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한 갓난아기가 대학살을 살아남아 학살을 자행한 이집트 왕실에서 자라나고 훗날 성인이 된 그 아이가 신의 계시를 받아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하는 성서 ‘출애굽기’의 내용은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영화계에서는 [십계]로 더 이상의 사족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작품을 만든 바 있지요.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는 이를 재활용한 수준이었고요.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니만큼 이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건 큰 부담입니다. 이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인것 처럼 종교적인 사건을 가공하는 일에는 늘 시련이 뛰따르기 마련이지요. 그나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기대를 모았던 건 고전 서사극에 일가견있는 명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뭔가 거장의 이름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니까 말이죠.

결론부터 말해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그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입니다. 서사도 밋밋하며 인물들의 갈등 구조도 단순화되어 잘 짜여진 드라마로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혹자는 성서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 헐리우드 자본을 쥐고 있는 유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고까지 표현하더군요.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철저히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조명한 출애굽기입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주요 사건의 발생은 모두 성서의 기록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 영화는 많은 사실관계(적어도 성서의 기록을 팩트라고 보는 관점에서)에 있어 적지 않은 왜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령 모세가 우발적인 도망자가 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유배를 당한다는 점, 신의 계시를 받은 후 람세스와 담판을 짓는 과정에서 그의 형 아론의 역할이 삭제되었다는 점, 미리암과 더불어 모세의 유년기에 그의 생모가 유모 신분으로 함께 지냈다는 사실이 빠진 점, 파라오가 남아 살육을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모세가 살아남는 상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 수많은 사실들이 교묘히 왜곡되어 있거나 은폐되어 있지요. 

ⓒ Chernin Entertainment, Scott Free Productions, Babieka.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밀물과 썰물의 자연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나 이집트인 해설자
(?)가 등장해 열가지 재앙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끼워 맞추는 장면 등 여러 면에서 이 영화는 출애굽 당시의 벌어진 초현실적인 현상에서 신의 역할을 배제하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절대자의 이름인 여호와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지요) 신을 어린아이의 형태로 의인화 시켜 모세의 미숙한 이중적 자아처럼 모호하게 처리한 것은 모세라는 인물이 과연 실제로 신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과대망상에 빠진 환자인지 관객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시도로 보입니다.

신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인지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한 에피소드는 역시나 과감히 생략해버리는데, 모세의 지팡이가 뱀으로 변해 이집트 주술사들의 뱀을 모조리 먹어버리는 사건이나 파라오 군대의 맹추격을 받을 당시 광야에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호한 점 등은 전부 빠져있습니다. 만약 리들리 스콧이 성서 원전에 충실하길 원했다면 오히려 드라마틱하고 시각적 스펙터클을 살리는데도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이런 장면들을 굳이 뺄 이유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런 시도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데, 가령 열가지 재앙의 9, 10번째 재앙과 같이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들은 여전히 신앙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독의 연출이 일관성있게 전개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맙니다. 입맛대로의 편집때문에 극의 흐름도 부자연스럽고요. 결국 감독 나름대로는 출애굽이라는 상황설정을 통해 종교와 신앙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여주려하지만 감독 스스로의 모호한 종교적 입장 때문인지 영화도 그러한 스탠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적지않은 분량의 서사를 제한적인 시간안에 다루기 위해 꽤나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인물간의 관계가 기존의 [이집트 왕자]식 라이벌 구도에만 안주하다보니 드라마적인 재미가 반감되어버린 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좋은 배우와 스케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서 전체에 걸쳐 가장 흥미진진한 소재를 썼지만 종교인, 비종교인을 떠나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만족시키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P.S

1.토니 스콧을 위한 추모작이더군요. R.I.P

2.시고니 위버나 벤 킹슬리 같은 좋은 배우가 왜 이리 소모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의문입니다.

3.본문에서 많은 생략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도 모세가 태어난 시점에 자행된 파라오의 남아 대학살 장면이 빠진 건 좀 그렇더군요. 람세스가 10번째 재앙 이후 '도대체 어떤 백성이 그런 신을 섬기느냐'고 표현했지만 실은 이집트의 모든 장자를 죽인 그 재앙이 자신의 선대 파라오가 저지른 죄악의 업보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신의 무자비하고 잔인한 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에 치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달까요. 저는 람세스의 그 대사가 감독이 말하려는 핵심에 가장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적어도 서로 공평한 입장에서 이 주장을 하고 싶었다면 영화는 양쪽 모두를 보여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확실히 비교적 근래에 들어 가장 잘 만든 종교영화는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인 것 같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저작권 관련사항 ◀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권리는 ⓒ 2007-2019 페니웨이™에게 있습니다. 내용 및 이미지의 무단복제나 불펌은 금지하며 오직 링크만을 허용합니다. 또한 인용된 이미지는 모두 표시된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발생하는 책임은 퍼간 사람 본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블로그의 이미지 컷 등의 사용에 대한 저작권법 준수는 해당 공지사항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1, 12월 아이맥스 관람 3연타로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호빗을 계획했었으나...
    인터스텔라는 예매 실패로 메가박스에서 보고 엑소더스는 평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아서 포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네요. 크크

    2014.12.16 11:55 신고
  2. 블랙하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관성 없고 엉망인 편집때문에 극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건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에서 새삼스러운것도 아니죠.

    2014.12.16 14:45
  3. 무쇠주먹용팔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들리 스콧 작품들은 개봉판 - 감독판 간에 완성도 차이가 너무 커서 일단 기다렸다가 감독판 재관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ㅎㅎ

    2014.12.16 15:41
  4. 이준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러니컬하게도 멜깁슨이 다음에 구상했던 작이 바로 모세 이야기였죠 ㅋㅋ 이런 저런 사정으로 완전히 무산되었지만

    2014.12.16 18:18
  5.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기대하던 작품인데... 썩 훌룡하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영화를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모세의 유년기에 그의 생모가 유모로 있었던 것은 성경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교묘하게 왜곡'되었는지 혹은 '은폐'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14.12.16 20:3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본문의 내용이 좀 헷갈리게 적었나요? ;;;

      모세의 생모가 함께 했다는 부분이 영화에서 생략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런 점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중요한 복선이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설정인데, 이 영화에서는 괴상하리만치 뭉뚱그려져 있어요.

      2014.12.16 21:29 신고
  6. 폴리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제 기억이 맞다면 본문에 언급하신 파라오의 유대인 남아 대학살은 눈 역을 맡은 벤 킹슬리가 처음 모세에게 모세의 출신에 대해 이야기 할때 언급을 했었습니다. 물론 대사로 빠르게 처리가 되어 그 잔혹함은 잘 와닿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요....
    저 역시 영화 중간까지 보면서 작품성을 떠나 잘하면 출애굽기 에피소드를 현실적으로 해석한 작품 하나 나오는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극이 진행 될수록감독의 뚝심이 한풀 꺾여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람세스가 질투와 위협을 느낄만큼 대중적인 인기와 리더쉽이 있던 이집트의 왕자이자 미래의 2인자가 노예의 자식이라는 신분이 밝혀지면서 추방을 당한 후 자신의 정체성을 극복하고 다시 입지를 다지고자 유대인 노예들을 선동하고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 이집트 탈출을 감행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재해석을 기대했었는데 결국 약간의 변주가 가미된 십계 혹은 이집트왕자로 끝나더군요.

    2014.12.20 00:0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부분도 너무 이상했던게 한 때 람세스를 능가하는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장군이 한낱 유대인 노인이 '너 님 실은 그 대학살때 살아남은 유대인임'이라고 말한다고 그걸 덜컥 믿어버리는 부분입니다. 또한 여기에서도 또 하나의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 대학살은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할 지도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언과는 전혀 무관한, 선대 파라오가 유대인 인구의 증가를 우려해 벌인 일이지요.

      2014.12.23 12:13 신고
  7.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주얼이나 스케일 때문이라도 극장에서 감상을 해야하는데...
    감독판이 나올까봐 살짝 불안합니다;;;

    2014.12.27 01:11
  8. 이런이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편으로 출애굽기를 현실적으로 각색한 감독의 의도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독경 신화의 한부분을 넣지 않았다고 하고 계시는군요
    주장에 모순이 있습니다.
    오히려 출애굽기를 현실적으로 각색하려는 감독의 의도 덕분에 이스라엘 남아 학살이 빠지고 대신 그럴듯하게 끼워맞춘 이야기가 온것이겠죠
    글쓰신 분의 의도가 논리의 충돌을 일으키는 군요

    2015.07.22 01:23

카테고리

All That Review (1593)
영화 (454)
애니메이션 (117)
드라마, 공연 (26)
도서, 만화 (95)
괴작열전(怪作列傳) (149)
고전열전(古典列傳) (30)
속편열전(續篇列傳) (40)
슈퍼로봇열전 (10)
테마별 섹션 (118)
웹툰: 시네마 그레피티 (15)
원샷 토크 (21)
영화에 관한 잡담 (203)
IT, 전자기기 리뷰 (122)
잡다한 리뷰 (52)
페니웨이™의 궁시렁 (141)
보관함 (0)
DNS Powered by DNSEver.c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페니웨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페니웨이™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Media DesignMyself!
페니웨이™'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