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민심이 바닥에 떨어진 적도 드물…..다기 보단 뭐 언제나 뭇백성들의 고된 삶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을 지키는 것보다 그 잘난 종묘사직을 보존하거나 옥체를 보존하고자 강화도로 내빼는 것이 급선무였던 조선 왕조의 치졸한 행태는 6.25 사변이 일어나고 한강다리를 끊어가며 제 살길을 찾아가기 바빴던 국가원수의 모습으로 이어졌죠. 이로인해 평민들의 삶속에는 언제나 피해의식이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극 [수상한 궁녀]는 조선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풍자극입니다. 후손을 낳지 못하는 중전 때문에 (그러나 실은 왕이 씨가 없는….-_-) 매년 후궁을 들이는 조선 왕실. 10년간 후궁을 물색해오던 제조대감 이인문과 상선은 이번이 실패하면 죽음을 각오하라는 왕의 엄명 때문에 고심하던 차에 우연히 아들만 열 다섯을 낳아 키우던 흥부의 처를 만나게 됩니다. 흥부 아내의 천부적인 수태능력에 탄복한 이들은 흥부의 처를 처녀라고 속여 후궁으로 입궁시키게 되지요.
마침내 흥부 처가 왕의 아이를 수태하자 이에 왕실의 권력지도는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이인문은 단숨에 예조판서의 자리에 오르고 흥부 아내까지 빈으로 추대되자 중전과 중전의 남동생인 도승지는 권력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지요. 왕은 왕대로 외척 세력이 더 늘어날까 고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왕실의 꿍꿍이에 희생당하는 건 엉뚱하게도 흥부의 가족들입니다.
다분히 코믹스런 전개로 시작하던 [수상한 궁녀]는 절정을 넘어서면서 궁중의 권력암투와 그네들의 안중에도 없는 서민들의 애환을 날카로운 풍자로 묘사합니다. 극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대사는 왕의 일갈이었는데 바로 ‘네 놈이 왕실을 아느냐!’하는 대목이었지요. 네, 은막에 가린 무대처럼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왕실 권력암투의 비정함은 이 코믹스런 연극에서 더욱 부각되더군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말이죠.
예나 지금이나 희생당하는건 애먼 백성들입니다. 마지막 흥부의 처는 이렇게 외칩니다.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맞습니다. 큰 죄는 없지요. 단지 힘없는 서민일 뿐이라는 것. 그것이 죄가 되는 세태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수상한 궁녀]는 실컷 한바탕 웃기도 했지만 영 못내 씁쓸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서게 되는 연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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