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한국영화로서는 일곱번째로 천만관객의 고지를 밟았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톱스타 이병헌의 1인 2역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지요. 한명의 배우가 두 사람의 몫을 해내야 하는 1인 2역은 사실 쉽지많은 않은 일인데요, 이 시간에는 영화 속에서 1인 2역 연기가 돋보였던 몇편의 영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소개할 영화는 [더블 반담]입니다. 원제가 ‘더블 임팩트’인 이 작품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장 끌로드 반담이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영화로서 25년만에 상봉한 형제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힘을 합친다는 내용의 B급 액션물입니다. 특히 반담은 유독 1인 2역을 맡은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요, 이 영화말고도 복제인간으로 1인 2역이 된 [리플리컨트], 또다시 쌍둥이로 출연한 [맥시멈 리스크], 그리고 과거의 반담과 미래의 반담이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타임캅] 등이 있지요.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6번째 날]입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액션영화인 [6번째 날]은 인간복제의 윤리문제가 한창 대두되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복제인간인 자기 자신과 맞닥드리게 된 한 남자가 겪는 혼돈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지요. 기대만큼의 윤리적, 철학적 담론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생명복제가 현실화 된 세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만한 영화임엔 분명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극중에서 자기 자신과 복제된 또다른 자신을 연기합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또다른 출연작 [라스트 액션 히어로]는 내가 영화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면? 혹은 영화 속의 주인공이 현실세계로 나온다면? 과 같은 역발상을 소재로 한 독특한 액션영화입니다. [프레데터]로 호흡을 맞춘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존 맥티어넌 감독이 다시 한번 손잡은 블록버스터이지만 흥행에서는 참패했지요. 영화의 재미가 떨어진것도 아니고 완성도가 낮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영화계에서는 이 영화가 실패한 이유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 아놀드는 영화 속 캐릭터인 잭 슬레이터와 잭을 연기한 현실 세계의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을 맡아 두 사람이 대면하는 기발한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 역시 [6번째 날]과 마찬가지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다룬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주인공이 어느날 자기의 존재가 부자들의 장기이식을 위한 대용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액션물입니다.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인 링컨 6-에코 역과 그의 원래 주인인 톰 링컨 역을 맡았는데, 악당과 순박한 청년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에 비해 영화가 너무 평이한 블록버스터에 안주한 점이 아쉬운 작품이지요.
[소셜 네트워크]는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될 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이지만 최근 영화기술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만한 작품입니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 스토리를 다룬 노멀한 드라마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본 작품에서는 특이할만한 1인 2역의 기법을 사용했는데요, 바로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쌍둥이, 윙클보스 형제의 모습입니다. 아미 해머의 1인 2역처럼 보이는 이 캐릭터들은 실은 조쉬 펜스라는 배우가 1차로 연기를 하고 그 얼굴 위에 아미 해머의 얼굴을 합성하는 식으로 CG를 사용했는데, 그냥 봐서는 전혀 이들의 연기에 그토록 많은 CG가 사용되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끝으로 [오스틴 파워]를 빼놓을 수 없겠군요. 007 제임스 본드의 패러디 영화인 이 작품은 영국 첩보원 오스틴 파워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악당 닥터 이블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한판승을 벌이는 코미디물로 수많은 비틀기와 오마주가 담겨있는 히트작입니다. 무엇보다 특이할만한 점은 주인공 오스틴 파워와 악당 닥터 이블 역을 모두 한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가 해냈다는 점이죠. 이어지는 시리즈 3편에서는 골드멤버 역까지 소화하며 총 1인 3역을 해냅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에서 여러 배우들이 1인 2역을 해냈는데요, 올 한해 한국영화만 해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외에도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주지훈, [이웃사람]의 김새론이 1인 2역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1인 2역을 보여준 영화는 어떤 영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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