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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영화 어떠세요?

페니웨이™ 2012. 7.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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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스터리라 하면 에거서 크리스티의 ‘엘큘 포와로’, ‘미스 마플’ 혹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되지요. 이른바 정통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탐정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일본 추리소설들이 대거 서점을 장악한 듯 합니다. 마츠모토 세이초나 히가시노 게이고, 에도가와 란포 같은 작가들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사실 일본인들에게 있어 추리물은 꽤나 인기있는 장르라고 하지요. 오죽하면 탐정만화인 ‘명탐정 코난’이 국민만화라는 별칭을 얻겠습니까.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일본 미스터리 영화 세 편을 추천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먼저 1976년 작 [이누가미 일족] 입니다. 이 영화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원작인데요, 아시다시피 긴다이치 코스케는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라는 대사로 유명한 ‘소년탐정 김전일’의 주인공,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되겠습니다. 물론 만화의 설정일 뿐이지만요. 후훗.

긴다이치 시리즈는 꽤 종류가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은 작품이 바로 [이누가미 일족]입니다. 이 작품은 비단 1976년 이치카와 곤 감독이 만든 영화 외에도 2006년 감독 스스로가 다시 리메이크 한 작품을 포함해 영화로만 무려 세 차례, TV판으로는 다섯 차례나 만들어질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합니다. 1947년 일본의 제약왕 이누가마 사헤이의 유언장 공개를 위해 일족이 모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극을 동경의 후줄근한 사립탐정 긴다이치가 밝혀내는 내용이지요.

반전의 묘미가 일품이기도 합니다만 긴다이치 시리즈의 특징은 주인공인 탐정이 좀 뒷북 형식으로 사건이 모두 벌어지고 죽을 사람은 다 죽은 후에야 사건의 진상에 다가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상 최고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얻은 김전일과 모종의 공통점이…-_-;;;) 긴다이치 고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만 약 20편에 달하니까 이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찾아 보시길.

다음으로 추천할 작품은 [천국과 지옥]입니다. 일본이 낳은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흑백영화로 유괴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 사이에서의 내면적 갈등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시대극 뿐만 아니라 현대물에 있어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게 되지요.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일본 작가가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탐정소설가인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중 '왕의 몸값'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로서 전후 일본의 자본주의 체계로 생겨난 자본가와 서민의 계층적 양극화에 대해 제법 진지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부유한 사장의 아들이 유괴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운전사의 아들이었다는 설정을 통해 전후 일본의 자본주의 체계로 생겨난 자본가와 서민의 계층적 양극화에 대해 제법 진지한 화두를 던지고 있지요. 스릴과 서스펜스는 다소 떨어집니다만 리얼리즘 수사극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오늘날까지도 걸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천국과 지옥]의 리메이크를 의뢰받은 적이 있는데, 거장 구로사와 감독과의 맞대결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결국 2007년에는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에 의해 TV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추천작은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카와 마나부 시리즈' 중 한편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데, 원작의 설정을 약간 변형시켜 방영한 TV 시리즈 [갈릴레오]의 연장선에 있는 극장판입니다. 원래 소설에서는 주인공 유카와 교수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쿠사나기 슌페이 형사가 버디를 이루지만 드라마에서는 신참 여형사 우츠미 카오루의 비중을 높혀 남녀 커플로 탈바꿈 시켰지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수상에서 번번히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마침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었는데요, 극장판 [용의자 X의 헌신]은 드라마 [갈릴레오]의 캐릭터 구성과 배우, 스탭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 작품으로서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총 37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유카와 마나무 시리즈의 캐릭터 파워를 더욱 확고히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TV 시리즈 [갈릴레오]

범인이 먼저 등장하고 그 트릭을 밝혀내는 시리즈의 특성상 누가 범인인가 보다는 범행의 수법에 초점을 맞추긴 합니다만 [용의자 X의 헌신]은 단순한 트릭간파의 묘미보다는 범죄사실보다는 한 남자의 연정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드라마틱한 재미를 갖춘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방은진 감독, 류승범 주연의 [완전한 사랑]이라는 작품으로 리메이크 되어 올해 개봉될 예정이라니 일본판과는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됩니다.

이렇게 세 편의 일본 미스터리 영화를 살펴보았는데요, 같은 미스터리 장르라 하더라도 소재와 테마 면에서 상당히 다양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올 여름 무더운 날씨 속에 시원한 일본 미스터리 영화 한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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