우들을 포진시켜놓고도 캐릭터의 매력이나 표현력은 기존 시리즈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물론 시리즈의 연장이 아닌 개별 작품으로 놓고 보면 [본 레거시]의 재미는 그리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준급의 액션영화로 봐 주기에도 조금은 부담스럽다. 스토리의 독립성도 [본 얼티메이텀]을 떼어놓고는 너무 빈약한 수준이거니와 그렇다고 시리즈의 직계로 보기에는 여전히 부실한 편이어서 여러모로 짜임새 있던 전편들과의 비교선상에서 저평가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엔딩의 허무함과 더불어 흘러나오는 주제곡 ‘Extream Ways’는 어쩐지 남의 것을 그냥 가져다가 틀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본 레거시]의 주인공이 무슨 이름이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게 아닐까.

 

 * 본 리뷰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관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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