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열전(古典列傳)

고전열전(古典列傳) : 황금철인 - 한국 최초의 거대 로봇이 등장하다

페니웨이™ 2011. 10.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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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열전(古典列傳) No.23






 


여러분은 한국 최초로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이 무엇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로보트 태권브이]라고 대답하시겠지만, 사실 그보다도 무려 8년전에 이미 한국에서는 로봇을 등장시킨 애니메이션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때는 1968년, 당시 TV에서는 인기 만화영화 [황금박쥐]가 동양방송(TBS)을 통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TV보급률이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당시 한국에 여건상 동네 부잣집에 놓인 작은 TV화면을 여럿이서 같이 보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요. 1967년 [홍길동]의 대성공은 당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사람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홍길동] 이후로 신동헌 감독과 결별한 세기상사 측에서는 후임으로 박영일 감독을 영입, 계속해서 극장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그중 1968년작 [황금철인]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황금박쥐] 극장판과의 정면대결로 더욱 관심을 모았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황금철인]은 [황금박쥐]를 의식한 작품이지만 실은 소년한국일보에 연재중이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선전문구에는 "테레비 영화가 아닌 극장상영용 진짜 만화영화가 나왔다!"고 크게 써 있었는데, 실제로도 [황금철인]은 국내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대형화면을 채택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그럼 먼저 [황금철인]의 스토리를 잠시 보도록 하지요. 별을 따러 다니다가 우주궁전으로 날아가게 된 꾀돌이는 이곳에서 평화의 수호자인 황금철인을 만나 환대를 받습니다. 그런데 우주악당 사탄이 희망의 별을 침략하자 황금철인과 꾀돌이는 급히 희망의 별로 가서 오메가 빛으로 악당을 쫓아내지요.

그리고는 소녀 지영이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게 되는데, 우주정복을 노리는 악당이 지영의 아버지 한박사를 납치해 미사일을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방해가 되는 황금철인을 제거하기 위해 청동로보트를 동원한 악당은 그의 약점을 찾아내고자 한박사를 고문해 마침내 비밀을 알아내는데요, 과연 황금철인은 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세기상사. All rights reserved.


[황금철인]의 장르는 본격 SF이라기 보다는 판타지 스타일의 슈퍼히어로물에 더 가깝습니다. 애초에 하늘에 별따러 다니던 소년이 궁전에서 슈퍼히어로인 황금철인을 만나 활약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무척 동화적인 내러티브인데, 중요한건 이 작품에서 최초로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악당의 청동로보트가 그것이지요. 디자인은 단순한 면이 있습니다만 화염을 뿜는 무기와 파괴되어도 자동 복구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 등 독창성이 깃들여있는 순수한 국산 로봇으로서는 큰 의미를 지닙니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당시 심의 기준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주인공인 꾀돌이가 기관포를 들고 악당들을 향해 난사하는 장면이 어떻게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 통과될 수 있었는지 하는 겁니다. 훗날 반공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현상이 재탕되긴 하지만 시대적으로는 조금 이른 과격한 표현이 아니었나 싶군요. 꾀돌이는 후에 용유수 감독의 [번개아텀]과 [괴수대전쟁] 에서도 주인공으로 계속 등장하게 됩니다.

ⓒ 세기상사. All rights reserved.


[황금철인]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며 [황금박쥐] 극장판에 도전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6만명 정도를 동원한 [황금박쥐]의 1/3 정도인 2만명의 관객에 그치며 흥행 대결에서는 참패하고 말았습니다.(비공식 집계기록. KMDB 참조) 그러나 본 작품은 초기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꾸밈없는 창작의지와 자체적으로 습득한 노하우를 발휘해 만든 작품으로서 한국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의 독특한 화풍과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 애니메이션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영화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최초의 미국식 슈퍼히어로물이자, 최초의 거대 로봇물인 선구적 위치에 선 애니메이션으로서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1960년대 애니메이션의 태동은 TV의 보급과 여러가지 사회적인 여건에 밀려 갑작스런 쇠퇴기를 겪게 되었고, 이 작품에 스탭으로 참여했던 김청기 감독은 약 8년 뒤에 [로보트 태권브이]로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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