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흥행불패 감독이라면 누가 있을까요?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은 한국이 자랑하는 웰메이드 필름메이커이긴 해도 확실한 흥행감독은 아닙니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연달아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이나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도 나름 흥행에 있어서는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습니다만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단계이고요, [해운대]로 천만관객을 넘긴 윤제균은 [7광구]를 통해 이미 그 실체를 드러낸 바 있죠. [디 워]의 심형래는… 그냥 생략합시다.
그런면에 있어서 최동훈 감독의 흥행기록은 제법 준수한 편입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에 이르는 그의 영화들은 모두가 흥행력을 갖췄으면서도 한국에서 소위 잘 팔리는 영화들과는 살짝 동떨어진 장르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합니다.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이후 다시금 하이스트 무비로 복귀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배역진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케이퍼 무비가 되었고, 스케일은 더 커졌으며, 이야기의 무대는 해외로 옮겨졌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극 중에서 맛깔스럽게 요리할 줄 아는 감독의 장기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무려 10명에 가까운 메인 캐릭터들이 얽혀 있습니다.
조금은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판을 키웠지만 영화는 제법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의 구조도 간결한 듯 하면서도 약간의 반전 코드를 심어 놓아 관객들의 호기심을 붙들어 놓습니다. 최동훈 특유의 많은 대사량으로 수다스럽게 캐릭터들의 성격을 표출하는 방식도 여전하고요. 역시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합니다. 지루할 틈을 주질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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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완급조절인데… 일단 [도둑들]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감독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말인 즉슨, 평상시라면 일정 장르에 충실하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을텐데 이번엔 생뚱맞은 이종 장르의 색채가 툭툭 튀어나온다는 얘기죠.
가령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색적인 캐스팅이 바로 임달화인데, 임달화가 맡은 첸과 김혜숙의 씹던껌 사이에 형성된 로맨스 코드는 영화의 코미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쳐도, 난데없는 총격전과 비장미 넘치는 화면의 구성은 영락없는 홍콩 느와르를 연상케 합니다. 이건 분명히 감독의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된 거라고 보여지는데다 전체적인 영화 안에서는 상당히 따로 노는 부분입니다. (아,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뭐랄까..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와이어 액션은 그야말로 국내 영화에선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액션씬인데, 이것도 전체적인 영화의 틀 안에서 보자면 많이 튀는 부분이죠. 그만큼 감독이 욕심을 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이스트 무비의 특성상 판타지스런 부분을 현실감있게 풀어내야 함에 있어서 영화가 중후반부터 하드 액션물로 급전환되는 완급의 조절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강탈장면의 묘미가 주는 감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포함해서요.
하지만 [도둑들]이 보여준 가능성, 특히 다국적 배우에 로케이션 촬영으로 외관만 삐까번쩍한 영화들 중에 쓸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나 하이스트 무비라는 마이너 장르의 징크스를 뛰어넘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캐릭터의 낭비를 최소화 시킨 점 등은 높이 살만합니다. 물론 [다크 나이트 라이즈] 때문에 경쟁작이 전무한 상황에서 개봉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는 건 [도둑들]이 이룬 가장 큰 쾌거겠지요.
P.S:
1. 김수현의 캐릭터는 조금 아쉬워요. 단순히 팬심을 고려한 배역이라고나…
2. 신하균의 우정출연은 아주 좋더군요.
3. 웨이홍 역의 배우는 좀 더 무게감있는 사람으로 캐스팅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룡이라던가.. 주윤발 같은… 좀 무리일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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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분들이 모두 추천하더라구요... 이렇게되면 꼭 봐줘야겠네요 개인적으로 임달화, 김혜수 넘 좋구요 영화를 아직 못 봐서 예측하긴 어렵지만 흥행에 성공해서 2도 나온다면 그땐 주윤발이 나올수도 있겠죠? ㅎ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8.11 09:23추천하기엔 좀 애매한데 대중적이면서 오락성이 높은 영화인건 사실입죠
2012.08.11 17:46 신고천만 가겠더군요. 후덜덜덜...
2012.08.11 13:50 신고적어도 캐릭터는 잘 살아 있었기 때문에 아마 자주 봐도 지겹지 않을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를 기대해봅니다! (전우치처럼 나오면 제작사에 쳐들어가...)
솔직히 천만급의 영화는 아닌데.. 시기를 정말 잘 잡았어요
2012.08.11 17:49 신고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어요.
2012.08.12 00:37 신고여러 장르와 코드가 적절히 버무러져있었고요.
그나저나 김수현… 좀 심했습니다.
그냥 극장갔다가 볼 영화가 없어서 시간때우기로 본 영화인데.. 대부분 그리 보지않았을까 싶네요
2012.08.12 08:08 신고오션스 일레븐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류보다는
2012.08.12 03:552000년대 후반 쏟아져 나온 홍콩 범죄 영화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액션, 배신 음모 등등 여러가지가 섞인 뭔가 잡탕 찌개같은 느낌?
개인적으로는 정통 범죄물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감독이 그쪽에 로망이 있었던가 봐요.
2012.08.12 18:31 신고확실히 지루하지 않게, 표값 생각 안 나게 만드는 영화지요.
2012.08.12 08:14페니웨이님 말씀처럼 임달화의 총격 신, 심지어 베레타 권총까지 90년대 홍콩 느와르의 향수가 절절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조금 생뚱맞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웨이홍 역은 정말 깨더군요. 엄청나게 바람을 잡아 놓고
그 아우라를 무참히 밟아 버리는 비주얼이라니...적룡 생각이 난 건 저뿐만이 아니었네요.^^
오션스 일레븐의 아류작이라고 폄하해도 할 말은 별로 없겠지만, 뭐 시기를 잘 탄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웨이홍은 최종보스 답게 뭔가 중요한 반전코드라도 있어야 했지 않나 합니다. 너무 심심하고 상투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렸어요.
2012.08.12 18:32 신고우연찮게 들렷는데요.. 좋은글들이 많아서 여기에 발자취남겨봅니다.
2012.08.12 21:05김윤석-김혜수의 러브라인보다 임달화-김혜숙 러브라인이 더 좋더군요.
더불어 추억을 자극하는것 같은 총격씬도
영화 흥행의 원동력은 무더운 날씨+ 휴가철 최대 피크 + 다크나이트 덕인것 같더라구요.
날씨는 징그럽게 더운데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영화는 안보이고 호평받는 다크나이트는 런닝타임도 길고 분위기도 무겁고 요즘 날씨에는 안맞구요.
여기에 도둑들의 화려한 캐스팅 + 감독의 이름값이 더해지니 역대급 스코어로 나가는것 같네요.
소위 '신의 한수'라는게 있긴 있는거죠. ㄷㄷㄷ
2012.08.15 11:38 신고봉준호는 흥행감독이라 불리워도 큰 무리가 없겠죠.
2012.08.13 08:25가장 비대중적인 영화였던 [마더]조차 300만은 넘겼으니...
([플란다스의 개]가 상당히 대중적인 영화였음에도 100만을 못채운 것에 비하면 아이러니하달까...)
이 영화는 한 번 보자, 란 마음이 있다가도 예고편만 보면 보고싶은 맘이 사라지더군요.
이런 시기에 [브레이브]나 개봉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레이브] 상영하면 딱인데.. 저도 [도둑들]은 정말 볼게 없어서 본거라서요. ㅠㅠ
2012.08.15 11:38 신고감독이 그러더군요. 자기는 오락영화 만드는 사람이지 예술영화 감독이 아니라고..재미있으면 된다. 그것뿐이다라고. 저는 맨 시리즈(스파이더맨 슈퍼맨 베트맨 아이언맨...) 영화를 참 싫어하는 편인데 이건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타급 연기자를 동원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하기 힘든 영화였죠. 그냥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어설픈 짬뽕감독보다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장르가 분명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것도 찔끔 저것도 찔끔 건드려 보는 감독을 싫어하네요.. 오락영화로 충분히 추천할만 합니다. 김수현은 아직 영화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만한 역량은 부족해 보이더군요. 범죄와의 전쟁보다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2012.08.13 11:17최동훈 감독처럼 한국인 입맛에 맞는 오락물 만드는 사람도 드물죠.
2012.08.15 11:40 신고웨이홍이 기주봉 아저씨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이나 키에서나) 기주봉씨 형님 되시더군요.
2012.08.13 13:51만일 주윤발 같은 배우였다면 처음 등장에서 너무 튀어버렸을 듯...
다만마지막 죽을때 두목급 치고 죽는게 단순했어요.
그리고 촬영장면중에 뽀빠이가 갑자기 부산에서 창원으로 공간이동을... ^^
뭐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창원사람들은 공영자전거 누비자 보고 다 알았어요. ^^
그래도 건물 벽 줄타기 액션은 한국영화에서 최고의 액션으로 매기고 싶네요.
막판 보스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길래 뭔가 좀 있을까 했는데 뭐랄까.. 여튼 좀 아쉬웠던..
2012.08.15 11:42 신고노홍철씨가 이 영화를 봤으니 '무한도전'에서 "좀도둑들"이 곧 있으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2012.08.13 14:01ㅎㅎㅎㅎ
2012.08.15 11:42 신고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장기가 묻어난 영화였다 보는데
2012.08.14 03:36크게 불만이 없을정도로 즐겁게 봤는데 솔직히 1000만까지 갈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말이죠. ^^;;;
후반부 와이어 액션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색다른 액션연출이라 느꼈는데 전우치때
노하우를 잘써먹은것 같네요.
꾸준히 여러 장르물을 섭렵하면서 나름의 영화세계를 구축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012.08.15 11:42 신고역시 천만 영화는 영화 외적인 요소가 상당히 크군요. 하늘이 내려줬다고 해야 할까요?ㅎㅎ
2012.08.14 09:42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서 보기 망설여지는데... 흠... 가볍게 보기엔 괜찮은 영화 같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아무리 잘만들어도 대중의 감수성과 동떨어져있으면 그것도 힘들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수작이라 보는 [슈퍼스타 감사용]이 그 좋은 예.
2012.08.15 11:43 신고천만 관객을 향해 나가긴 하지만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모자른 점이 보입니다.
2012.08.15 14:20하긴 '괴물'도 그랬더랬죠.
괴물과의 비교는 좀 무리겠죠. 그건 다분히 풍자적인 영화거든요.
2012.08.16 08:35 신고본문 중 '평상시라면 일정 장르에 ∼ 튀어나온다는 얘기죠.'는 문장 이해가 안 되네요. 평상시라면 일정 장르의 내러티브를 따라갔을텐데 여기선 생뚱맞게 이종 장르가 튀어나온다는 얘기인가요?
2012.08.18 18:17색체 ---> 색채
문장이 이상하네요. 수정봤습니다.
2012.08.19 14:51 신고아 저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이고 요즘 극장가에서 볼만한것이라곤 다크나이트 라이즈 와 이 작품뿐인지라
2012.08.19 11:37천만 돌파는 예상했었네요~
김수현도 김수현 자체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은 연기였는데
워낙 쟁쟁한 연기파 선배 배우들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겠고 좀 묻힌게 아닌가 싶네요.
김수현은 어디까지나 팬서비스 차원이 아니었나 싶어요.
2012.08.19 14:54 신고제발 김혜수는 그만 출연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연기력이 후달리는 데다가 맨날 똑같은 느낌의 배역... 이젠 정말 질립니다.
2012.08.19 21:36김혜수는 맨날 독한년밖에 못하고 다른 연기는 완전히 젬병입니다. 오히려 누나덕을 본다는 김동희만도 못한 병신같은 연기력을 가진게 김혜수입니다.
비슷한 연배의 배우라도 고현정의 경우 독한년, 바보, 착한여자, 당찬여자... 등등 다양하게 소화해 내며 고현정보다 급이 낮다고 평가되는 채시라조차 이런저런 배역이 다되는데 김혜수는 오직 독한년입니다.
진짜 김혜수를 왜 캐스팅했는지 이해가 안갈 지경입니다. 김혜수야말로 아주 철저하고 완벽하게 한물 간 3류 배우일 뿐입니다.
도둑들을 보면서도 보는내내 김혜수를 비웃었을 뿐입니다. 저런 연기밖에 안되나? 그나마도 똑바로 못하나? 이런 느낌일 뿐입니다. 진짜 김혜수 혼자 완벽하게 말아먹은게 도둑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