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는 남녀간의 서먹한 첫 만남을 해소시켜주는 단골 소재다(....라고 생각한다. -_-). 과학적 신빙성이야 어찌되었든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제 멋대로에 다혈질이며, O형은 사교적이지만 고집이 세고, AB형은 괴짜라는 사회적 편견 하에 대부분은 이에 수긍하는 듯 하다.
실상 혈액형 이론의 원류를 쫓아가다 보면 그 근간이 그리 썩 좋은 지점에 위치해 있지는 않다. 혈액형 이론은 우생학적 분류 기준을 통해 인종차별의 극단적 악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어서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규정짓는다는 발생 자체가 사실 그러한 차별적 요소를 상당수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진지하게든 혹은 재미로든 혈액형 인간학에 대한 이론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재미로만 보자면 그것도 그리 나쁜것 같진 않으니...
연극 [내 남자의 혈액형]은 바로 이러한 혈액형 이론에 착상한 로맨틱 코미디다. 결혼을 앞둔 한 신문사 여기자가 '혈액형과 사랑'에 대한 기사를 취재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함께 그들이 사귀었던 과거의 남자들을 회상하며 각 혈액형의 특징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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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의 매력은 기존에 알려진 혈액형의 유형을 풍푸한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는데 있다. 생각하면서 말하는 O형과, 말하고 생각하는 B형, 생각하고 말하는 A형, 쓸데없이 눈치만 빠른 AB형 등 각 혈액형별 인간의 시각적 형상화는 매우 유쾌한 상황들을 자아내며, 이미 형성된 고정관념에 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잘짜여진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와 심지어 그녀의 결혼 대상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반전도 마련되어 있으니,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 혈액형은 누구일까에 대한 기대감도 나름 만족스럽게 해소된다. 총 5명의 출연진들로 이루어져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멀티맨으로 등장한 정진국씨의 코믹연기는 발군이다. 빵빵터지는 웃음과 가끔씩 마음을 적시는 엇나간 인연의 안타까움이 잘 어우러진 연극으로 현재 4회 연장공연을 진행중인 롱런작이다. 연인들에게 초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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