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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전 아직도 비트윈판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을 접했을때의 기쁨을 잊지 못합니다. 발매전부터 몇달을 기다려오면서 발매하기가 무섭게 테크노마트로 달려가 집어왔던 그 순간만큼은 마치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었지요. 물론 집에 돌아와 비오듯 쏟아지는 필름 스크레치와 수시로 변하는 필름 소스-비디오 소스의 혼용때문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그 후 태권브이에 대한 이런 저런 기대감이 사라질 무렵인 2007년, 극적으로 [로보트 태권브이]가 복원됩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현상실에서 굴러다니던 듀프네가 총10권 중 인트로와 엔딩자막이 빠진 8권이 발견되어 모처럼 리마스터링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완전체의 모습에 가깝게 재탄생하게 된 것이죠.

ⓒ (주)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문제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오프닝을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현존하는 완전체에 가까운 리마스터링 버전도 오프닝이 빠진 필름을 복원한 작품이라, 사실상 극장에서 봤던 진정한 오프닝 시퀀스가 아닌 셈이지요. 필름이 부스러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비트윈판 소스는 오리지널 오프닝의 일부를 살려내긴 했습니다만 진정한 인트로를 보여주진 못합니다. 이제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입수한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오프닝 시퀀스를 공개하는 동시에 지금껏 출시되었던 다양한 버젼의 [로보트 태권브이] 역사를 조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최초로 공개된 풀버전은 1976년 7월24일. 대한, 세기 극장에서 개봉된 필름입니다. 약 85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버전에는 온전한 오프닝과 엔딩이 들어있었음을 의심할 필요가 없지요. 물론 여기서 지방에 배포된 버전과 삼류극장으로 넘어가면서 삭제된 다양한 형태의 릴리즈 프린트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후 공중파를 통해 방영된 방송용 버전도 있다고 봐야겠지요. 문제는 이들 중에서 남아있는 프린트가 전무하다는 점이지만요. 심지어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을 통째로 해외에 팔아버리는 무모함을 보여준 시대였으니...

이렇게 다양한 극장용 필름이 돌고 도는 가운데,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VTR의 시대가 열립니다. 80년대 초 대영프로덕션은 최초로 [로보트 태권브이]의 비디오 테이프를 출시하게 되지요. 이 대영판 [로보트 태권브이]는 풀버전에서 약 20분정도가 삭제된 60분 가량의 불완전체로서 여기에 사용된 필름은 최초 개봉판이 아닌 지방의 재편집 릴리즈 프린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이 마스터 필름은 춘천의 애니메이션센터에서 보관중입니다)

ⓒ 대영 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원래의 삭제량이 많은데다 필름의 보존상태도 좋지 않은 관계로 많은 삭제가 이루어졌다고 봐야겠지요. 이 프린트는 1985년 KBS를 통해 방영된 [로보트 태권브이]의 프린트와도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건 대영판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프닝이 오리지널과는 전혀 달리, 손글씨로 크래딧을 써놓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사용된 오프닝이 2007년판 리마스터링 버전에 사용되었지요.

ⓒ (주)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2007 리마스터링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프닝 크래딧 시퀀스. 오프닝이 빠진 채 발견된 원본으로 작업한 관계로 부득이 춘천 애니메이션 센터에 보관중이던 대영 비디오판의 마스터 소스를 복원했다. 이 오프닝이 수록된 필름은 서울 최초 개봉당시의 화면이 아닌 지방극장의 상영을 위해 별도로 편집된 판본인 듯 하다.


그리고 엔딩또한 오리지널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폭파된 메리의 기계심장을 발견하는 10여분간의 엔딩이 통째로 사라지고 카프박사의 최후와 동시에 급작스럽게 끝이 납니다. 이후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엔딩은 오프닝만큼이나 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1980년대 중반에 KBS 통해 실로 오랜만에 방영된 [로보트 태권브이]도 메리의 하트 장면이 통째로 날아간 버전이었지요.

ⓒ 대영 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대영 비디오판의 엔딩씬. 카프 박사의 최후와 함께 막을 내리는 이 급조된 엔딩은 오랫동안 메리의 기계심장을 기억하던 팬들에게 있어 늘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이후 [로보트 태권브이]는 서서히 유령처럼 사람들의 기억속을 방황하게 되는데 2001년 10월 딴지일보에서 [로보트 태권브이]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태권브이 극장판의 완전한 복원작업을 마쳤다'며 궁극의 완전판이 될것이라던 딴지일보의 호언장담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고도 남았지요. 그러나 막상 출시된 딴지판 태권브이는 기존 대영판 비디오버젼에 북미판 태권브이인 [볼타 더 인빈서블]의 짜깁기 판으로 판명됩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오프닝은 커녕, 엔딩마저 북미식으로 편집된 불완전 버전이었던 것이죠.

ⓒ 딴지일보. All rights reserved.


그러다가 불현듯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윈판 [로보트 태권브이] 입니다. 1000세트 한정판으로 발매된 이 버전은 대영판 비디오 버전 이후 최초로 필름을 사용해 만들어진 태권브이 미디어로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야심찬 복원 의욕과는 달리 입수한 필름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발매 취소와 연기를 오고가며 우여곡절끝에 시중에 선을 보이는데, 그 상태가 정말 눈뜨고는 봐줄 수 없을만큼 처참했습니다.

ⓒ 비트윈. All rights reserved.

비트윈판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프닝 크래딧. 이 장면은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오리지널 버전의 오프닝으로서 비롯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미디어 상품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장면이라 하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본 소스의 보관문제로 인해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그동안 사라져서 확인할 수 없었던 오리지널 오프닝의 일부가 이 DVD에 담겨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매니아들을 통해 회자되다가 딴지 복간판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던 북미판 [볼타 더 인빈서블]의 풀버전이 제공된다는 점이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볼타 더 인빈서블]의 보존상태가 국내판 보다 더 좋았다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이 [볼타 더 인빈서블]에 대해서도 몇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이 북미판에도 두 종류가 있어서 하나는 [로보트 태권브이] 1편의 시퀀스를 활용한 오프닝이 있는 버전과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의 시퀀스를 사용한 오프닝이 있는 버전으로 나누어진다는 겁니다. 물론 둘 다 오리지널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프닝과는 전혀 무관하며, 비트윈에 수록된 버전은 1편의 시퀀스가 담겨있는 오프닝이 들어간 버전입니다.

ⓒ 1985 Ted Berkic. All rights reserved.


하여튼 팬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했던 [로보트 태권브이]는 2007년 리마스터링 버전이 나오면서 사실상 복원사업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이, 이 복원판 [로보트 태권브이]는 오리지널 오프닝과 엔드 크래딧이 잘린 소스를 가지고 만든 터라, 그 자체만으로는 완전판이라고 보기에 5% 부족한 작품입니다. 이 이상 바랄 수 없다는 현실에 타협했을뿐이지 완벽한 복원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과거와 해외의 태권브이를 찾아 떠돌면서 나올만한 녀석들은 다 나왔나 싶었는데, 정말 얼마전 극적으로 '오리지널' 인트로와 엔딩이 담긴 [로보트 태권브이]의 소스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 두근두근함이란.... 정말이지...) 원래의 오프닝이 펼쳐지는 순간 잊었던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나더군요. 과연 오리지널 오프닝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에 손바닥이 등장합니다. (바로 훈이의 손이지요) 이윽고 손가락을 거머쥔 주먹은 화면을 향해 날아옵니다. 그리고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태권브이의 몽타주가 등장하면서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로고가 화면에 새겨집니다. 이후의 크래딧 영상은 비트윈판과 일치합니다. (비트윈판이 오리지널 릴리즈 프린트를 사용했다는 증거이지요) 짧지만 강렬한 이 장면은 정말 수십년간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입니다. 태권브이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에 이 오프닝이 사용되지 못한건 정말 가슴아픈 일이네요.

ⓒ (주)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참고로 비트윈판과 이번에 입수한 판본의 비교샷입니다. 확실히 릴리즈 프린트쪽이 색감은 훌륭하지만 스크레치가 너무 많습니다. 반면 새로 입수한 판본은 푸른색 계조가 너무 강한데, 추후 개인적으로 버철덥 등을 이용해 후보정 작업을 조금 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뭐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는게 문제지만.)

ⓒ (주)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엔딩도 오리지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허무한 엔딩의 대영판,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의 엔딩을 짜깁기한 [볼타]판, 별개의 시퀀스를 편집해 넣은 비트윈판, 그리고 새롭게 현대식 엔딩 스크롤을 삽입한 리마스터링판 등 어느 것 하나 오리지널 엔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아주 사소한 것이기는하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 속에서는 귀중하고도 정겨운 장면인 것이지요.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 (주)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이상으로 40여년간 사라졌던 [로보트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오프닝과 엔딩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보존이 안된 국내 문화자산의 현실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게 만듭니다. 정말 이놈의 태권브이 수집탐사는 평생에 걸려도 다 못마칠 것 같습니다만, 아무쪼록 오리지널 3부작 태권브이 박스셋의 발매를 다시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P.S: 영상공유에 대한 문의는 정중히 사절합니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고, 추억은 어디까지나 추억으로 남겨뒀을때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조만간 또 한건의 중요한 포스팅이 올라갈 것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와 관련된 모든 권리는 (주)로보트 태권브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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