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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 생애의 마지막 8분

영화/ㅅ 2011. 5. 7. 09:18 Posted by 페니웨이™










어디선가 [소스 코드]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내렸더군요. '올해의 [인셉션]'. 작년에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인셉션]에 비견될 영화라니, 과연 어떤 작품인지 기대치가 마구 샘솟지 않습니까?

[소스 코드]의 감독은 던컨 존스입니다. 작년 [더 문]이라는 SF소품으로 꽤나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던 신예이지요. 거기에 최근 블록버스터에서 자잘한 드라마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해내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제이크 질렌할이 주인공이니 외견상으로도 썩 나쁜 조합은 아닙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기차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눈을 뜬 남자의 앞에 앉은 여자는 이런 저런 말을 거는데, 남자는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왜 여기 와 있는지, 뭘 하고 있는것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경악하게 되지요.

다분히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얼떨떨한 가운데, 남자는 갑작스런 열차 폭발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딘가의 공간에 갇혀 다시 눈을 뜨게 됩니다. 알고보니 지난 8분간의 상황은 이미 일어난 일로서 주인공은 8분전의 기차안으로 돌아가 기차를 폭발시킨 테러범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띈 군인입니다. 이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남자는 계속해서 몇 번이고 8분전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겁니다.

ⓒ Mark Gordon Company, The, Vendom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단순히 시놉시스를 놓고보면 [소스 코드]는 신선한 작품은 아닙니다. 과거로 돌아가 시간을 반복한다는 설정은 [사랑의 블랙홀]이나 [레트로액티브], [나비효과] 그리고 B급 영화 [12시 01분]까지 다양한 영화들에서 써먹은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반복성'이란 설정을 빼면 파이는 훨씬 넓어지지요. 심지어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했던 [페르시아의 왕자]도 말하자면 시간여행으로 사건을 바로잡는 내용 아니었습니까?

그렇지만 던컨 존스는 그렇게 간단한 아류작의 범주에 머무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일단 기본적인 틀 자체는 SF적인 요소로 꾸미되, 그 내용을 채우는 건 나름 독창적이라는 얘기죠. 일단 [소스 코드]는 두가지 미스테리를 던져놓습니다. 하나는 열차 폭파범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며, 두 번째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지요.

사실 진짜 흥미로운 건 첫번째 보다 두 번째 미스테리에 있습니다. 누가 테러범이냐에 대한 대답은 영화의 중반 즈음에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만 -사실 범인을 밝히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마치 양파껍질처럼 까면 새로운 의문이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공간적 배경이 다양하지 않은 탓에 영화는 사실상 밀폐 공간에서의 스릴러적인 특성을 더 많이 가지게 됩니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이 두 가지 제약 안에서 주인공은 실로 다양한 미스테리를 풀어나갑니다.

ⓒ Mark Gordon Company, The, Vendom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가 짧다보니 캐릭터 구축에 할애할 만한 시간이 조금 부족한데 그 부족한 부분을 제이크 질렌할이나 베라 파미가 같은 노련한 배우들이 잘 메우고 있습니다. 특히 베라 파미가는 극히 제한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표정만으로 캐릭터를 살려내는 놀라움을 보여줍니다. 대기 만성형 배우란 이런 것일까요?

또 한가지 눈여겨 봐둘 점은 다분히 흥미위주의 이야기를 가진 작품임에도 휴머니즘을 강조한 드라마가 꽤 짙게 베어 있다는 겁니다. 이는 감독의 전작인 [더 문]의 연장선상으로 봐도 무방한데, 인간의 존재론적인 가치에 대한 성찰이나 남녀간의 사랑, 부자간의 갈등 같은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큽니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보여주기란 쉽지 않은데, 던컨 존스는 데뷔작부터 범상치 않은 내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도가 높은 영화이니만큼 93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할 시간은 없습니다. 다만 시각적 스펙터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올해의 [인셉션]으로 이야기한다는 건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는군요. 아마도 던컨 존스의 강점은 이런 작은 스케일 가운데서도 뭔가 낭비없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P.S:

1.아마 [소스 코드]에서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은 엔딩을 앞둔 5분여의 시간일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부분은 차라리 여운을 남기고 처리했더라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은데, 약간 욕심을 부렸달까... 오히려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엔딩으로 마무리를 하더군요. 보다 많은 담론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2.번역은 홍주희입니다. 긴말은 않겠어요. 가뜩이나 설정이 복잡한 영화에 홍주희 번역이니 관객들의 추리력과 상상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느낌입니다. 헐헐....

3.양자 물리학의 이론을 응용한 시간 여행물인 [광속인간 샘] (Quantum Leap)의 주인공 스콧 바쿨라가 주인공 콜터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합니다. 물론 전화기 상의 목소리일 뿐이지만 말이에요. 이로서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소스 코드]의 설정이 [광속인간 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겠지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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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희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셉션과 비견될만 하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그만한 충격은 주지 않았지만 꽤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반전은 "번역:홍주희" 입니다.

    2011.05.07 10:56
  2. 엉뚱뽀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두번째 미스테리 덕분에 진부한 시간여행(?) 스토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이 영화의 엔딩은 "과하면 덜한만 못하다"라는 교훈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더군요. ^^;

    엔딩이 주성치의 선리기연처럼 아~련 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

    2011.05.07 11:09
  3. 나이트세이버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가 딸리는데 홍주희 번역이라니...;; 관람이 어려울 정도인가요? 상황 이해해가면서 자막까지 동시에 유추하는 건 너무 힘든데... ㅠ_ㅠ

    2011.05.07 11:4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감으로 때려잡으면서 영화를 봤어요 ㅡㅡ;; 워낙 이쪽 영화들이 그럴듯한 설명 갖다 붙이느라 블라블라 요상한 용어들을 나열하는데 리스닝만으로는 도저히 못따라 가겠더군요. 게다가 번역을 보자니 더욱 혼란스런.. ㅜㅜ

      특히 마지막... 영화에도 없는 자막을 번역자가 만들어 붙여놓은걸 보고 '아아.. 이제 한국에서 번역일이란 가히 창조의 경지에 이르렀구나'를 느꼈습니다.

      2011.05.07 11:57 신고
  4. 즈라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진진하네요. 꼭 감상해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 정말 좋아합니다. +_+

    요새 페니웨이님 덕분에 극장 나들이가 잦아집니다...-ㅅ-+

    2011.05.07 11:49
  5.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번에 올해의 인셉션이라는 평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대 돼서
    페니워이님 리뷰를 계속 기다렸습니다. ^^
    뭐 역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평을 해주셨지만
    확실히 볼만한 작품이긴 하겠네요.
    조만간 극장을 가게 된다면 소스코드와 토르 중에 골라야겠네요.
    복잡한 설정과 딴소리 자막을 머리 쓰면서 볼 것이냐
    그냥 별 생각 없이 즐기면서 볼 것이냐... ^^

    덧. 제목을 보고 프로그래밍 하는 소스코드 이야기가 나오나 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2011.05.07 12:51 신고
  6. 한바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히 <인셉션>에 비교하는 건 좀 무리일 듯 싶더군요.

    전 너무 쉽게쉽게 전개(쉽게 범인을 찾고 쉽게 설득을 하고 쉽게 사랑을 얻고)

    되어 나가서 조금 치밀함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배우들의 호연이 그 간격을 매꿨지만요.

    결말에 대한 감독의 강박이 보여 여운이 전혀 없었던 점이 특히 아쉬웠어요.

    2011.05.07 13:3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직은 신인급이니 조금 관대하게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드라마에 꽤 강한 승부욕을 보이는 것 같아 블록버스터로 빠지더라도 미셸 공드리 꼴은 안날것 같아서요. ㅎㅎ

      2011.05.07 13:51 신고
  7. 에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에 살아서 개봉하자 마자 봤는데 정말 재밌게 봤어요.
    영화보면서 설마 설마 했는데 두번째 미스터리의 예상이 맞아떨어져버리고 말았지요 ㅠㅠ

    그나저나 이 영화의 번역이 안좋으면 어떻게 알아듣나요 ㄷㄷㄷ

    2011.05.07 14:33
  8. 환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는 키스하던 장면에서 끝났으면 더 깔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더군요.
    간만에 요런 스타일 봐서 재미있었어요.

    2011.05.08 09:17
  9. rainis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여기서 스릴러라기 보다는 전작 'Moon'의 느낌이 더 들더군요. 초기화 되어서 반복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주인공의 슬픈 운명...

    2011.05.08 09:22
  10.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이지 딱 '그' 장면에서 끝이 났더라면 영화 사상 최고의 명 결말이 되었을텐데 사족을 붙여서 좀 아쉽더군요.

    2011.05.08 16:22
  11. 유머나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슬프고도 기쁜 이야기더군요..

    2011.05.09 11:00
  12. 트래비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개봉하면 꼭 볼 영화 1순위지요. 그런데 위에서 말이 많은 홍주희 란 인물은 그간 오역으로 악명을 떨쳐온 거같은데 어떻게 이런 블록버스터 번역일을 계속 하게 되는 걸까요?

    2011.05.09 18:1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로 말하기엔 좀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아쉽습니다만 이 번역일이란게 사실 보이는것 이상의 여러 환경이 갖춰져야 일감을 따내는 것인지라...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단가와 속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1.05.10 09:36 신고
  13. 추억의 영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먹던 반찬에 한두가지 재료를 첨가한 퓨전요리라고 해야 할까요?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도 평이한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어찌보면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도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의 솜씨가 탁월합니다
    그리고 전 미셀 모나한 보다 베라 파미가가 더 눈에 끌리더군요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이 있는 배우 같습니다(파란 눈이 매력)
    처음 볼때부터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찾아보니 디파티드에서 정신과 의사로 출연했던것 같더군요
    글 잘읽었습니다^^

    2011.05.10 11:0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베라 파미가 참 좋아합니다. [디파티드]에선 오히려 좀 생뚱맞은 배역이라 생각했는데 ([무간도]의 여주 2인을 하나로 합친 캐릭터라 ㅜㅜ) 갈수록 정이 드는군요. 영어 발음이 참 좋은 배우입니다.

      2011.05.10 19:51 신고
  14. 77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던칸감독 나중에 크게 터뜨릴 것 같습니다.ㄷ

    2011.05.10 17:55
  15. Ja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운을 남기도록 정지화면에서끝났다면 평행이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버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쪽현실에서 죽으면 죽는거고 그간의 일은 그야말로 머리속의 일이 되어버리니까요...

    2011.05.10 20:3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니까 그 평행이론은 관객에게 여운으로 남겼어야 했다는 거죠. 이 영화에선 오히려 사족을 붙임으로서 영화가 굉장히 제한적인 관점으로 돌변했어요.

      2011.05.10 22:28 신고
  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를 보고 난뒤 "이 영화는 다른 사람의 몸과 인생을 송두리째 강탈하여 살아가는 나쁜 주인공의 이야기" 라고 느낀 건 저뿐인가요? ㅎ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본 흥미진진한 영화였습니다. 양자역학과 평행이론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헉! 했지만요 ㅋ

    2011.05.11 08:34
  17.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보면서 엔딩이 어색하다고 느껴졌는데 다른 분들도 그렇군요.

    2011.05.15 13:56
  18. 샴페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DP 의 샴페인입니다. ^^ 뒤늦게 소스코드를 보고 검색을 했다가 페니웨이님의 블로그에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전 좀 다른 동기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아는 분이 시카고가 많이 나온다고 하셔서.. 아닌게 아니라 초반 몇분간은 너무나 친숙한 광경 덕분에 영화에 몰입을 못했습니다 ^^ (배트맨 다크나이트도 그렇습니다 ^^) 그런데 영화는 정말 재밌게 보았습니다. 저는 크리스 놀란을 좀 일찍 좋아한 사람인데 의외로 인셉션에서 많이 실망을 했었어요. 이제는 던컨 존스를 눈여겨보아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가요

    2011.07.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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