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카데미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디센던트]와 [아티스트], [휴고]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지요. 사실 형식의 파괴(라기 보단 과거로의 회귀)측면에서 점수를 얻는 [아티스트]에 비하자면 [디센던트]는 전형적인 아카데미 취향의 내러티브를 지닌 작품입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보통 사람들], [아메리칸 뷰티] 등 아카데미측은 미국 가정의 모습과 가치관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에 언제나 높은 점수를 주곤 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 본토가 아닌 하와이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는 맷(조지 클루니 분)이라는 남자가 영화의 주인공이지요. 하지만 이 남자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두 딸과 보트사고로 중태에 빠진 아내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반전이 더해지는데 중태에 빠진 아내가 실은 자신을 속이고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저 일을 벗삼아 인생을 살아온 그로서는 이제서야 가정의 가장이라는 중책의 무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영화 속의 맷은 딱히 잘못한 게 없어 보입니다. 좋은 직업과 재산이 있지만 검소한 삶을 살았고, 가족 부양을 소흘히 한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큰 딸은 아버지를 멸시하며, 부인은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웁니다. 맷의 잘못이라면 일에 치여 늘 바쁜 삶을 살다보니 가족의 감정적인 필요를 돌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랄까요.
ⓒ Fox Searchlight Pictures, Ad Hominem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이번에도 중년남자의 회한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들이 삶을 돌아보며 제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관객들은 현대인의 삶이 지닌 병폐를 느끼며, 맷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게 됩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먹고 살기 위해 가정을 소흘히 하게 되는 한국 가장들의 삶도 실은 맷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페인의 영화가 지닌 특징은 이러한 감정이입이 관객의 눈높이에서 진심어린 접근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바람을 피운 아내는 의식불명으로 자신의 버럭질을 듣지 못하고, 중대 가족사를 처리하는 여정에 꼽사리를 끼게 된 눈치없는 딸의 남자친구, 설상가상으로 아내의 내연남을 찾아가서 병문안을 권유해야 하는 상황 등 맷을 둘러싼 모든 정황이 코미디 같으면서도 슬픈건 이러한 세팅 자체가 작위적이라기 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가정의 해체라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에 직면한 현대인들에게 있어 [디센던트]는 결국 사람에게 있어 가족이란 고통의 근원일수도, 치유의 근원일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러한 교훈을 주는 면에 있어서 지나치게 근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울고싶은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알렉산더 페인의 장기는 [디센던트]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P.S:
1. 조지 클루니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큰 딸로 나온 쉐일린 우들리를 주목해야 할 듯 합니다.
2. 하와이의 멋진 풍경은 보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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