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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3 - 총체적 난관, 소년들의 판타지는 깨졌다

페니웨이™ 2011. 6. 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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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1편이 공개되었을때만해도 이 시리즈는 참으로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소년시절 꿈꿔왔던 로망이 현실로 와닿는 순간, 관객들은 CG 테크놀러지의 비약적 발전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거 다 필요없고 오직 로봇의 액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넘어선 1편의 스토리 구조는 제법 기대를 뛰어넘는 구성력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트랜스포머]는 [더 록]에 이은 마이클 베이식 액션오락물의 신기원이었다.

그렇기에 팬들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 건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가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며 비틀거린 프로젝트는 '1편을 능가할 것'이라는 마이클 베이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큰 실망감을 남겼다. 더 크고, 더 화려해진 비주얼의 현란함 속에서도 관객들은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신비감은 사라졌으며, 스토리는 부실해졌다.

감독이 이러한 단점을 몰랐을리는 없다. 현명한 감독이라면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해야 할 터, 그렇다면 어느덧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할 [트랜스포머 3]는 어떤 영화일까? 미안한 얘기지만 결론부터 말해 [트랜스포머 3]는 '지루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는 내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으니까. 액션의 분량이 적다거나 특수효과가 형편없다는건 아니다. 물량과 스피드로 승부하는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루하다. 이것이 과연 긴장감의 과잉때문에 R등급까지 받았던 시리즈의 후속작이란 말인가.

ⓒ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트랜스포머 3]는 현대 세계사의 중요한 두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음모론이 등장한다. 그 하나는 미국의 아폴로 달착륙이고 또 하나는 체르노빌 사태다. 두 사건 모두 사이버트론의 대전쟁에서 탈출한 우주선이 달에 불시착한 사건과 연계된다. 황당한건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2편의 외계문명 기원설보다는 설득력이 있다. 초반 20여분의 시도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모종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그 이후다. 사회적 루저가 된 샘 윗위키와 소년의 잠재력을 해방시킨 히로인 미카엘라를 졸지에 '싸가지 없는 년'으로 전락시킨 새 여자친구 칼리가 등장하는 순간 영화는 대책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비중이 인간인 샘과 오토봇 군단에게 양분되어 있어서 균형을 잡지 못한 플롯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다. 완성본이 아니라 러프컷을 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서없이 편집된 이 작품은 전작에서 지적된 단점들을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답습한다.

이야기와 액션이 연결되지 않다보니 로봇들마저도 단점으로 다가온다. 스토리에 융화되지 못한 각각의 액션 시퀀스는 무늬만 화려할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적어도 [트랜스포머] 2편에서 옵티머스와 디셉티콘의 숲속 3:1 대결씬은 감정이입이라도 확실하지 않았나. (로봇이 배우로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으니까) [트랜스포머]는 모름지기 로봇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1편에서의 캐릭터 구성은 꽤나 영리했지만 시리즈가 반복될 수록 이같은 캐릭터의 매력은 그저 '변신로봇'이라는 하나의 명제아래 물에 물탄듯 흡수되어 버렸다. 이러니 갈수록 로봇들의 피아식별이 어려워질 수 밖에.

ⓒ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더 큰 문제는 감독과 주연배우들 그 누구도 [트랜스포머 3]의 총체적 난관을 극복할 의지가 없어보인다는 거다. 1편부터 등장했던 주요 배우들은 이젠 이 시리즈가 지겨워진듯 무성의한 연기로 일관하고 있으며, 새로 투입된 존 말코비치나 프랜시스 맥도먼드 같은 명배우들의 존재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유머를 빼고 암울한 분위기로 가겠다던 마이클 베이는 애초에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단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영화의 흥행에 비관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차피 볼 사람은 볼거고, 호평을 날릴 사람은 분명히 있다.(딱히 호평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트랜스포머]는 이쯤해서 정리해야 할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5년여를 오로지 [트랜스포머]에만 매달린 마이클 베이 감독도 어서 그의 재능을 더 고갈시키기 전에 다른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소년들의 판타지는 깨졌다.

 

P.S:

1.오토봇 진영의 중요한 캐릭터가 죽지만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다. 역시나 본 작품의 가장 큰 맹점은 감정이입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닐까.

2.샘의 부모님은 도대체 뭐할려고 나왔나. 다 큰 자식 앉혀놓고 성교육이나 하려고?

3.진상 트윈즈는 나오지 않지만 이들을 대신할 다른 두 녀석이 나온다 -_- 근데 이 녀석들의 막판 활약이 어마어마 하거든~ 눈물이 나 아주 그냥.

4.안습의 메가트론. 노숙자 차림으로 동물의 왕국을 찍더니만, 1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비중 축소에....하여간 가장 안습이었던 캐릭터.

5.입체영화는 아무나 만드나. 간만에 보고나서 진짜 '두통'에 시달렸던 영화. 그러게 오브젝트가 이렇게 많은 영화에 3D는 무리라니깐. 겨우 쇳조각 몇개 튀어나가는거 보려고 거금을 투자하란건가.

6.메건 폭스의 존재 이유를 3편을 보고 느꼈다. 샤이아 라보프의 상대역으로 딱 맞는 신장과 몸매. 베이는 이걸 알아봤던 거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에게 뛰어가는 라보프는 마치 엄마에게 안기려는 아이같아 보인다.

7.이제 유니크론은 영영 볼 수 없는것인가? ㅜㅜ

8.[스타트렉]에 대한 오마주가 두어차례 나온다. 게다가 센티널 프라임의 성우는 '스팍' 레너드 니모이다.


본 리뷰는 2011.7.1. Daum View의 인기이슈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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