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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도망치는 한 아이, 그 뒤를 쫓아오는 아이들의 무리. 생과 사를 넘나드는 추격전이 끝에 이르렀을 무렵. 쫓기던 아이는 해변가에서 넘어진다. 그런데 쓰러진 아이의 앞에 이제 막 도착한 어른이 나타나 놀란 눈을 하며 묻는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냐??’. 아이들은 모두 울음을 터뜨린다.
윌리엄 골딩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파리대왕’을 두번째로 영화화 한 이 작품은 무인도에 추락한 소년들이 자신들을 통제할 만한 절대권력이 없는 상황하에서 야만적으로 돌변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걸작이다. 편이 나뉘고, 힘과 폭력이 설득력을 얻는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관객들은 인간 내면에 감춰진 순수한 악의 결정체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단상들을 보면 결국 악한 사람의 기준이 되는건 그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내면에 잠재된 성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성향을 통제할만한 권위와 권력앞에서는 표출되지 못하지만 통제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마음껏 활개치는 순수한 악은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과 추락한 교권의 미명하에 점점 이 세상을 끔찍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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