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여름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한 가을이 성큼 찾아왔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팔짱을 걷는 연인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는 계절, 왠지 내 옆구리가 시린것 같다면 이제라도 가을용 로맨스 영화 한편으로 그 허전함을 달래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럼 가을에 보기 좋은 멜로 영화들을 선정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시월애
2년간의 시간차를 두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통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판타지 멜로입니다. 탁월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이현승 감독이 톱스타 전지현과 이정재를 캐스팅해 잔잔하면서도 소녀적인 감성을 잘 살린 가을용 멜로물이지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멜로물 [동감]에 비해 평단과 흥행면에서는 뒤쳐졌지만 서정적인 화면과 여운의 미를 느끼기에는 [시월애] 쪽이 한 수 위라고 생각됩니다. 헐리우드에서는 키애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 주연의 [레이크 하우스]로 리메이크 된 바 있을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 가을날의 동화
홍콩 영화가 아시아 시장을 점령하던 1980년대 후반 피비린내와 쌍권총의 화약연기가 자욱하던 홍콩느와르 속에서 유독 돋보였던 영화입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주윤발과 동양의 마릴린 몬라 불리던 종초홍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숨기고 애써 우정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서로를 대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과장없이 그려내고 있으며 격정적이거나 애절한 감정선이 없이 절제의 미를 잘 살려내고 있지요. 풋풋한 주윤발의 모습과 고혹적인 매력의 종초홍이 요즘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80년대 정서에 기반한 홍콩멜로물의 정점에 선 작품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 미술관 옆 동물원
짝사랑으로 마음을 달래는 한 여자와 아픔을 두려워해 사랑을 믿지 않는 한 남자의 우연한 동거를 재치있게 다룬 작품으로 한국 멜로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지요. 가을을 배경으로 한 배경이 아름답고, 당시로선 연기자로서 아직 큰 이정표를 세우지 못했던 심은하와 이성재가 풋풋하면서도 실감나는 연기로 영화에 감칠맛을 더합니다. 조금 엉뚱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설정이긴 해도 미술관과 동물원이라는 상징적 장소가 부여하는 남녀간의 차이에 대한 해석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약간 촌스럽고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다른건 다 잊어도 영화 속 심은하의 사랑스런 모습만큼은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 원스
독립영화이자 음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작품이죠. 개봉당시 영화를 감상한 블로거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극찬했던 작품으로 훌륭한 음악과 잔잔한 스토리, 여기에 무명에 가까운 신인배우의 참신한 연기가 어우러져 메이저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한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감독과 배우들 모두 전문 영화인들이 아님에도 오히려 이러한 점을 무기로 신선도를 끌어올려 저예산 독립영화의 새지평을 열었고, 주연을 맡은 결성한 글렌 핸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실제 연인이 되어 프로젝트 듀오 '스웰시즌'을 결성해 투어를 나서기도 했었죠.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화적 장치 없이도, 오랜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멜로물로 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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