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ㅅ

슬랩스틱 브라더스 - 나는 만담 코미디언이다

페니웨이™ 2012. 2. 1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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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스틱 브라더스]는 시나가와 히로시의 자전적 소설인 '만담 갱'을 자기 자신이 직접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사실 [슬랩스틱 브라더스]라는 제목이 저는 그닥 맘에 들진 않습니다. 슬랩스틱은 이른바 몸개그죠. 이 영화에서 다루는 건 만담개그, 즉 말장난이 메인입니다. 사실 일본에서의 만담은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있는 개그장르죠. 흔히 바보 역할을 하는 사람과 이를 되받아치는 츳코미 역할의 콤비가 팀을 이룬 스탠딩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10년간 만담 코미디언으로 활동해 온 한 남자가 팀이 해체되면서 인생의 나락 근처까지 갔다가 우연히 유치장에서 만나게 된 불량배에게서 천부적인 츳코미의 재능을 발견해 새로운 콤비를 짜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이야기가 그리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성장영화니까요.

[슬랩스틱 브라더스]는 과장법과 허세로 점철된 일본 특유의 웃음 코드를 선사합니다. 도무지 일본식 유머가 체질에 맞지 않는 분들이라면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영화의 소재자체가 만담이다 보니 등장 캐릭터의 대부분이 이런 만담 스타일의 대사를 구사합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계된 것이니 기본적인 만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를 전혀 즐길 수가 없지요.

ⓒ Kadokawa Pictures, Yoshimoto Kogyo Company.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영화가 지닌 긍정의 에너지만큼은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바뀔 수 있어’와 같은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의 향연은 조금 유치하지만 인생의 낙오자나 다름없는 두 사내가 만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꽤나 해피하면서도 응원하고 싶게끔 만들거든요. 영화의 외견은 코미디이지만 그 내면에는 가슴찡한 드라마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지요.

영화 초반부의 유치장 설사씬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정줄놓고 박장대소할 정도로 빵터집니다. 더러움과 번뜩이는 재치, 그리고 속사포 같은 대사가 하모니를 이루는 이 씨퀀스는 마치 개그만화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온 것 처럼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원래 화장실 유머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이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후반부의 만담개그가 초반부의 화장실 유머를 넘어서지 못하는게 단점 아닌 단점이랄까요.

다소 일본문화의 색체가 짙은 편이지만 제 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만큼 어느 정도의 대중성도 갖추었습니다. 자신과 개그코드만 맞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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