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먹은 사과.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애플의 로고에 대한 추측은 여러가지가 있다. 잡스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이상 모든 건 추론으로 남을 뿐이지만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설 중 하나는 바로 앨런 튜링 추모설이다. 일반에게는 낯선 인물이긴해도 한 때 천재 수학자로 불리운 그는 암호해독에 능통해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판독한 주역으로서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당시 튜링이 만든 튜링 머신은 훗날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사실상 학계는 앨런 튜링을 컴퓨터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는 전후 동성애 혐의로 재판을 받아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았고,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의한 부작용을 견디다 못해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먹고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애플의 로고는 바로 튜링이 베어 먹은 사과를 상징한다는게 앨런 튜링 추모설의 배경이다.
사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어 컴퓨터를 빼놓을 수 없고, 컴퓨터의 이론적 바탕을 구성한 인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동안 영국 정부로부터 공공연히 은폐되어왔던 튜링의 삶과 2차세계대전 당시 앨런의 암호해독부서가 고전분투하는 내용, 그리고 튜링 머신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아낸다.
학창시절 외곬수였던 튜링에게 유일한 말벗이었던 모컴과 그의 죽음, 그로인해 한 평생 튜링 머신의 발명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튜링의 절박한 심리를 무난하게 잘 풀어간다. 동료와의 갈등과 상부의 압력 하에서도 튜링 머신의 개발에 성공하는 여정이 액자식 구성을 통해 아기자기하게 소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고성능 소시오패스' 연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이미 [셜록]에서 구축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그의 캐릭터는 이 작품에서도 외곬수가 되어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한 천재의 삶을 대단히 설득력있게 표현해 내는데 한 몫한다. 물론 이번에는 '잘 생김을 연기'하고 있진 않지만.
이야기의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나 아카데미 8개 부분 후보에 오른만큼 전통적인 전기 영화의 미덕을 보유한 작품이기에 드라마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에게는 호평받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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