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1966년 미국 ABC 방송을 통해 방영된 TV시리즈 <다크 섀도우>는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전설적인 고딕 소프 오페라로 기억되고 있다. 늑대인간, 뱀파이어, 좀비, 인조괴물 등 미국 대중문화의 호러적 요소들이 이 한편의 드라마에 다 들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크 섀도우>는 1225개의 에피소드를 끝으로 종영되었고, 두 편의 극장판(House of Dark Shadows, Night of Dark Shadows )을 남겼으며 1991년과 2004년에 각각 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요즘 인기 급상승 중인 조셉 고든-래빗은 1991년 리메이크작에서 데이빗 콜린스 역을 맡았다)
<다크 섀도우>의 열렬한 팬을 자청한 조니 뎁과 팀 버튼 콤비가 이 작품의 새로운 리메이크에 눈독을 들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유령신부], [프랑켄 위니], [슬리피 할로우] 등 평소 클래식한 호러무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나타낸 팀 버튼은 [노스페레투] 같은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었던 조니 뎁과 의기 투합해 그들의 8번째 합작품으로 [다크 섀도우]를 선택했다.
[다크 섀도우]의 플롯 자체는 뱀파이어 신화의 전형적인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라해도 무방한데, 죽음과 세월의 흐름 때문에 헤어졌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는 설정이나 영생을 얻은 뱀파이어가 고통받는 영혼의 소유자로 그려지는 면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원작인 TV판 <다크 섀도우>에 비하자면 이번에 나온 [다크 섀도우]는 다분히 팀 버튼식 컨버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그로테스크한 동화적 분위기는 영락없는 팀 버튼의 영화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단짝인 조니 뎁과 그의 아내인 헬레나 본햄 카터, 그리고 [배트맨 리턴즈]에서 사상 최고의 캣우먼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와의 조합이라니! 이보다 더 팀 버튼스러울 수 있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이 영화를 즐길만한 관객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구세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한국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원작에 대한 이해없이 몇몇 에피소드만을 뽑아낸 이 작품에서 관객들은 어떤 부위에 관전의 포인트를 맞춰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카펜터스나 앨리스 쿠퍼가 인기를 얻던 1972년의 미국 시대상을 즐길 것인지, 잭 스페로우의 뱀파이어 버전인 조니 뎁의 코믹연기에 장단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팀 버튼 특유의 음울하며 과장된 세트 디자인과 비주얼에 감탄할 것인지를 말이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다크 섀도우]는 관객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들쭉날쭉한 편집과 불친절한 전개, 감독의 괴벽을 드러내는 연출, 게다가 17세기의 마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주장하는 앨리스 쿠퍼나 원조 ‘드라큘라’인 크리스토퍼 리를 까메오로 끌어들인 건 팬서비스라기 보단 순전히 팀 버튼 본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쉽지만 [다크 섀도우]가 원작만큼의 컬트적인 지지를 얻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이 그간 팀 버튼의 작품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더라도 허술한 개연성과 진부한 설정들, 빈약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팀 버튼의 이름이 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화사한 원색 계열의 컬러와 [스위니 토드] 같이 음울한 모노톤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다크 섀도우]의 비주얼은 본타이틀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일례로 통조림 공장의 폭파씬에서조차 일반적인 폭발씬과는 달리 메탄올을 섞어 붉은 불꽃이 일게 만들었는데, 그처럼 특정 부분에서 의도된 색상의 발현이나 암부 표현력, 디테일에서 모두 수준급의 화질을 보여준다. 팀 버튼 영화의 특장점 중 하나인 비주얼적인 묘미는 이 영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부면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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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화면 자체가 다소 녹색 계통의 색조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드는데,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다음의 화면을 보시면 그러한 느낌이 확연히 드러난다. (화면은 캡쳐후 개인적으로 보정해 보았으니 큰 의미는 두지 말고 참고만 하시기 바란다)
꽤나 포괄적인 장르적 요소를 담고 있는 영화이니만큼 사운드의 다양함에 있어서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한데, 1970년대 초반의 히트곡들을 사용한 BGM을 비롯해 팀 버튼의 음악적 멘토이자 동반자인 대니 엘프먼의 스코어가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호러와 액션이 공존하는 후반부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우퍼의 울림과 사운드의 박력이 풍부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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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개로 나뉘어진 메이킹 필름이 5분 안팎의 짧은 부가영상으로 제공된다. 조니 뎁이 바나바스 콜린스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Becoming Barnabas, 영화의 무대가 된 콜린스포트의 세트장 건설현장을 설명하는 Welcome To Collinsport, 콜린스 가문의 일원들에 대한 각 배우들의 해설을 담은 The Collinses 등 다양한 부가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각 영상에는 한글자막이 지원되며 까메오로 출연한 크리스토퍼 리를 비롯,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와 스탭 대부분이 나와 코멘터리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클라이막스 촬영 중의 에피소드인데, 클로이 모레츠는 고작 15세의 나이임에도 자신이 직접 모든 스턴트를 직접 소화해내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역시 힛걸!!
총 5개의 삭제 장면이 제공되는데 대부분 두 명의 캐릭터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다. 먼저 'Dr Hoffman and Elizabeth discuss Barnabas'는 줄리아에게 닥터 호프먼이 바나바스의 정체를 캐묻는 장면으로 수상한 사람에 자기 조카를 맡겼겠느냐며 줄리아가 반문한다.
'David and Barnabas discuss Dinosaurs'는 데이빗이 바나바스와 공룡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돈보다 더 소중한 건 가족’이라는 콜린스 가문의 신조에 대해 바나바스가 다시금 강조한다.
'Carolyn and Victoria - Girl talk'는 삭제해서는 안될 중요한 씬이 아닌가 싶은데, 캐롤린과 비키가 나누는 대화에서 바나바스가 비키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를 캐롤린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영화 본편에서 비키가 바나바스에게 ‘자신의 엉덩이에 관해 얘기했다’는 부분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한다. 또한 캐롤린이 늑대인간의 비밀을 품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도 본 장면에 들어있다.
'Police warn Willie and Barnabas'는 바나바스와 집사인 윌리가 히피족 살인현장을 차로 지나가다가 경찰관의 검문을 받는 장면이다. 차안에서는 길버트 오설리반의 히트곡 Alone again이 흘러나온다.
'Dr Hoffman offers Victoria help'는 닥터 호프먼이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다.
팀 버튼 특유의 컬러에 부합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이미지적인 측면에서의 평가이고 내실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교적인 면에 치우친 듯한 팀 버튼은 행보는 계속되고 있으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작품의 편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하다. 안타깝지만 [다크 섀도우]에서는 모처럼의 악녀 연기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운 에바 그린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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