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연

스페셜 레터 - 폭소 가득한 병영 뮤지컬

페니웨이™ 2011. 7.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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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어 터져나오는 해병대 사건으로 한국의 병영문화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가운데, 최근 다시 연극무대에 오른 [스페셜 레터]는 가혹행위와 구타, 그밖의 부조리로 얼룩진 군대의 이미지를 희화시킨 뮤지컬 연극이다.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고, 2010 뉴욕뮤지컬페스티벌의 공식 참가작으로도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스페셜 레터]는 오히려 여성 관객에게 더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외성을 보인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개의 플롯으로 진행되는데 우선 그 중 하나는 이등병 철재의 이야기다. 취사반 막내로 복무중인 그는 말년병장 김상호의 갈굼과 재촉에 견디다 못해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약속을 하고 마는데, 실은 그게 이름만 여자같은 남자친구 은희다. 내막을 모르는 김병장은 은희에게 마음을 실은 러브레터를 보내고 만다.

또 하나의 플롯은 바로 은희의 이야기다. 그는 과 후배 순규를 좋아하지만 고백을 앞둔 결정적인 순간 입영영장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소심한 은희는 입영사실을 말하고 고백할지, 아니면 이대로 마음을 접고 군대를 갈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김병장의 편지는 황당하기 이를데 없다. 친구의 부탁때문에 아닌걸 알면서도 김병장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렇듯 [스페셜 레터]는 병영내의 소소한 단면들을 풍자적으로 그린 동시에, 입대후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여친에 대한 남자들의 불안감을 잘 표현한 뮤지컬이다. 얼핏보면 여초현상이 강한 대학로 뮤지컬에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군대얘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여성관객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군대라는 조직이 민간인의 시선에서 보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부조리한 일들 투성이 인지를 생각해 보라.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 상황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 덕분에 5분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경험할 수 있는 '대국민 대폭소 뮤지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비단 해병대 사건때문만이 아니더라도 군생활을 경험한 남자들이라면 그 시절의 경험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텐데, 그렇더라도 지난 일은 대부분 추억이란 이름으로 미화되듯이 [스페셜 레터]는 병영생활을 경험한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풍부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남녀가 공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뮤지컬이다 보니 음악적인 요소도 간과할 수 없는데,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가창력도 좋다. 노래도 흥겹고 가사들도 재치가 느껴진다. 클릭비 출신의 김태형과 야다의 장덕수를 더블 캐스팅한 건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징을 염두에 둔 듯 하다. 한가지 아쉬운건 스토리가 썩 짜임새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 비약적인 설성이 많고,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상황상황의 웃음에 더 포인트를 두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2011/07/06 부터 2011/12/31 까지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공연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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