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에이지] 3부작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폭스-블루스카이 연합은 업계 3인자의 입지에서 정체된 듯한 상황입니다.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히트작과 실패작을 꾸준히 만들어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끊임없이 심어주고 있는 드림웍스와 여지껏 단 한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못한 픽사의 양강 체제를 넘어설만한 폭발력이 블루스카이에는 아직 없지요.
관건이 되는건 기술력이 아니라 아이디어입니다. 어찌보면 드림웍스가 디즈니 비틀기를 컨셉으로 내세운 것에 비해 블루스카이는 디즈니 따라잡기에 급급한 모습이었죠. 성공작 [아이스 에이지]의 경우도 참신함 보다는 정공법으로 승부한 경우입니다. 심플한 이야기 전개와 친화력 강한 캐릭터로 인해 성공을 거두긴 했습니다만 이것이 폭스 애니메이션의 색깔이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4억 달러를 벌어들인 [리오]는 간만에 블루스카이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공간적 배경을 브라질의 옛 수도 '리우 데 자네이로'로 설정해 다소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이 작품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마코 앵무새의 모험을 스피디하게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손에 길러져 날 줄 모르는 수컷 앵무새 블루가 암컷인 주얼을 만나 동물 암거래상에게 납치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은 제법 흥미진진하며 다이나믹한 활극들로 가득차 있지요.
ⓒ Blue Sky Studios, Twentieth Century Fox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리오]의 장점이라면 역시나 비주얼적인 부면입니다. 알록달록 원색적인 컬러링이 돋보이는 가운데, 3D 영상에 최적화된 비행장면이나 스펙터클한 액션들을 연출해냅니다. 여기에 브라질의 삼바를 연상케하는 신나는 스코어와 뮤지컬적인 요소가 더해져 흥을 돋구고 있지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는 적절한 균형을 이룹니다. 사실 밀매업자들의 앵무새 암거래는 희귀앵무새들의 멸종위기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만큼 심각한 문제인데, 이 작품에서는 생태보존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야생동물 암거래 시장의 어두운 면을 조심스럽게 들추어 냅니다. (이 부분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가족 애니메이션이 범죄물로 변질될 수 있을테니까요)
스토리의 연결성이나 기술적인 부면 모두를 종합해 볼때 [리오]는 꽤 잘만든 작품입니다. 딱히 흠을 잡을만한 구석은 찾기가 힘들지요. 굳이 말하자면 장점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리오]에서 드러나는 모든 장점들이 온전히 블루스카이의 독창적인 산물인가에 대한 의문일 겁니다. 적당한 활극과 웃음, 교훈점을 선사하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너무 전형적인 틀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단 말이죠. 이것이 아이디어 뱅크인 픽사와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요. 언젠가 그 아쉬운 2%를 지울때 블루스카이는 비로소 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P.S:
1.분문에 단 한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못한 픽사라고 썼습니다만 이번 [카 2]는 불행하게도 첫 실패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우세하더군요.
2.목소리를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 해서웨이의 연기력은 역시나 발군입니다. 국내 더빙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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