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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슈퍼맨 2: Restored International Cut - 궁극의 버전을 찾아서

페니웨이™ 2013. 10.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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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지난번 잠시 언급한바와 같이 [슈퍼맨 2]의 또 다른 버전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던 계기가 있으니 바로 1984년 ABC 방송국을 통해 방영된 '확장판'이었다. 중요한 건 'ABC 확장판'이 수많은 [슈퍼맨 2]의 버전 중 하나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곧이어 팬들은 아일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방영된 [슈퍼맨 2]가 조금씩 상이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들 버전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극장판보다 러닝타임이 길고, 몇가지 삭제씬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팬들은 급기야 도너에게 바치는 헌정 편집본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슈퍼맨 2: 리스토어드 인터네셔널 컷](이하: 슈퍼맨 2: RIC)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2002년에 완성된 이 판본은 2006년 워너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도너컷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단언컨데 가장 완벽한' [슈퍼맨 2]로 알려진 것이다. [슈퍼맨 2: RIC]는 팬 사이트인 Superman Cinema에 무료로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으나 워너 브라더스 측에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배포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해 현재는 공식적인 루트로 입수할 방법이 없다.

[슈퍼맨 2]의 내용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니 별다른 추가적인 설명없이 이번 리뷰는 철저하게 [슈퍼맨 2: RIC]의 타이틀 분석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슈퍼맨 2: RIC]가 도너컷 만큼이나 확연히 달라진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엄밀히 말해 [슈퍼맨 2: RIC]는 레스터컷에 극장판에서 사용되지 않은 도너컷을 일부 사용해 러닝타임을 늘린 이른바 '확장판'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의 편집방향이 전혀 달라 오히려 러닝타임이 줄어든 도너컷과는 다르다.

[슈퍼맨 2: RIC]의 시작은 '리처드 도너를 위하여'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이는 '크리스토퍼 리브를 기리며 이 영화를 바친다'로 시작되는 [슈퍼맨 2: 도너컷]과 묘한 유사점을 보인다.

 

[슈퍼맨 2: RIC]에 추가된 장면을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추가된 장면들 중 상당수는 이미 ABC 확장판에서 실린 장면들이며, 그 중 일부는 훗날 도너컷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알기 원치 않는 분들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길 바란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 1.콩코드 씬: 이 장면은 에펠탑 테러리스트 씬에 삽입되어 있는 것으로, 슈퍼맨이 소식을 듣고 재빨리 파리로 날아가는 도중 콩코드기와 조우하는 씬이다. 이 콩코드 씬은 에펠탑 에피소드를 통째로 날려버린 도너컷이나 극장판 모두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으로 ABC 확장판에서 선보인 이래 RIC 버전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다. 흥미롭게도 이 장면은 리처드 도너가 [슈퍼맨: 더 무비]를 위해 촬영해 두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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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감옥 씬: 렉스 루터와 오티스가 감옥에 갇혔을때 나누는 대화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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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에드벌룬 씬: 탈출에 성공한 루터와 이를 돕는 이브의 대화 장면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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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고독의 요새 씬 ①: 렉스 루터와 이브가 고독의 요새에 들어가는 장면의 추가씬. 스노우 모빌에서 내려 요새로 들어가는 루터와 이브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이 장면 중 일부는 도너컷에서 부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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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나이아가라 씬: 이 장면의 도입부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일상적인 모습을 비추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흔한 관광객들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유독 동양인(아마도 일본인)들의 모습이 많이 찍혀 있다. 도너컷과 레스터컷 모두에서 본 장면은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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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야간비행 데이트 씬: 이 장면은 정체를 들킨 슈퍼맨이 로이스와 야간에 비행을 하며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다. 역시 도너컷 레스터컷 모두에서 삭제되어 RIC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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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소년 살해 씬: 어감이 좀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슈퍼맨]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이질적인 장면이다. 해설을 잠시 하자면, 도너컷에서는 삭제되었지만 레스터컷과 RIC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 논이 경찰차에서 사이렌 램프를 떼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바로 이 소년 살해 장면과 연결되는데, 빨간 옷을 입은 소년이 조드 일당의 만행을 보고 이를 신고하기 위해 마을밖으로 말을 타고 부리나케 도망친다. 그러자 조드가 논에게 저 소년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할 것을 지시하고 이에 논이 손에 들고 있던 사이렌 램프를 달아나는 소년 쪽으로 던진다. 직접적인 살해장면은 나오지 않으나, 저 멀리서 논이 던진 램프에 소년이 맞아 사망했음을 암시하는 폭음과 흙먼지가 솟아 오른다. 아무래도 미성년자의 살해장면이기 때문인지 레스터컷과 도너컷 모두 삭제되어 RIC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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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수플레 씬: 고독의 요새에 도착한 슈퍼맨이 로이스와 식사를 하기 위해 수플레를 레이저 광선으로 만드는 장면. 이는 후에 있을 로이스와 슈퍼맨의 러브씬을 암시하는 일종의 언어유희적 표현으로서(수프레의 첫글자가 'S'임을 기억하자!) 도너컷을 통해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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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백악관 씬: 백악관을 장악한 조드 일당과 미군의 전투를 담은 장면으로 추가 분량이 늘어났는데, 특히 유심히 봐둘 장면은 닉슨의 초상화에 총질을 해대는 조드의 모습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퇴임한 닉슨을 미국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명백히 알려주는 장면. 역시나 레스터컷과 도너컷에서는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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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데일리 플레닛 씬: 지미 올슨이 데일리 플레닛에 침입한 조드 일당의 사진을 찍다가 논에게 붙잡혀 봉변을 당하는 장면으로 레스터컷에서는 삭제되었으나 도너컷을 통해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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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메트로폴리스 전투씬: 슈퍼맨과 조드 일당이 빅매치를 벌이는 장면 중 몇몇 추가씬이 삽입되어 있으며 이는 개그씬을 삭제한 도너컷이나, 재촬영한 레스터컷과는 다른 RIC만의 유일한 편집본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도너식 유머가 삽입되기도 했는데, 가령 싸움을 느긋하게 구경하던 루터가 지미 올슨이 가져온 커피를 잽싸게 낚아채서 마시는 장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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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고독의 요새 씬 ②: 몇몇 장면들은 도너컷에서 복원된 장면들이다. 가령 얼사가 로이스를 사로잡자 슈퍼맨이 만류하려다가 논에게 저지당하는 장면이나 고독의 요새를 슈퍼맨이 파괴하는 장면,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로이스와 키스를 나누는 장면 등이다. RIC 버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장면으로는 조드 일당을 처치한 뒤에 렉스가 슈퍼맨에 주절주절 용서를 구하는 장면인데, 매우 간략하게 처리한 도너컷과 레스터컷에 비해 꽤 긴 분량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알레스카 경찰에게 체포되어 이송되는 장면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본 장면으로 인해 [슈퍼맨 4]에서 렉스가 어떻게 징역을 살게 되었는가가 설명 가능해진다) 자세히 보면 조드 일당도 같이 구속되어 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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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엘리베이터 씬: '슈퍼키스'로 로이스의 기억을 지운 슈퍼맨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거구의 한 남자와 부딪혀 욕(?)을 먹는데, 이를 계기로 슈퍼맨은 또 하나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식당에서 자신을 두들겨 팬 바로 그 불한당을 찾아가는 것, 매우 짧은 장면이긴 하나 RIC버전에만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고, 또한 생뚱맞게 복수(?)를 실행하는 다른 두 버전에 비해 훨씬 설득력을 높혀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처럼 [슈퍼맨 2: RIC]에는 이전의 레스터컷에서는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도너컷에 발표된 지금에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장면들이 다수 포함된 유니크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슈퍼맨 2]의 팬들에게 있어서 [슈퍼맨 2: RIC]는 충분히 소장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판본이라 하겠다.

비공식 버전이니만큼 [슈퍼맨 2: RIC]는 다양한 커버디자인 형태의 Bootleg DVD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커버 디자인은 총 3종류인데, 그 중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커버아트는 2류 극장간판의 느낌이 나면서도 왠지 친근감 있게 표현된 것이다. 이 커버의 뒷면에는 새롭게 추가된 장면의 스틸 컷이 사용되었다.

 

 

 

[슈퍼맨 2: 도너컷]의 블루레이까지 발매된 이 시점에 본 타이틀의 화질과 음질을 논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논의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슈퍼맨 2: RIC]는 기존 극장판의 VHS 소스에 호주 버전(베타맥스 소스), 덴마크 버전(VHS 소스) 그리고 ABC확장판(VHS 소스)를 편집한 것이므로 기본적인 화면비는 4:3 이다. 참고로 이렇게 각 나라들 간의 버전별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슈퍼맨 2]가 1980년 유럽과 호주에서 먼저 개봉되고 미국에서는 1년 뒤인 1981년에 개봉되었기 때문이다.

▽ RIC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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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 II SE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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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테잎 시절 베타맥스 소스와 VHS소스의 화질 차이는 말하자면 LD와 DVD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각 소스들간의 화질편차를 감안하면 비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팬메이드 버전에서 이 정도의 보편적인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사운드 퀄리티 역시 새롭게 리마스터링 된 판본이 아닌 이상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다.

▽ RIC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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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 II SE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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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sk1

"Open Letter to Richard Donner"는 RIC 버전의 목적과 더불어 도너컷을 원하는 팬들의 염원을 담은 헌정 편지다.


"What is a Restored International Cut?"에서는 RIC 버전의 구성과 만들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 설명한다. 본 RIC 버전은 2레스터컷에서 가져 온 장면과 호주버전, 덴마크 버전 및 ABC 버전에서 가져온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이미 절판된 음반인 켄 쏜이 작곡의 [슈퍼맨 2] 사운드트랙에서 추출한 OST가 수록되어 있다.

 

Disk 2

"The making of Superman II"는 본 타이틀에 수록된 가장 값진 부가영상 중 하나다. 총 50여분에 이르는 메이킹필름으로 1980년대 [슈퍼맨 2] 촬영현장을 담은 진귀한 필름이다. 비록 [슈퍼맨 2] SE 버전에 수록되면서 희소성이 떨어지긴 했으나  [슈퍼맨 2]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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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man II Lost Scenes Gallery"는 도너가 촬영한 장면들 중에서 스틸 이미지로 남아있는 몇몇 사진들을 수록해 놓았다. 도너가 구상했던 오리지널 오프닝 -로이스가 클락의 정체를 파악하고 슈퍼맨의 사진에 안경을 그려넣는 장면- 이나 전설로만 회자되었던 슈퍼맨과 조-엘의 조우씬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스틸만으로도 팬들이 얼마나 두근거렸겠는지 상상해 보라!) 이 장면들은 후에 발표된 도너컷에서 직접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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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oration Demonstration"은 RIC버전에서 수정된 화질의 개선 및 복원 정도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비교화면을 보여준다. 대략적으로 비디오 소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면 스크레치를 제거하고 색감을 개선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전문적인 복원과정은 아니지만 팬심으로 어디까지의 복원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 복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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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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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타이틀에서 무엇보다 최고의 스페셜 피쳐는 바로 "On-Screen Donner Guide"일 것이다. 이 부가기능은 영화를 보면서 [슈퍼맨 2]에 얽힌 비화나 그 밖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해설자막으로 보여지는 기능이다. 어떤 장면이 도너가 찍은 것이고, 레스터가 찍은 것인지 그리고 레스터컷에서 원래 도너가 의도했던 것은 무엇인지 등 한편의 [슈퍼맨 2] 레퍼런스처럼 대단히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한국어 자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약 [슈퍼맨 2: 도너컷]이 발표되지 않았다면 이 [슈퍼맨 2: RIC]는 그야말로 전설의 판본으로 회자되었을 것이다. 사실 [슈퍼맨 2]처럼 1,2편의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다가 촬영분의 20% 정도만을 남겨두고 감독이 교체된 것도 대단히 드문 일이지만,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명의 감독이 각각 자신만의 버전을 만든 사례도 희귀하기에 [슈퍼맨 2: RIC]는 그러한 작품의 성향을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작업이 팬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진행되어 완성되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이 정도의 문화적 파급력을 지닌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천만 관객시대를 돌파한 우리 나라의 영화계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할 부면이기도 하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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