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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원작에서의 명장면을 잘 재연해 낸 작품이지만, 나는 오히려 원작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극장판의 한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다. 시합에서 패배한 직후 락커로 이동하는 산왕팀의 모습이 비춰지다가 마침내 정우성이 힘없이 벽에 기대어 주저 않는다. 그리곤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데, 최고의 고교생 플레이어가 된 자신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고 느꼈을 때, 신사에서 "나에게 아직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필요한 경험을 달라"고 기원했던 그 기억을 소환한다.
정우성이 그 때 진정으로 원했던 경험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겸손에서 우러난 말이었을까. 아니면 오만함에서 나온 말이었을까.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닥친 현실은 "패배"라는 가장 뼈아픈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교 최고의 에이스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누군가 더 많은 경험과 교훈을 원한다 해도 그 것이 주어지는 형태는 반드시 내가 기대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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