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슈퍼 마징가 3 - 한국산 마징가의 흑역사

페니웨이™ 2011. 9. 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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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18









나가이 고의 대표작 [마징가 Z]는 선배격인 로봇 [철인 28호]나 [아스트로 강가]의 영향력을 단숨에 뛰어넘으며 1970년대의 슈퍼로봇 트랜드를 형성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와 [그렌다이져]로 이어지는 이른바 '마징가 3부작'은 시대에 편승한 다른 작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요. 멀리 갈것도 없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해 아직까지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건 바로 [마징가 Z]가 선보인 외형과 몇몇 설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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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평가가 단순한 표절작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비록 [마징가 Z]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주류를 형성한 트랜드를 현지화 시키려는 노력들이 작품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태권브이의 디자인과 무기설정이 마징가와 흡사한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의 설정에서는 독창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이를 꼭 표절작으로 폄하시킬 이유는 없다... 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로보트 태권브이] 이후의 작품들입니다. [로보트 태권브이]의 대성공 이후 국내에서는 마징가 시리즈를 벤치마킹하는 상술이 판을 치게 되었고, [철인 007], [달려라 마징가 X] 등과 같이 국적불명의 짜깁기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나 '마징가'라는 이름의 도용문제는 비단 [달려라 마징가 X]에 그치지 않았는데요, 1982년 [슈퍼 마징가 3]를 비롯 이듬해 [슈퍼특급 마징가 7], 1990년에는 [슈퍼베타맨 마징가 V] 등 족보도 없는 마징가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됩니다. (만화책까지 따지면 짝퉁 마징가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_-)

김청기 감독과 더불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박승철 감독은 1980년대 자신의 첫번째 작품으로 [슈퍼 마징가 3]를 들고 나오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슈퍼특급 마징가 7]과 함께 19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흑역사를 장식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그럼 일단 스토리를 좀 살펴보실까요?

안드로메다별의 안드로 총통은 악의 화신 악마 우주대왕의 명을 받아 태양계 정복을 위한 첫 발판으로 지구를 택하고 우주기지의 승무원들을 납치합니다. 한편 우주에서의 첫 비행을 무사히 마친 슈퍼 마징가 3는 우연히 마주친 UFO와 교전을 하게 되지만 놓치고 맙니다.

ⓒ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얼마 후 제비의 어머니가 마징가 3의 기지로 귀환하지만 알고보니 그녀는 안드로메다의 첩자임이 밝혀지고, 슈퍼 마징가 3와 UFO로봇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난 후 지구수비대의 한박사는 즉시 슈퍼 마징가 3의 조종사 태호,제비,뚱보 일행에게 우주로 출동할 것을 명령합니다.

납치된 제비의 엄마도 찾을 겸 안드로메다의 침략에 맞서던 태호 일행은 전투중에 그만 난기류를 만나 한 행성에 불시착하는데, 여기서 숭악한 안드로 총통으로부터 안드로메다를 구할 오리온 왕자를 만나 봉인을 풀어주게 됩니다. 이제 이들은 힘을 합쳐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슈퍼 마징가 3]는 마징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징가 Z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3단 분리 컨셉을 섞어 '3'이라는 숫자가 붙게되는데([슈퍼 마징가]의 3편이란 뜻이 아닙니다 -_-), 여기서 3단 분리라 함은 마징가 Z의 스크랜더 같은 등짝의 부스터 유닛, 다리 양쪽의 신발(?)이 벗겨져 만들어진 전투기, 신발하고 날개를 벗은 마징가의 몸뚱아리 이렇게 3개의 파트란 뜻입니다. 그런데 3단 분리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 이렇게 다 벗어던진 마징가의 본체가 아무 이상없이 하늘을 나르고 싸우고 한단 말이지요. 더 웃긴건 정상적인(?) 형태로 비행이 가능한데도 어떨땐 머리통에 비행유닛을 뒤집어쓰고 날아간다는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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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행위는 마징가의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안드로메다의 악당들은 지온공국 블로그에서 유니폼을 싼값에 공구라도 한 것인지 어째 지온군의 유니폼과 꼭 닮은 옷을 입고 다니며, UFO가 로봇으로 변하는건 영락없는 [그렌다이저]의 설정이고, 중간 중간 출연하는 악당 캐릭터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작품들 속에서 몰래 가져다가 살짝 등장시키고 빼버리는 꼼수를 발휘합니다. 중간에 나오는 사냥개 모양의 로봇은 [바벨 2세]의 로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겠지요. (물론 [황금날개 123]이 선수를 치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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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문제들이야 당시 시대적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대충 눈감아 줄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스토리와 연출의 심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최종 보스의 존재감도 덜떨어질 뿐더러 난기류 때문에 불시착한 태호 일행이 우연히 봉인된 오리온 왕자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개연성 제로의 스토리, 뭐 하나 일관성이 보이질 않는 슈퍼 마징가 3의 설정,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는 액션씬 등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서 아니 로봇물로서도 전혀 매력이 없습니다. 원조 마징가보다 한 세배쯤 강해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전투력은 형편없다는....-_-

소파 방정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77단의 비밀]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루고 한때 유망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주목받던 박승철 감독은 이후에도 [철인 삼총사], [슈퍼 타이탄 15], [로보트왕 선샤크]같은 표절작들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불명예를 끌어안고 맙니다. 앞서 언급했던 김청기 감독 역시 창작성보다는 일본 아니메의 차용, 더 나아가서는 노골적인 표절에 가까운 -[스페이스 간담 브이]와 [로보트 군단과 메카3]같은- 작품활동으로 인해 표절감독의 멍에를 쓰고 말았으니 19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언제 봐도 암울하기만 합니다.

흥미로운건 이 작품과 [슈퍼특급 마징가 7]이 모두 해외로 수출되었다는 사실인데요, [슈퍼 마징가 3]의 경우는 'Raiders of Galaxy'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고,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DVD로도 출시된 바 있습니다. 일부 문헌에서는 이 작품을 홍콩작품이라고 소개한 곳도 있던데 Made in Korea라고 안한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P.S:

1.이 작품은 이듬해 다이나믹 코믹스에서 이상석 작가가 그린 만화책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어린이 동화책인 '레드맨과 슈퍼 마징가 V'의 표지모델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무려 미디어믹스 사업으로 전개될뻔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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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비디오 출시본에는 원제 앞에 '은하철권'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은하철권 슈퍼 마징가 3]라는 참으로 좋은건 다 갖다붙인 채 출시되었습니다. 비디오 표지에는 무려 그렌다이저가 등장해주신다지요. 그마저도 [달려라 마징가 X]의 포스터를 재활용한 것이라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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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슈퍼 마징가 3]에서 유일하게 엿볼 수 있는 한국적인 설정은 아이들이 국가 구기종목인 '짬뽕'을 즐긴다는 점일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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