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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열전(古典列傳) No.25

 

 

50주년을 맞이한 007 [스카이폴]이 시리즈의 최고 흥행기록에 도전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8억 달러를 가볍게 돌파했고 이런 기세라면 [다크 나이트]를 비롯해 단 13개의 영화만 보유하고 있는 10억 달러의 대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제임스 본드는 스파이물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시리즈이지만 사실 그 외에도 수많은 매력적인 스파이들이 스크린을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편을 소개하도록 하지요.

1967년에 제작된 [더블맨]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마초배우 율 브린너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첩보 스릴러 영화입니다. 감독은 [빠삐용], [패튼대전차군단], [혹성탈출] 등 굵직한 걸작들을 연출했던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을 담당했으며, 헨리 S. 맥스필드의 원작소설 [어느 스파이의 유산 Legacy of a Spy]을 영상화했지요.

[더블맨]은 CIA의 배테랑 요원인 댄 슬레이터가 하나뿐인 아들이 추락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해 급히 알프스로 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현지 경찰은 사고사로 처리하지만 슬레이터는 이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사건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조사에 착수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배후에는 동독의 첩보기관이 개입되어 있었고, 그들은 아들의 죽음을 미끼로 댄 슬레이터를 끌어들여 그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한 동독의 스파이 칼마르와 바꿔치기를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 Albion Film Corp.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특징은 1960년대의 영화기술로는 놀라울 정도로 율 브린너의 1인 2역 연기가 대단히 자연스럽게 처리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중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이병헌이 1인 2역을 소화해낸 바 있는데, [더블맨]은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필름 합성이 가능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 Albion Film Corp.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또한 [여왕폐하의 007]보다도 2년이나 앞서 시원시원한 설원의 스키씬을 보여준다는 점도 샤프너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영화의 배경이 오스트리아 서부의 알프스 산맥을 거의 벗어나지 않아 조금은 단조로운 면도 있지만 스파이물의 백미는 스키 체이싱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설원에서의 풍경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 Albion Film Corp.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무엇보다 주연인 율 브린너의 강렬한 연기를 보노라면 진정한 배우로서의 포스가 어떤 것인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첩보요원으로 등장하는데,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과 눈빛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1인 2역을 맡아 열연한 만큼 영화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의 90% 이상은 율 브린너의 몫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른 고전 스파이 영화에 비해 음모의 규모나 사건의 범위가 사적인 복수의 차원에서 마무리되는 비교적 작은 스케일을 가지는데다 사건의 결정적인 해결을 주인공 스스로가 해내지 못한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더블맨]은 냉전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차가운 느낌의 첩보 스릴러로서 이틀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짜임새있게 연출해 낸 추억의 영화입니다.

 

* 본 포스팅은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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