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초심으로 돌아간 M. 나이트 샤말란
추락한 명성을 회복한다는 건 철저한 상업주의의 본산인 헐리우드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다이하드], [붉은 10월]의 존 맥티어넌은 2003년 [베이직] 이후 한 번도 메가폰을 잡지 못했다.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의 윌리엄 프레드킨이나 [클리프헹어]의 레니 할린 처럼 소위 잘 나가던 감독들도 한 두 번 삐딱선을 탄 이후에 끝없는 추락을 한 걸 보면 이 바닥의 냉엄한 생리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M. 나이트 샤말란의 행보는 매우 흥미롭다. 체감상으로는 [식스센스] 이후 모두 실망스런 작품만 줄창 만들어 온 것 같은데, 2년 터울로 꾸준히 영화를 찍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실패작 한 두편에 훅 가는 다른 감독들의 선례에 비추어 보면 꽤나 이례적이다.
ⓒ Blinding Edge Pictures , Blumhouse Productions,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굳이 그 이유를 들자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약빨이 떨어져가고는 있지만 샤말란표 영화의 상업적 성과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식스 센스]의 메가톤급 성공 이후 그는 [빌리지]에 이르기까지 네 작품을 연달아 성공시킨 히트작 제조기였다. 그 이후로 신통찮은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기록한 작품들이 종종 나왔으나 신기하게도 해외 시장에서 이를 만회해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거나 적어도 제작비는 회수하는 성적을 이끌어 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참패했다고 볼만한 작품은 [레이디 인 더 워터] 정도다)
둘째, 흥행 여부를 떠나 M. 나이트 샤말란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북미 시장에서의 참패를 해외에서 만회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샤말란의 팬층이 두텁고 광범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확실히 [빌리지] 이 후에 연출한 작품들의 면모가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재능이 다시 한번 스크린에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 관객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제 소개할 샤말란의 최신작 [더 비지트]는 그의 재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타급 배우를 철저히 배제하고 5백만 달러의 초저예산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 외적인 규모보다는 내실에 충실하려 한 샤말란의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다.
ⓒ Blinding Edge Pictures , Blumhouse Productions,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내용은 이렇다. 이혼한 엄마 밑에서 자란 베카와 타일러는 엄마가 새 남자친구와 휴가를 즐기는 동안 멀리 떨어진 조부모의 농장에서 지내기로 한다. 과거 결혼을 반대한 조부모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바람에 두 아이는 한 번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베카는 이 여정을 카메라에 담아 다큐로 제작해 엄마와 조부모의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
따뜻하게 이들을 맞이하는 조부모와 즐거운 하루를 보낸 그 날 밤, 베카와 테일러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흡사 괴물처럼 토사물을 쏟아내는 할머니의 모습에 충격에 빠진다. 처음에는 노인에게서 발견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이해하려 했지만 정상인 같다가도 점차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때문에 남매는 긴장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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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저예산 장르물에 주로 쓰이는 파운드 푸티지 기법이 적용된 영화로서 이런 류의 작품들이 간과하기 쉬운 드라마의 결여를 잘 극복한 작품이다. 즉, 이야기의 구조나 내용보다는 현장감에 올인하는 페이크 다큐의 맹점을 영리하게 커버하고 있다.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조부모라는 미지의 대상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공포와 그 과정을 통해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트라우마, 그리고 엄마와 조부모의 소원해진 관계를 극복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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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경우 페이크 다큐 특유의 밀도높은 긴장감과 현실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르적 역할에 매우 충실한 편인데, 일반적인 파운드 푸티지 영상이 싼티나는 비주얼에 멀미를 유발시키는 부작용을 지닌 것과는 달리 잘 계산된 동선과 세련된 비주얼로 이러한 단점을 깔끔히 제거했다. 게다가 자극적이면서 선혈이 낭자한 호러가 아니라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장소를 잘 이용한 서스펜스에 역점을 두었다. 여기에 샤말란 특유의 반전코드는 보너스다.
후자의 측면에 있어서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공포물이면서도 아역 배우들을 내세운 유머로 간간히 긴장을 적절히 푸는 한편, 아이들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에도 포커스를 맞추며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충분한 여지를 만든다. 이들이 겪는 공포의 과정은 자연스럽게 한 가족의 치유라는 결말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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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더 비지트]는 공포물이자 한 편의 가족영화로서 영리하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영화다. 전작인 [애프터 어스]의 나태함에 실망한 관객이라도 이번만큼은 아직 녹슬지 않은 샤말란의 재능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케이스
블루레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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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극영화이지만 사실성을 추구하는 페이크 다큐의 특성상 화질 자체에 주안점을 둔 작품은 아니며 화질이 감상에 큰 영향을 주는 영화도 아니다. 블루레이로 보기에는 평균적인 화질로서 디테일이 잘 살아있는 편이다. 가령 할머니의 얼굴에 나타난 주름의 표현이라든지, 겨울 자켓의 패브릭 재질감마저도 잘 표현되어 있다. 색감도 나쁘지 않은데, 아이들이 입은 컬러풀한 옷의 색상이라든지 차가운 겨울숲과 대조되는 통나무집의 따사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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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5.1 스펙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센터 스피커를 독차지하는 대화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대사는 명료하고 또렷하게 전달된다. 반면 사운드 디자인 수준은 평이하다. 그다지 박력있는 사운드를 기대하긴 힘들고, 정밀하게 계산된 주변음 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느낌의 사운드를 담아내려 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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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 Making of The Visit (09:54)
M. 나이트 샤말란이 말하는 영화 제작 이야기. 단순한 메이킹 필름이 아니라 화면 구성과 편집에 꽤나 공을 들인 영상이다. [식스 센스]의 성공 이후 메이저 영화사의 굵직한 작품들만 만들다가 간만에 저예산 영화로 돌아온 샤말란은 영화 제작의 본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 제작 영상에서는 비단 [더 비지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만이 아니라 영화를 제작하는 일에 대한 샤말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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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예술을 판다는 건 위험 요소가 많은 일로서 예술가가 돈에 이끌리면 제대로 되는게 없지만 예술가가 상업에 영향을 주면 모두가 잘된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자신도 예술이 상업에 영향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는데, 지금까지의 결과물들을 보면 모든 사람이 그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을 듯.
- Delete Scenes (09:15)
총 10개의 삭제장면이 수록되어 있므며 각각의 영상에는 한글 자막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몇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베카와 타일러가 조부모와의 만남 직후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 사실 중요한 복선이 암시되어 있는데, '영상통화'를 자주하겠다는 대사가 담겨 있다. 영화를 본 분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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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댁에 도착한 첫날 밤. 베카와 타일러가 자는 사이 누군가 방에 들어와 카메라로 둘의 자는 모습을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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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시내에 차를 타고 나가는 날, 운전을 하는 할아버지가 세상에 대해 이런 저런 불만을 쏟아내는 장면. 정상인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어딘지 편집증적인 태도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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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을 즐겨하는 타일러가 욕실에 들어가 전날 할머니의 기행을 랩으로 설명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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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ernate Ending (02:23)
최종 편집본에서 삭제된 또 다른 엔딩으로 타일러, 베카, 엄마가 나란히 앉아 외가댁 지하실에서 찾아낸 편지를 읽는 장면이다. 편지의 내용은 엄마와 관계가 소원해진 할아버지가 후회와 화해의 뜻을 담은 것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치유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너무 직접적인 메시지의 전달 방식인데다 영화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느낌이 들어 본편에서는 삭제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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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cc's Phone (01:12)
베카가 외가댁에 방문했을 때의 일상을 폰카로 찍은 사진들. 배우들이 장난삼아 찍은 것인지, 영화에 쓰기 위해 찍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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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평
[더 비지트]가 샤말란의 ‘완벽한’ 부활인지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에게 부와 명성을 안긴 [식스 센스]의 충격이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기에 앞으로 그의 필모에서 그것을 뛰어넘을 작품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더 비지트]는 분명 초심으로 돌아간 샤말란의 솔직담백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파운드 푸티지 기법이 사용된 공포물에 식상한 편이었는데, 이 작품만큼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서사와 테크닉을 가지고 맛깔스런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샤말란의 연출력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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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더 비지트 -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디나 더네건 외 출연/유니버설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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