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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 영상미학의 경이를 맛보다

페니웨이™ 2012. 1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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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도입부에서 웨이랜드사의 8세대 안드로이드인 데이빗은 오래된 영화를 감상하며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면서 영화 속 대사를 읊조린다. “비결은 말이지, 성냥이 뜨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걸세”.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데이빗이 보고 있는 이 영화는 바로 1962년 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실제로 데이빗의 이름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감독한 명장 데이빗 린에서 따온 것을 비롯해 [프로메테우스]는 작품 전반에 걸쳐서 이 뛰어난 걸작의 대사와 미장센, 그리고 메시지를 두루 반영한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 반세기가 지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스펙터클 서사극으로서 시네마스코프 시대의 결정판인 70mm 와이드 시네마의 상징적인 작품이자 데이빗 린 감독의 역작으로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오늘날의 제작비로 환산한다면 2억 8500만 달러짜리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말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얘기는 사실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 문제는 영화의 수치적인 규모가 아니라 바로 그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연출자의 존재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거장이라는 호칭마저도 진부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이빗 린은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 [콰이강의 다리]와 같은 대서사극의 진수를 보여준 진정한 장인으로 자신이 만든 16개의 작품에서 모두 27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간 영화계의 전설이다.

폭력미학의 정점에 올랐던 거장 샘 페킨파는 데이빗 린에게 “우리 둘만이 이 세상에 달랑 남은 진짜들”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처럼 데이빗 린과 같은 대형영화에 걸맞은 대가는 이제는 멸종되어 버린 영화계의 ‘공룡’같은 존재다. 아무리 리들리 스콧이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대형영화에 능수능란한 후배들이 거장의 칭호를 계승했다해도 이들의 영화에서 데이빗 린의 섬세하고 정열이 가득한, 그러면서도 숨막힐 듯 웅장한 스케일을 경험하기란 기대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주목할만하게도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만들어질 당시의 헐리우드는 가히 제국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시대물이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윌리엄 와일러의 위대한 영화 [벤허]와 마빈 르로이의 [쿼바디스], 니콜라스 레이의 [왕 중 왕],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  로버트 알드리치의 [소돔과 고모라]에 이어 마침내 조셉 L 맨키비츠의 [클레오파트라]가 대재앙을 맞이할 때까지 헐리우드는 줄곧 대규모의 영화들에 집중해왔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데이빗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그러한 대형영화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작품이다. 린 감독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영웅으로 불렸던 신화적인 인물 대신 1차세계대전 당시 아랍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영국장교 T.E 로렌스를 모델로 선택했다. 사막에 마음을 사로잡혀 서서히 편집증적인 광기에 물드는 이 독특한 영웅의 재해석은 데이빗 린 감독이 보여준 미학적 스펙타클과 결합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이처럼 당대 최고의 씨네 아티스트이자 스토리 텔러였던 데이빗 린의 역량이 총집결된 영화다. 비단 데이빗 린의 연출력 뿐만이 아니더라도 음악의 모리스 자르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선보인 각본가 로버트 볼트, 뜨거운 열기와 모래바람을 이겨내고 사막의 섬세한 풍경을 70mm 스크린에 담아낸 프레디 영 촬영감독, 그리고 피터 오툴, 안소니 퀸, 알렉 기네스, 오마 샤리프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명배우들의 열연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만큼이나 기막힌 선율을 자아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사막을 배경으로 헐리우드의 마지막 황금시대를 보여준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스스로가 너무나 비대해져 버려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불어난 헐리우드 대형영화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감독의 통제력이 완벽하게 작용한 영화다. 헐리우드의 대자본과 70mm 필름이라는 기형적이지만 시각적 스펙터클의 극한에 이른 와이드 스크린 위에 구현된 화면의 경이는 웬만한 가정에서는 온전히 느끼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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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기억해야 할 것은 본 작품이 무려 4K 고해상도의 2.20:1 오리지널 화면비를 지닌 풀HD화면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5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리마스터링 된 본 블루레이의 영상은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혀올 만큼 환상적이다. 본 50주년 기념판은 감독이 직접최종 편집에서 삭제되었던 장면들을 복원시켜 227분으로 재편집한 디렉터스 컷 롱 버전을 수록하고 있는데 마치 요즘 촬영된 영화를 보듯 잡티하나 없을 깨끗한 화면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어느덧 감동의 물결이 배가 되어 몰려 온다.

특히나 70mm로 촬영된 이 영화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장면으로 알려진 오마 샤리프의 등장씬은 익스트림 롱 쇼트와 500밀리 초고배율 망원 렌즈의 경이적인 결합이 보여주는 영상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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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는 DTS-HD 5.1의 스펙을 지니고 있는데, 모르스 자르의 잊지못할 OST선율과 더불어 수많은 엑스트라가 동원된 사막 전투 장면의 사운드 또한 박력이 있으며 전반적인 서라운드 효과도 매우 훌륭한 편이라 하겠다.

본편의 러닝타임이 워낙 긴 관계로 별도의 서플먼트 디스크가 제공된다. 몇가지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메이킹 필름인 “The Making of Lawrence of Arabia Documentary”와 복원작업에 앞장섰던 스필버그와의 대담을 담은 “A Conversation with Steven Spielberg”, 그리고 “MaAn, Jordan: The Camels Are Cast”를 비롯해 “In Search of Lawrence”, “Romance of Arabia”, “Wind, Sand and Star”, “Newsreel Footage of the New York Premiere” 등은 기존판 DVD에 수록되었던 것을 재활용 했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나마 “Peter O'Toole Revisits Lawrence of Arabia”라는 부가영상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20분짜리의 이 영상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연을 맡았던 피터 오툴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와 더불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의 제작비화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지적인 스타일의 배우인데,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한 본 작품외에도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 Columbia Pictures, Horiz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시대에 탄생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이것은 이 영화에 붙여진 수많은 수식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는 생애에서 가장 존경하는 영화를 묻는 질문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라 답했으며, 완벽주의로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버금가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고백했고, 제임스 카메론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야 말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칭송했다

이번에 출시된 50주년 기념 복원작 블루레이는 기존의 고전영화를 리마스터링한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월등한 복원력을 보여주며 70mm 화면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오리지널 화면비로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다. 아직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감상하지 못했거나 혹은 재감상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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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 디지털 리마스터링 감독판 (2disc) - 10점
데이비드 린 감독, 피터 오툴 외 출연/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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