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철인 캉타우], [설인 알파칸]의 아버지인 이정문 선생님을 뵙고 출판기념회 겸 회식을 가졌습니다. 동승하신 분들은 [한국 슈퍼로봇 열전: 만화편]에서 일러스트를 작업하신 lennono님, 그리고 한스미디어 담당자분들이 함께 하셨지요.
장소는 분당의 모 식당. 불금이라 다들 약속시간에 조금씩 늦었는데, 이정문 선생님 홀로 일찍 나오셔서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죄송스럽게시리... 저를 제외하면 나머지 일행들은 이정문 선생님과 초면이었지만 아무 거리낌없이 환대해주시는 바람에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소맥 한모금이 들어가자마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시는 이선생님. 자신의 작품 세계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등 3시간이 넘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철인 캉타우 2]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ㅜㅜ
물론 [한국 슈퍼로봇 열전: 만화편]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으시더군요. 뭐랄까. 40년이 지난 작품을 후세대의 젊은(?)이들이 기억해주고 책으로 기록을 남긴 것에 대해 감동을 받으신 듯 했습니다. 말 나온김에 [철인 캉타우]도 꼭 복간본을 내 달라고 부탁드렸고, 선생님께서도 흔쾌히 그럴 생각이 있으시더군요. 잘하면 조만간 [철인 캉타우]의 새로운 복간본을 접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제가 가지고 있던 [설인 알파칸]의 원고 일부를 직접 전해드렸습니다. 사실 이 녀석은 이전에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발간한 복간본에서 누락되어 있던 제4부 '알파칸: 침입자' 편으로 선생님께서도 40년 넘어서 다시 보는 것이라며 눈물이 나올려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지난번에는 누락본 중 2부 3화를 드렸었는데, 이로서 [설인 알파칸]은 완전한 복간본이 다시 나올 수 있는 조건이 거의 갖추어졌습니다.
원래 전해 듣기로는 싸인을 쉽게 해주시는 분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만 이 날만큼은 참석자들이 가져간 책 모두에 정성스런 싸인도 해주셨습니다. 올 해 77세의 고령이신데도 그림 솜씨는 여전하신.. ㄷㄷㄷ 본인도 하루에 캉타우를 이렇게 많이 그려보긴 처음이시라며 하나 그리시고 소주잔을 꺾으시고 또 그리기를 반복하셨어요. ㅎㅎㅎ
여전히 정정하신데다 워낙 술이 쌔셔서 이 날 먹은 술병만해도....흑... (뭐 전 워낙 술을 못해서 거의 안마셨습니다만 ㅎ)
아쉬움을 뒤로 한채 모임이 끝났습니다만 선생님의 화실이 있는 별장으로 초대까지 하시더군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겠지요. ^^
[철인 캉타우]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작가분과 직접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 당시에는 꿈에도 하지 못했었는데, 저를 비롯한 참석자 모두 어느 연예인을 만난거 보다도 더 감격스런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만화가와 이런 자리를 함께 한다는 건 더없는 영광이지요. [한국 슈퍼로봇 열전: 만화편]이 단순한 출판만으로서가 아니라 만남과 인연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서도 저에게는 무척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얼마전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거장, 신동헌 감독님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했는데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을 만화로서 승화시킨 작가분들이 부디 장수하셔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페니웨이™의 궁시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존신고 겸 잠담... 끄적끄적 (20) | 2018.10.04 |
---|---|
[미니특공대 X] 개봉 소식을 듣고 자본에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2) | 2018.03.08 |
철인 캉타우의 아버지, 이정문 선생님과의 만남 (6) | 2017.06.12 |
2017년 05월 31일, 또 하나의 특별한 책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16) | 2017.05.25 |
2016년을 마감하며 (2) | 2016.12.30 |
태권브이 40주년, 브이센터에 다녀왔습니다 (2) | 2016.07.25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가 처음 접한 이정문 선생님 작품은 [소년생활]에 연재되었던 [맹돌이 그림자]였습니다. 이후 연재된 [꾸러기 로봇 땡코]를 보면서, 저런 로봇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지요. 땡코는 일본의 국민로봇(!) [도라에몽]과 비교가 되는 데, 도라에몽이 진구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요정 같은 존재라면, 땡코는 자신의 창조주와 티격태격하는 반항아라고 생각합니다.
2017.06.12 12:12이정문 선생님의 만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라도 밝고 명랑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둡고 무거운 요소도 집어넣은 게 특징이라고 봅니다. 악당에게도 자신만의 정의가 있고, 아무리 정이 들어도 이별을 피할 수 없다는 등 어른의 세계를 슬쩍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이 분 만화도 꽤 모았는 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돈 떼먹는 사람보다 빌린 책을 안 돌려주는 사람이 더 미워요.
캬~ 꾸러기 로봇 땡코 재밌지요^^
2017.06.13 10:10 신고이정문 선생님의 SF는 그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밀고 당기는 극의 흐름, 서스펜스가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농도가 짙다고 봐요. 아마 작가의 특성이 반영된거 같은데 실제로도 꼼꼼하시고 계획성이 있으시더군요. 스토리를 쓰실때도 마찬가지셨을 겁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이정문 선생님 책인 데, 친구가 요절하자 심술천지를 그려놓고 소주를 따르면서 슬퍼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뾰족하고 퉁명한 캐릭터를 많이 만드셨지만, 감성이 풍부하신 분인 듯 합니다.
2017.06.14 13:30맞아요. 그런 면이 작품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 듯 합니다^^
2017.06.14 22:23 신고철인 캉타우와 설인 알파칸의 복간본은 지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2017.06.13 00:38 신고새로 나온다면 이 보다 기쁜 일은 없지요.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던 [철인 캉타우 2]도 가능하면 그 실체를 빨리 확인하고 싶습니다.
복간본은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선생님 본인께서도 의지는 있으신거 같고요.
2017.06.13 10:06 신고캉타우 2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