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연

[DVD] 글리 - 루저들의 유쾌한 뮤지컬 드라마

페니웨이™ 2011. 3.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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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바 있는 제작자 이안 브레넌은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극장용 뮤지컬의 각본을 완성해 이를 친구인 마이크 노빅에게 보여주었다. 노빅은 이 각본을 또다시 동료 프로듀서인 라이언 머피에게 들고 갔는데, 머피는 이 시나리오가 극장판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TV로는 해볼 만하다고 여겼다. 라이언 머피와 함께 [닙 턱]의 제작을 맡았던 브레드 팰척, 그리고 이안 브레넌 세 사람은 이 작품을 TV 드라마로 만드는데 동의했고, [닙 턱]으로 인연을 맺었던 20세기 폭스TV의 중역인 데이나 월든과 개리 뉴먼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하지만 감동과 웃음이 담긴 방송 아이디어가 있어요!'

개리 뉴먼은 약간 놀랐다. TV에서 뮤지컬을 방송한 경우도 드물거니와 성공한 사례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언 머피는 이 작품의 특별함과 독창성을 잘 설명했고, 월든과 뉴먼 역시 이 작품에 뭔가 해볼 만한 매력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글리]라 이름붙인 이 뮤지컬 TV드라마의 제작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남은건 폭스 엔터테인먼트의 총 책임자인 케빈 라일리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케빈은 이렇게 회상한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라이언 머피와는 수년간 함께 일했습니다. 라이언이 [닙 턱]을 제안할 당시 그의 눈이 반짝거리더군요. 방송으로 내보내면 정말 특별한 걸 만들거라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죠. [글리]를 제안할 때도 똑같은 눈빛을 봤습니다. 그래도 확신은 하지 못했죠. TV에서 뮤지컬을 내보내는건 역사가 짧잖아요. 성공한 사례도 드물고.. 이건 (CSI 같은) 수사 드라마가 아니니까요. 전 라이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쎄... 아이디어는 좋지만, 완전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거겠어!'"


확실히 [글리]는 최근 미드의 식지 않는 트렌드인 범죄 수사극이나 코미디 시트콤과는 동떨어진 장르의 드라마다. 본 작품은 한때 맥컬린 고등학교의 인기 활동부서였지만 지금은 사라질 운명에 처한 합창단 '글리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갑작스런 합창단 담당교사의 해임으로 자진해서 후임을 맡게된 스페인어 교사 윌은 부활동비 60달러를 자비로 충당해야하는 부담을 무릅쓰고 글리 클럽의 재건에 나선다. 하지만 글리 클럽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학교에서 소외받는 '루저'들. 카스트 제도로 따지면 최하위층에 위치한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윌과 함께 명예회복에 나선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들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우선 선생인 윌부터가 주변 상황이 복잡하다. 가뜩이나 박봉인 교사일인데, 사비로 클럽활동을 충당해야 하고, 여기에 아내는 임신을 핑계로 더 많은 생활비와 큰 집으로의 이사를 요구한다. 게다가 같은 학교의 상담교사 엠마는 유부남인 윌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 윌의 친구이자 미식축구 코치인 켄은 윌에게 질투심을 표출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치어리더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수 선생이다. 자꾸만 예산을 글리 클럽에게 빼앗기는 수로서는 뒤틀린 심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는 첩자를 글리 클럽에 침투시켜 부 해체를 유도하는 계교를 꾸미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리드 보컬인 레이첼은 자뻑기질이 있는 학교 최고의 왕따다. 커트는 럭비부 아이들의 놀림감이자 심각한 성 정체성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뚱뚱한 흑인 여학생 메르세데스는 그런 커트를 짝사랑한다. 아티는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장애인으로 안무가 필수인 글리 클럽에는 핸디캡같은 존재고, 동양계 티나는 심각한 말더듬 증세로 고생중이다. 미식축구부의 쿼터백인 핀은 윌의 음모(?)로 글리 클럽에 가세한 뒤 인기가 급락, 게다가 그는 남자로서 말못할 고민을 가지고 있다. 치어리더 퀸과 핀의 절친인 퍽, 여기에 레이첼이 가세한 사각관계는.... 어이쿠! 웬만한 한국드라마를 능가한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글리]의 매력은 이처럼 완전 왕따에 약체중의 약체인 합창단 글리 클럽의 멤버들이 어떻게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십대들의 성장극이라는 데에 있다. 루저들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위너가 된다는 공식은 여러 작품들에서 이미 숱하게 쓰여진 설정이지만 [글리]는 그것을 포장해내가는 방식에 있어 무척이나 독특하다. 감칠맛 나는 대사와 상황설정, 그리고 포복절도할 만한 에피소드가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캐릭터들은 무명이지만 놀라운 연기력과 노래로 중무장한 알짜배기 배우들에 의해 생동감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글리]의 장르가 뮤지컬임을 잊지 말자. 이 작품은 초반 13편의 에피소드 가운데에서 무려 70곡의 노래를 쏟아낸다. 셀린 디옹의 'Taking Chances', 존 덴버의 'Leaving on a Jet Plane', 존 레논의 'Imagine', 애이브릴 라빈의 'Keep Holding On' 등 신구세대를 아우르며 미국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히트곡들의 리메이크는 [글리]의 인기 요인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초반 네 편의 에피소드 방영될 즈음 아이튠즈에 올라간 [글리]의 캐릭터 버전곡들은 백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만큼 환상적인 사운드 트랙을 자랑한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온전히 십대들을 위한 드라마라고 보기에는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몇몇 막장스런 설정이 옥의 티이긴 하나, 착한 결말로 이끄는 [글리]의 내러티브는 대단히 안정적이며 절제되어 있다고 하겠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리]를 보노라면 나의 십대 시절, 나에게도 이러한 열정이 있었는가를 되묻게 된다. [글리]는 바로 열정을 가진 삶만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 감춰진 숨겨진 재능은 그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발견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작품이다.



요즘처럼 침체된 국내 DVD시장의 정황상 [글리]의 출시는 사실 뜻밖이다. 이번에 출시된 [글리] 시즌 1 박스셋은 노란색 아웃케이스에 총 7개의 슬림케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슬림케이스의 표지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무지개 색으로 양면인쇄되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솔직히 말해 블루레이가 대세로 굳어진 현 시점에 DVD의 화질을 논한다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되는 일이다. 다만 [글리]가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드라마라는 매체적 특성을 고려해 보면 화면상으로 보여지는 [글리] DVD의 화질은 충분히 화사하고 컬러풀하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음향 부분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뮤지컬 시퀀스에서는 견고한 음질과 명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나 뮤지컬 이외의 부수적인 측면, 효과음이나 대사 표현력 등에 있어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글리] DVD의 서플먼트는 나름대로 충실하다. 주요 스페셜 피쳐는 디스크 4번과 7번에 나뉘어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서플먼트는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 Welcome to Mckinley!

짠돌이 중의 짠돌이 피긴스 교장의 입학 환영사 및 입학 안내.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맥킨리 고등학교의 주요 시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학칙 등을 설명하는 팬서비스용 동영상.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Full-Length Audition Piece

TV방영시 축약된 오디션 영상의 풀버전. 레이첼의 'On my own'과 메르세데스의 'Respect'가 수록되어 있다.


▣ Fox Movie Channel presents Casting Session

[글리]의 제작자들이 말하는 캐스팅 과정의 모든 것. 흔히 쇼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삼박자 -노래,연기,춤- 를 모두 갖춘 배우를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는데 [글리]의 경우는 무조건 이러한 삼박자를 갖춘 배우를 찾아야만 비로서 제작이 가능한 작품이었다. 오디션 과정만으로도 [글리]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일례로 작품 속에서 핵심적인 캐릭터였던 레이첼 역의 리아는 오디션 당일 스튜디오 밖에서 차가 폐차될 정도의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오디션 장에 들어와 [레미제라블]의 '나 혼자'를 불렀는데, 당시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차 유리조각이 그대로 박혀있는 상태였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핀 역의 코리 몬티스도 독특한 오디션으로 배역을 따낸 케이스다. 그는 오디션 춤이나 댄스 경험이 전혀 없었고 목소리도 평범한 편이었는데, 이 때문에 그는 오디션 테잎에 노래와 춤을 추는 대신 그릇들을 두드리며 드럼 연주를 하는 영상을 넣어 보냈다. 제작진은 황당했지만 이 청년을 어딘가 써먹을데가 있다고 확신했다. 본 서플먼트 영상에서는 출연진들의 유니크한 오디션 영상을 실제로 볼 수 있다.


▣ Deconstructing Glee with Ryan Murphy

[글리]의 창안자이자 총제작을 맡은 라이언 머피의 코멘터리 영상. [글리]의 배우 선발 과정과 음악 선곡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Dance Boot Camp

안무가인 자크 우들리과 배우들의 코멘터리 영상. 노래만큼이나 힘들었던 배우기 위해 배우들이 어떤 느낌을 가졌었는지, 댄스 리허설 첫날의 풍경에 대한 소감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Jane Lynch A to Glee

제인 린치에 관한 짧은 클립 동영상.


▣ Meet Jane Lynch

TV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하리만큼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악당 캐릭터를 창조해 낸 수 실베스터 역의 제인 린치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담하는데, [글리] 팬의 절반 이상은 수 선생의 엽기적인 캐릭터를 보기 위해서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Things You Don't Know About: Jayma, Cary, Amber, Chris

각 캐릭터들에 대해 배우들이 직접 답변하는 스무고개식의 질문과 대답.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Video Diaries

여러 가지 행사에 참석한 배우들의 TV 밖에서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은 부가영상.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Staying in Step with Glee

안무가 잭 우들리의 해설. 극 중 '보컬 아드레날린'의 댄서로 출연한 배우들이 함께 나와 파일럿 방송에서 선보였던 '재활댄스'의 안무를 어떻게 짰는지 설명하는 영상.


▣ Bite Their Style: Dress Like Your Favorite Gleek

의상 디자이너인 루 에이리치의 해설. 어떻게 작품 속에서 의상으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지 -가령 치마길이나 신발로- 에 대해 각 캐릭터별로 설정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 Unleashing The Power of Madonna

15번째 에피소드인 'The Power of Madonna'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독이 오를대로 오른 수 선생이 가장 존경해 마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여자' 마돈나의 음악을 사용해 자신의 정예부대인 치어리더들을 마돈나처럼 강인하게 만들려 하고, 이 모습을 지켜본 윌 또한 글리 클럽 멤버들에게 마돈나의 노래를 사용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해프닝을 담은 에피소드로서 제작자 라이언 머피의 마돈나 예찬이기도 하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Making of a Showstopper

글리 클럽의 숙적인 보컬 아드레날린의 파이널 스테이지 무대곡으로 선택된 '보헤미안 랩소디'에 관한 일화. 퀸의 전설적인 노래이니만큼 편곡 과정이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토로하는 제작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작품 선곡과 안무 전반에 관한 흥미진진한 제작비화가 들어있다.

ⓒ Ryan Murphy Productions, 20th Century Fox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 Glee Sing-Along Karaoke

[글리] 노래방 기능.


▣ Glee Music Jukebox

각 에피소드에서 노래가 나오는 파트만을 골라 볼 수 있는 메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글리]는 2009년 5월 19일에 파일럿 에피소드가 방영된 이래 천만명에 육박하는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TV 드라마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2010년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메디 부문에서 최우수 TV 시리즈에 선정되며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대성공을 이뤘고, 더욱이 [글리]의 메인 배우들은 백악관에 초청되어 오바마와 그의 가족, 그리고 약 3만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연을 하는 등 대내외적으로도 커다란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도 기억되었다. 이번에 출시된 [글리] DVD는 다소 편향된 미드 장르물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기회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혹자는 [글리]의 내용이 상투적인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런 인간적인 상투성의 반복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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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 : 시즌 1 (7disc) - 8점
라이언 머피 외 감독, 리아 미셸 외 출연/20세기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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