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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개봉된 헐리우드 영화의 두드러진 현상은 '3부작'이었다. 필자도 유난히 리뷰가운데 '빅3'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고, 실제로 시리즈의 3편이 이처럼 줄줄이 쏟아진 것도 드문일이었다. [스파이더맨3], [슈렉 3], [캐리비안의 해적 3]는 전작들이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했으며, 전편에 버금가는 속편들로서  극찬받았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던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빅3'가 모두 기대치에 못미치는 완성도를 보여주자 후발주자로 대기중인 [오션스 13]이나 [다이하드 4.0] 등의 후속작들도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걱정은 기우로 끝났는데, [오션스 13]과 [다이하드 4.0] 모두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3부작 완결편이 2007년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었다. 바로 제이슨 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본 얼티메이텀]이었다. 시리즈의 2편인 [본 슈프리머시]를 자신의 스타일로 승화시킨 폴 그린그래스가 감독직을 연임하고, 전작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배역진과 스탭이 함께한 [본 얼티메이텀]은 어떤 의미에선 2007년에 가장 기대되는 3편이기도 했다.

앞서 [본 슈프리머시]는 원작을 탈피하고 영화로서의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고 언급한바 있다. 이는 [본 얼티메이텀]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작품은 시리즈 중 가장 원작과 동떨어져있다. 원래 원작소설인 '본 얼티메이텀'은 1편 '본 아이덴티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었다. '본 아이덴티티'에서 제이슨 본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테러리스트 카를로스가 재등장해 본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것이 '본 얼티메이텀'의 주 내용으로, 여기서 제이슨 본은 아이가 둘이나 있는 중년을 넘긴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 Robert Ludlum/ G. P. Putnams Sons.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영화로 리메이크된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카를로스라는 캐릭터를 배제한 것은 원작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폴 그린그래스가 일찌감치 작품의 노선을 제이슨 본의 심리적 갈등에 국한시킨 것은 [본 얼티메이텀]을 위해서도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덕분에 원작에 대한 부담감 없이 [본 얼티메이텀]은 영화판 제이슨 본 시리즈로서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본 얼티메이텀]은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작이 아니라, [본 슈프리머시]의 에필로그에 가까운 성격을 띈다. 1편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독립적인 전주곡이었다면, 2편과 3편은 서로가 유기적으로 이어진 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사실상 속편의 장점은 '캐릭터에 대한 사전설명', 즉 전개과정의 생략이다. 물론 영화에 따라선 다시금 이런저런 부연설명으로 시간을 잡아먹곤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은 이런 장점을 잘 살려, 전편에 이어 바로 본론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영화는 [본 슈프리머시]에서 네스키의 딸을 만나고 난 후 러시아를 탈출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는 제이슨 본의 목적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으며, 전편의 앤딩씬인 랜디와 본의 통화장면 이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가로 관객의 주의를 이끈다. 본은 자신을 괴롭히는 몽롱한 기억속의 실체와 맞닥드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여전히 CIA는 본을 변절자로 간주하고 그를 제거하려 한다. (이는 원작과 가장 차이나는 부분으로 원작에서의 CIA가 본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반면, 영화상에서는 본의 적으로 비춰진다)

기본적인 틀은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하다. 이미 제이슨 본 시리즈의 특징으로 자리잡은 요원들간의 1:1 듀얼씬과 카 체이싱, 쫓고 쫓기는 추격씬 등 모든 장면들이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본 얼티메이텀]에서는 그러한 특징들을 훨씬 더 구체화시켜 각 장면 하나하나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영화의 백미인 탠지어의 추격장면은 그야말로 최고다. 본이 창문을 뚫고 들어가 대쉬(조이 안사 분)와 벌이는 격투는 시리즈 중 가장 박진감 넘치면서 현실감있는 액션씬으로 앞으로도 이런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물론 그밖에도 [본 얼티메이텀]은 풍부한 볼거리와 명장면을 선사하니 그 어떤 장면도 놓치지 않길 권한다.

[본 아이덴티티]의 알렉산더 콘그린(크리스 쿠퍼 분), [본 슈프리머시]의 파멜라 랜디(조앤 알렌 분)에 이어 집요하게 본을 추적하는 노아 보슨 역의 데이빗 스트래던이 명연기를 선보이며, 그밖에 스콧 글렌과 앨버트 피니 등 영화계의 관록있는 배우들이 새롭게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또한 시리즈 1,2편에 이어 3편에도 출연하는 니키 파슨(줄리아 스타일즈 분)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는데, 제이슨 본의 연인 마리를 대신해 새로운 히로인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제이슨 본이 기억을 잃기 전 니키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채 아주 작은 암시만을 남기고 끝낸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4편의 제작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4편을 위한 포석이 될 가능성도 염두해 둔 것일까.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니키 파슨과 제이슨 본의 관계는 [본 얼티메이텀]에서 풀리지 않은 유일한 수수께끼다



[본 얼티메이텀]은 2007년, 아니 근 몇 년간 보아온 액션물 중 최고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갈수록 식상해져가는 속편의 전례를 깨고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더욱 정교해지는 플롯과 기술적인 완성도는 제이슨 본 시리즈가 하나의 생물처럼 진화해가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물론 원작의 3부작 명칭을 이미 다 써 버린 이 시점에서 4편을 어떤 제목과 어떤 내용으로 전개해 나갈런지는 미지수 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지금, 필자는 제이슨 본 시리즈가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3부작으로 멈춰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가지 조언하자면, [본 얼티메이텀]을 보기전에 [본 아이덴티티]와 [본 슈프리머시]를 꼭 복습하시길 바란다. 필자가 보장하건데, [본 얼티메이텀]의 재미를 2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제 제이슨 본 3부작의 리뷰는 끝났다. 그러나...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 다음 리뷰에서는 리메이크 이전의 원래 제이슨 본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다.

-계속-




* [본 얼티메이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Studi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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