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실미도]부터 [광해]까지 천만 관객 영화를 돌아보다

페니웨이™ 2012. 1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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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는 포스코 블로그에 송고한 글로서 본 블로그의 성격이나 문체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012년은 한국영화계에서도 의미 있는 한 해입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1,303만 2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기록 1위를 갱신한 데 이어 대종상 15개 부문을 석권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한국영화사상 7번째로 천만 관객 고지에 올라 겹경사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이번 시간에는 청룡영화제를 즈음하여 그간 천만 관객의 쾌거를 이룬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와 장동건, 원빈의 열연작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영화 최초로 꿈의 고지라 불리는 천만 관객 돌파의 쾌거를 이룬 작품은 바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입니다. 1968년에 창설되어 1971년까지 실존했던 북파공작부대 ‘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영화로서 남북정세의 변화에 따라 존재의의를 잃게 된 실미도 부대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 사건은 30여 년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세간에 회자되었습니다. 비록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보기엔 다소 어설픈 부면이 있습니다만 한국 근대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서도 오락적인 면에서도 나름의 타협점을 잘 찾아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안성기, 설경구, 정재영, 엄태웅, 허준호, 임원희 등 마초적인 느낌이 강한 남자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초호화 배역으로도 화제를 모았지요.

두 번째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흥미롭게도 [실미도]에 이어 군인들이 주인공인 작품인 이 영화는 한국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고 비유될 만큼 리얼하고 현실적인 전투씬이 압권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장동건과 원빈이 형제지간을 연기하며 전쟁 때문에 서로 떨어져야만 했던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했었지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보다 훨씬 작은 자본을 가지고도 뛰어난 전쟁장면을 연출한 점은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하는 한국영화의 기술력을 보여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사극 영화의 반란 '왕의 남자'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세 번째 천만 관객의 주인공은 굉장히 뜻밖의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였는데요,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퀴어무비적인 요소를 지닌데다 톱스타급 배우도 없었고 더군다나 영화의 장르가 사극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극무대에서 꽤 오래전부터 공연된 ‘이’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연산군과 그의 연인인 장녹수 그리고 연산군의 총애를 받던 한 광대패의 이야기를 풍자적인 시각에서 재구성했는데요, 특히나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광대 ‘공길’역을 맡은 신예 이준기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었지요.

네 번째 작품은 꽤 오랜 시간 한국영화 관객동원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한국영화에서 비교적 마이너 장르에 속하는 크리처물을 표방한 본 작품은 단지 괴수가 등장하는 오락물로서가 아니라 미국과 정부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던지는 일종의 사회 풍자물로서의 느낌이 강한 영화였습니다. 괴수물의 법칙을 깨고 영화 초반에 전신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등장씬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명장면을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거니와 주연인 송강호를 비롯해 박해일, 배두나, 변희봉 등 배우들의 열연과 이들이 빚어내는 깨알 같은 유머들이 두루 잘 어우러진 수작이었지요.

 

    재난 영화에 도전한 '해운대'와 한국형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  

 


다음으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당시 [트랜스포머 2]의 개봉시기와 비슷해 흥행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최첨단 CG의 진수를 보여준 할리우드 영화와 어설프다는 느낌이 와 닿는 [해운대]의 그것과는 비교 자체가 안되었으니까요. 게다가 재난영화라는 장르 또한 한국영화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만큼 관객들의 반응을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관객들은 [해운대]의 엉성한 CG보다는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잘 스며들어있는 소소한 유머와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좋은 반응을 나타냈거든요. 역시나 한국에서 흥행하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할 만큼 신파적인 요소로도 톡톡히 효과를 본 작품입니다.

[해운대] 이후 한국영화는 잠시 침체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많은 작품이 천만 관객 돌파에 실패를 거듭하게 됩니다. 특히나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만든 [7광구]의 대실패와 강제규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마이웨이]의 참패는 영화계에 큰 충격과 동시에 많은 과제를 던져주었지요. 그러다가 3년 만에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한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데 바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도둑들]은 이른바 케이퍼무비라 불리는 범죄영화의 한 장르로서 한국영화에서는 소외된 분야에 속하지만 [범죄의 재구성]으로 이 장르에서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이 정점을 이룬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스타급 배우들에 과거 홍콩 누아르 전성시대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임달화까지 등장시켜 초호화 캐스팅의 묘미를 보여준데다, 강도 높은 액션과 반전극, 여기에 멜로적인 요소를 결합하며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했지요. 게다가 [도둑들]은 기존 천만 관객 영화와는 달리 신파극적인 요소나 사회적인 이슈없이 순수 오락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해 현재까지 최고 흥행수익을 세운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케이퍼무비란?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로 무언가를 강탈하거나 절도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뜻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왕자와 거지의 재해석 '광해:왕이 된 남자'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할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의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사극영화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소설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삼아 한국적인 재해석을 가미한 본 작품은 이제 어엿한 월드스타가 된 이병헌이 단독 주연을 맡아 열연을 보여주었는데요, 한가지 안타까운 건 [광해]의 완성도나 성공과는 별개로 본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인 [데이브]와 유사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어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입니다. 천만 관객 동원은 실패했지만 꽤 많은 관객이 관람했던 [최종병기 활]이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이런 논란이 제기된 건 한국영화의 독자적인 구성력이 조금 부족한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어쨌거나 [광해]는 흥행 성공과 동시에 대종상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이 기세를 몰아 오는 제33회 청룡영화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013년, 새로운 천만 관객 영화 탄생을 기대하며!  

 

이상으로 천만 관객의 영예를 얻은 한국영화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생각보다 장르도 다양하고 또 여러 감독과 주연들이 그러한 영광의 순간을 맛보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비롯해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나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 같은 기대작이 즐비한데요, 과연 또 어떤 장르의 작품이 천만 관객의 8번째 역사를 쓰게 될까요? 2013년의 한국영화를 기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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