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참 재미있다. 언젠가 밝혔듯, 불가능한 사실에 대한 묘한 과학적 모순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설은 시간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어디까지나 '가설'에 의해 진행되는 시간여행이기에 소재는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물론, 관객도 바보는 아니니까 적당히 둘러댄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시간여행의 테마 자체는 상당히 논리적이어야 하며, 따라서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반드시 수반하게 되어 있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는 여지껏 우리가 봐왔던 시간여행 영화와는 달리 매우 소박한 스케일의 영화다. 잘못된 현재를 바로잡기위해 미래로 간다는 거창한 계획따윈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스팩타클한 액션이나 특수효과와 같은 부수적인 재미는 기대하지도 마시라. 단지 이 작품은 소소한 재미를 읽을 수 있는 한 편의 코미디다.
ⓒ 2004 ROBOT / TOSHIBA ENTERTEINMENT / Hakuhodo DY mediapartners / IMAGICA / All rights reserved.
SF연구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동호회원이긴 하지만 야구라던가, 공중목욕탕에서 목욕하는 낙으로 여름방학을 즐기는 한 무리의 남학생들에게 우연히 주어진 타임머신. 그들이 그 엄청난 물건을 사용하려는 목적은 하나뿐이다. 고장난 에어컨 리모컨을 고장나기 전인 어제로 돌아가 현재로 가져오는 것. 문제는 이 작은 행동 하나가 과연 미래의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런지가 관건이다.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작은 행동과 이벤트가 과연 시간이라는 거대한 연결고리 속에서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미래(혹은 현재)를 바꾼다는 건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필연에 의해서 이루어 진다는 다소 얌전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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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크지 않은 작품인 만큼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다만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실 분들은 초반의 의미없어보이는 장면들과 작은 사건들을 모두 빠짐없이 보라고 권한다.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처음의 지루함이 사실은 영화속에서 아주 중요한 이벤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이 배우 때문이었다. 바로 [스윙걸즈]의 히로인 우에노 주리다. 비록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그녀의 존재자체가 왜 이리도 영화를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인지....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그녀의 밝은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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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반복하자면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정말 매력적이다. 국내에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극히 드물하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헐리우드식 화려함에 눈이 멀어 만든 [2009 로스트 메모리스]나 시대착오적인 코미디인 [천군] 같은 엉뚱한 영화 대신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처럼 저예산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어서 자리를 잡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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