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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43

 

 

 

 

 

가끔 추억의 영화들을 보면 하나같이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존 스터지스 감독의 [대탈주]나 [황야의 7인], 존 길러민의 [타워링] 같은 영화들은 당대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득실거리는 대작급 영화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스타들에 의해 시선이 분산되는 영화들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집중력이 있고, 캐릭터의 분량 조절이 적절하게 이뤄진 작품들이죠.

비교적 근래의 작품들 중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성공한 영화라면 단연 [어벤져스]일 겁니다. 물론 전 이 경우를 과거의 영화들과는 달리 예외적인 케이스로 봅니다. [어벤져스]는 마블 스튜디오가 쌓아온 계획의 결과일 뿐 각 캐릭터들의 구축은 이미 ‘마블 페이즈 1’의 솔로 무비들에서 충분히 다뤄졌기 때문이죠. 어찌되었건 마블의 이러한 이례적인 전략은 매우 치밀했고 성공적이었다는 겁니다. 지구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누구도 이뤄내기 힘든 성과입니다.

마블의 성공은 경쟁사 DC를 자극하게 됩니다. [다크 나이트] 삼부작을 빼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DC로서는 [맨 오브 스틸]을 비롯해 [저스티스 리그]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였지요. 하지만 너무 성급했습니다. [그린 랜턴]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보면 DC의 조급증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사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다음 타자로 등장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악당들로 구성된 조직. 마치 ‘빌런계의 [어벤져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죠. 마블엔 ‘썬더볼츠’가 있긴 합니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름 DC의 선공인 셈입니다.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원작은 1959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역사도 꽤나 오래되었고, 그간 많은 캐릭터들이 인 앤 아웃을 거듭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영화의 원작이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번 DC 확장 세계관이 코믹스의 ‘뉴52’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뉴52’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노골적인 마케팅에서 드러났듯이 영화의 메인은 마고 로비의 할리 퀸과 윌 스미스의 데드샷입니다. 여기에 자레드 레토의 조커가 알 듯 모를 듯한 비중으로 출연할 것임을 예고하였지요. 출연진의 면모나 원작 캐릭터의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기대치는 꽤 높아집니다. 기본적으로 영웅이 아닌 악당이 슈퍼히어로가 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은 [데드풀]만큼이나 똘끼충만한 영화에 걸맞는 이야기이지요. 잘만하면 B급 감성에 푹 젖은 히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좋은 재료를 놓고도 3류 요리사가 요리한 듯한 끔찍한 맛이 나는 요리 같습니다. 분명 코믹스의 캐릭터를 영화로 이끌어낸 건 성공적입니다. 할리 퀸과 조커만 봐도 싱크로율은 매우 높죠. 그러나 그 캐릭터를 영화 속에 녹여넣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단 스토리가 엉망입니다. 초점이 없고 갈팡질팡하는 느낌. 인챈트리스라는 빌런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상성도 매우 안좋아 보이는데다, 개연성과 설정, 모티브 모두 낙제감입니다. 캐릭터가 워낙 다양하지만 각자의 사정도 제 각각이다보니 이들의 트라우마 내지는 목적을 한데 묶어야 할 연결점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숭악한 범죄자들이 만난지 고작 몇 시간도 안되어서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으리~의 모범생으로 돌변하고요, 할리 퀸 바라기로 전락한 로맨티스트 조커는 당혹스러울 지경입니다.

액션요? 허접합니다. 비주얼은 나름 메이저 영화사의 작품답게 때깔 좋은 화면을 보여주려고 공을 들였습니다만 정말 밋밋하며 구질구질한 액션의 반복입니다. 뭔가 캐릭터의 멋을 살리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클라이막스의 슬로우 모션은 정말이지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왜 이렇게 좋은 소재와 캐릭터와 배우들을 가지고도 영화를 이 따위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감독이 아닌 자들이 갑질을 하면 영화가 [판타스틱 포]처럼 된다는 걸 이젠 경험적으로 알만도 한데, 이건 뭔가 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영화가 R등급으로 갔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PG-13 이라고해서 관객 모두를 13세 이하의 정신수준으로 보는 건 관객모독이니까요.



코믹스계의 관록으로 보면 DC의 팬덤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막 던져도 그 중 하나는 건지겠지 하는 심정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을 벌려놓은 이상 일정 수준의 관심몰이는 되겠지만 이대로라면 DC 확장 세계관을 몰락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P.S

1.원래 할리 퀸에는 카라 델레바인이 더 적역일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지요. 결과만 보면 영화사는 마고 로비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요즘말로 혼자서 영화를 하드캐리한 그녀였으니까요.

2.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물론 취향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3.루머인지 확인은 안되었습니다만 원래 조커와 할리 퀸의 관계는 좀 더 가학적인 형태로 설정되어 있었다지요. 편집본만으로는 완전 달달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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