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거나,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를 홍보하는 관행 중의 하나는 다른 작품들의 명성을 빌리는 것입니다. “[디스트릭트9]을 능가하는 뛰어난 상상력!” 바로 [더 시그널]의 홍보에 사용된 이 문장처럼 말이죠.
[디스트릭트9]이 갖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독창적인 세계관과 가성비가 탁월한 특수효과 및 오락성과 풍자성을 고루 갖춘 작품성 등 신인급 감독이 헐리우드 상업영화에서 낸 성과를 손쉽게 떠올리도록 하는 작품이니 [더 시그널]처럼 인지도가 떨어지는 영화로선 그런 쪽으로 신선한 영화들을 찾는 관객에게 어필할만한 떡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시그널]은 적든 많든 [디스트릭트9]처럼 제대로 지원을 받아 만든 상업영화와는 지향점이 다른 영화입니다. SF장르와 외계인 소재를 빼면 두 영화 사이에 공통점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말하자면 [더 시그널]은 독립영화제에서나 눈길을 끌만한 그런 소품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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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호기로 가득찬 젊은이들이 노매드라는 이름의 해커를 찾으러 갔다가 정체불명의 수용시설에 감금되어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왜, 어디에 갇히게 된 것인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연구소 직원의 취조를 받습니다. 어느날 그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사막을 벗어나긴 커녕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게 되면서 의혹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합니다.
[더 시그널]은 SF에 미스터리를 결합한 방식을 취한 저예산 영화 특유의 모호함과 투박한 분위기에 기초한 작품입니다. 초중반까지는 제법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연출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 구성 방식에 있어서는 기성 영화들의 수법들을 너무 노골적으로 답습해 나갑니다. 반전이나 몇몇 아이디어는 예상할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며, 중간 중간 진행하는 과정이나 심지어 매듭을 짓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불친철함마저 뭔가 철학적이거나 깊이 있는 상징과는 거리가 먼 허세처럼 느껴지지요.
이렇다보니 저예산 영화가 가진 강점은 증발되고, 그 자리에는 뻔한 기시감이 자리잡게 됩니다. 뭔가 참신하고, 기발한 것을 원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저예산영화의 한계가 있다고 해도 관객과의 친화력을 상실한 채 감독 혼자만의 생각 안에서 홀로 독주한다면 그건 잘 만든 영화라곤 볼 수 없을테니까요. 내러티브의 허술함을 관객의 상상력으로 대체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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