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퇴역 군인이 미국 시골의 작은 마을을 지나던 도중 마을의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위험인물로 낙인 찍힌 남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발휘해 공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위의 시놉시스만 보면 영화는 딱 테드 코체프 감독의 1982년작 [람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에야 변질된 속편들로 인해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가 된 [람보]지만 폭력적인 영화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람보] 1편에서 람보가 직접 죽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발생하는 한 명의 사상자는 람보가 위협용으로 던진 돌멩이가 헬기의 유리창에 맞아 발생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사다.
넷플릭스의 신작 [레블 리지] 역시 [람보] 1편과 매우 닮아 있는 작품이다. 다만 각 영화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서사는 조금 다른데, [람보]가 참전군인의 전쟁 후유증과 사회의 무관심에 초첨을 두었고 물리적 강인함과 전투 기술로 적을 제압하는 람보의 초인적 성향을 부각시켰다면, [레블 리지]는 현대적 배경에서 법적 부패와 불의에 맞서는 한 남자의 절제된 복수극을 다룬다.
또한 람보가 과묵하면서 행동으로 거칠게 자신을 표현하는 캐릭터인 반면, [레블 리지]의 주인공은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복잡한 인간적인 고뇌와 딜레마를 겪는다. 따라서 화끈한 액션보다는 극도로 절제되고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히는 전술적 판단이 주를 이루며, 총성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는 특이한 상황을 유발한다.
싸다구 한 대만 잘못 날려도 시원하게 금융치료를 받아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레블 리지]는 절제된 폭력은 상당히 현실적인데, 실제로 람보 같은 인물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 싸움을 벌일 때는 딱 저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최근 액션의 기준점을 세운 본 시리즈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 없이도 촘촘한 스토리 텔링과 연출 스타일 만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놀라운 영화다.
주연인 애런 피어는 이번이 거의 첫 주연작임에도, 침착하고 예의 바르면서 강한 흑인 캐릭터를 실감나게 묘사했는데 덴젤 워싱턴 이후 이토록 반듯한 흑인 배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호감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되는 배우다. 또한 대부분이 무명급인 배우들 가운데서 극의 중심을 잘 잡는 왕년의 스타 돈 존슨의 악역도 배우의 연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스케일 자체는 크지 않지만 흔한 플롯을 차용했음에도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참신한 연출로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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