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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엔 시작이 있다 <프리퀄>의 세계

페니웨이™ 2012. 6. 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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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문득 ‘프리퀄 Prequel’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내가 ‘프리퀄? 그게 뭐임?’하는 겁니다. 영어를 나보다도 훨씬 잘하는 사람이니 단어의 난이도 문제는 아니겠고, 결국엔 프리퀄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화를 썩 좋아하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직은 생소한 단어라는 뜻이겠지요.

흔히들 속편이라 하면 전편에서 이어지는 그 뒤의 이야기를 기대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이를테면 [아이언맨] 다음에 [아이언맨 2]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이런 형식으로 연결되는 후속편을 이른바 ‘씨퀄 Sequel’이라고 부릅니다. 순차적인 시간상 흐름에서의 속편인 셈이죠.

그러나 반대로 전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 후속편이 나올때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소재고갈에 허덕이는 헐리우드에서 주도하고 있는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가령 대표적인 예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않는 위험]이 되겠습니다. 원래 [스타워즈]의 1편은 1977년에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으로서 ‘에피소드 4’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어떤 긴 이야기의 중간지점부터 시작한 듯한 느낌을 주었지요.

이후 에피소드 5,6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완성한 조지 루카스는 세월이 한참 흐른 1999년에야 비로서 ‘에피소드 1’을 내놓는데, 이것은 클래식 3부작에서 다루지 않았던 다스베이더의 이야기 즉,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에피소드 1,2,3으로 완성된 [스타워즈]를 사람들은 ‘프리퀄 3부작’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 Lucas Film.

이런 프리퀄은 찾아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레이더스]의 속편인 [인디아나 존스: 죽음의 사원]은 개봉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레이더스]의 속편으로만 알았지 이를 프리퀄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레이더스]의 시대적 배경은 1936년인데 반해, [인디아나 존스: 죽음의 사원]은 1935년이 배경이거든요. 사실 [인디아나 존스: 죽음의 사원]의 경우는 프리퀄이라는 점이 극의 흐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리퀄이라는 점은 기억해둘만 하지요.

ⓒ Paramount Pictures.

역사상 최고의 속편이라고 칭송받는 [대부 2]의 경우는 실상 프리퀄과 씨퀄이 공존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2편의 영화로 나눴어야 할 작품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편에서 사망한 비토 콜레오네의 일대기와 그의 아들 마이클의 대부 승계 이후를 동시에 교차 편집으로 다뤄주고 있어 전편을 뛰어넘은 유일한 속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고 있습니다.

ⓒ Paramount Pictures.

물론 작품성과 프리퀄의 상관관계는 무관한데요, 전편의 이름만 빌려 오다시피한 [내일을 향해 쏴라 2]같이 졸속으로 제작된 프리퀄이 있는가 하면, 얼마전 개봉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나 3부작의 훌륭한 징검다리가 되어준 [무간도 2] 등 전편못지 않게 훌륭한 완성도로 포장된 프리퀄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원래는 리부트의 개념에 가깝지만 어쨌거나 프리퀄의 성격을 지녔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꽤나 잘 만든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 20th Century Fox./寰亜公司

한편 여름시즌을 앞둔 지금 두 편의 프리퀄이 대기중이어서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그 중 한편은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기획단계에서 [에이리언]의 프리퀄로 설정되었다가 중간에 프리퀄이 아닌 독자적인 작품이라고 발표를 했지만 예고편이 공개되고 시사회까지 거친 지금, 다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뭐 엄밀히 말해서 [에이리언]의 완벽한 프리퀄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에이리언]에 대한 언급과 암시가 주어지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 20th Century Fox.

또 하나 기대를 모으는 영화는 바로 [더 씽]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1951년에 제작되었다가다시 존 카펜터 감독이 1982년에 리메이크한 영화 [괴물 The Thing]의 프리퀄입니다. 비록 흥행은 저조했지만 영국 영화 전문 연구소의 교재로도 채택될 정도로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던 전작에 이어 이번 프리퀄 역시 전편의 긴장감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작년에 공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개봉 연기를 거듭끝에 지각개봉을 하는게 좀 아쉽지만 어쨌더나 성공적인 프리퀄이라는 점 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Universal Pictures.

이렇듯 기원을 찾아 올라가는 프리퀄은 일반적인 속편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비록 전편을 다시 복습하고 봐야 재미가 배가된다는 단점아닌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저도 [프로메테우스]를 보기 전에 [에이리언]이나 다시 한번 복습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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