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해외에서 리메이크된 한국영화 이야기

페니웨이™ 2012. 10. 3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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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올드보이]가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전해졌지요. 성격파 배우 조쉬 브롤린과 샬토 코플리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바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2003년에 발표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로서 당시 충격적인 결말과 뛰어난 미장센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탄 바 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세계 영화시장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 영화가 완성도를 인정받아 헐리우드를 비롯한 각 나라들에서 속속 리메이크 되고 있는데요, 2001년 이후에 무려 20여편에 달하는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이 해외로 팔려 나갔습니다.

물론 판권이 팔렸다고 해서 제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알려준 작품은 바로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헐리우드 영화 [레이크 하우스]입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우편함을 통해 서로의 마음과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멜로물인 이 작품은 [스피드]의 사랑스러운 커플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무려 12년만에 스크린에서 재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다시 만난 시점에서는 둘 다 달달한 멜로를 선보이기에 너무 나이가 들었고, 또한 [시월애]의 멋진 비주얼을 따라갈만큼 영화의 미장센이 훌륭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군요.

1997년 이정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신양과 최진실이 최루성 연기를 펼쳤던 영화 [편지]는 태국의 [더 레터]라는 영화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연인을 지켜보는 여인과 두 사람의 이별, 그리고 죽은 남자에게서 날아오는 편지라는 소재의 이 작품은 터이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릴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물론 시한부 인생을 다룬 최루성 멜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진부한 리메이크일지 모르지만 타이의 관객들에겐 큰 감동을 주었나 봅니다.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역시 헐리우드행 리메이크 티켓을 따낸 작품이지요. 전지현과 차태현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살아숨쉬었던 이 작품은 제시 브래포드와 엘리샤 커스버트가 주연을 맡고 얀 사뮤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마이 쎄시 걸]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국내판과 거의 유사한 스토리를 지녔지만 원작이 지녔던 아기자기한 묘미의 반도 못살린채 DVD시장으로 직행한 불운의 작품이기도 하지요. 일본에서는 쿠사나기 츠요시, 다나카 레나가 주연을 맡은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졌는데 더 놀라운건 이 영화가 인도에서 [어글리 아우르 파글리]란 제목의 비공식 리메이크작도 나왔다는 겁니다.

한편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는데요, 스산한 공포물의 성격이 강했던 국내판에 비해 헐리우드판은 다분히 반전 스릴러의 느낌이 강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리메이크들이 원작보다 한참 못미치는 결과를 보여준 반면 이 작품은 나름대로의 재해석을 거쳐 비교적 쓸만한 리메이크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김지운 감독의 또다른 작품인 [조용한 가족]은 일본의 괴짜감독 미이케 다케시 감독의 [가타쿠리가의 행복]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잔혹 코미디라는 독특한 이종교배장르로 주목을 끌었던 원작과는 달리 [가타쿠리가의 행복]은 괴상한 가족이 운영하는 산장을 찾은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간다는 설정만 동일할 뿐 장르 자체는 뮤지컬 코미디로서 결말도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클레이메이션을 사용한 표현기법도 매우 인상적이고 말이죠.

PC통신 세대의 사랑을 다룬 장윤현 감독의 히트작 [접속]은 독일에서 리메이크 되었는데요, [여인2와 해피엔드]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역시나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사이버 공간의 사랑을 서정적인 터치로 그려내었고 여기에 뛰어난 영상미를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정식개봉을 하지 못했지만 2001 메가박스 유럽 영화제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상영한 적이 있지요.

이 밖에도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미러]나 [중독]을 리메이크한 [포제션], [동감]의 리메이크인 [시간의 향기], [8월의 크리스마스]의 일본식 리메이크작 등 제법 많은 작품들이 전 세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작품들로 리메이크되어 언젠가는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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