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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77단의 비밀]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떠오르는 기대주가 된 박승철 감독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려 4편의 로봇물을 연달아 내놓는다. 문제는 1980년대 주류를 형성했던 완구 스폰서와의 밀착관계 때문에 일본 프라모델의 카피본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박승철 감독의 첫번째 로봇물인 [슈퍼타이탄 15]는 그 점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낳게 만든다.

ⓒ 한일문화 All rights reserved.

 

영화 초반의 [은하철도 999]에서부터, 일본 특촬물 [대전대 고글파이브]의 고글로보를 베낀 슈퍼타이탄 7, 그리고 타이틀롤인 슈퍼타이탄 15는 일본 애니메이션 [기갑함대 다이아라가XV]와 완벽한 쌍둥이다. 그뿐만 아니라 악당의 보스급 로봇으로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는 [기동전사 건담]에서 지온군의 마쿠베가 탑승하는 모빌슈트 ‘걍’을 그대로 베끼는 등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기갑함대 다이아라가XV ⓒ TOEI. All rights reserved.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안춘회 작가의 동명 코믹스 [슈퍼타이탄]은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지만 원작의 표절시비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가려고 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로봇 디자인 자체는 어쩔 수 없이 다이아라가를 그대로 썼지만 제목은 ‘15’를 뺀 그냥 [슈퍼타이탄]으로 바꿨다.

코믹스판을 그린 안춘회 작가는 [슈퍼타이탄]에서 몇가지 설정에 손질을 가했다. 가령 원작의 주인공인 소년 태호는 코믹스판에서 여자아이인 채림으로 바뀌었고, 보스급 로봇인 헤라클레스는 기간테스 1호로 이름을 바꾸고 그냥 로봇이 아닌 인간형의 거인 전사로 완전히 달라졌다.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원작 애니메이션은 슈퍼타이탄 15의 조종사 탄이의 활약, 내지는 존재감이 매우 희미하다 할 수 있는데, 코믹스판에서는 비중이 훨씬 커져서 한편으로는 로봇물로서의 느낌보다는 일종의 밀리터리 액션물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크라잉 프리맨’으로 잘 알려진 이케가미 료이치의 화풍과 흡사하기로 유명한 안춘회 작가의 솜씨니 만큼 인물 작화만큼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 현대코믹스. All rights reserved.

 

기본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원작과 비슷하나 군데군데 각색이 많이 되어 있으며 재미면에 있어서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화끈한 재미를 선사한다. 실종된 민박사를 찾으러 가던 탄이 일행이 찾으려던 민박사는 안찾고 보스전을 치루자마자 급하게 마무리되는 황망한 엔딩은 코믹스에서는후편을 통해 그 뒷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면에서 완결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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