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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전편에 비해 줄어든 신비감과 늘어난 액션 사이의 딜레마

페니웨이™ 2009. 6. 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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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러니까 2008년 이맘때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를 접했다. 국내 개봉일이 북미지역에 비해 한참 늦게 잡혀있던 터라 그나마 가장 빨리 진행된 시사회 참석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웹상에는 이미 [다크 나이트]에 대한 평론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후였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거의 '찬양'에 가까운 [다크 나이트]의 완성도를 익히 들어온 상태로 관람에 임했을 때 솔직히 나는 기대만큼의 영화는 아닐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대부분의 영화는 기대치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달랐다. 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높아진 기대에도 불구하고 [다크 나이트]는 그 이상을 뛰어넘는 영화였다. 명작이란 그런 것이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리뷰를 하면서 왠 뜬금없이 [다크 나이트] 얘기냐고 묻겠지만 관객들의 기대치와 그 기대에 부합하는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다크 나이트]를 빼놓을 수는 없다. 물론 여기에 필자 개인의 경험 하나를 더하자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전작인 [트랜스포머] 또한 그러한 기대치를 뛰어넘은 걸작 오락물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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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 2007년작 [트랜스포머]는 거대로봇을 실사로 옮긴 작품중 헐리우드 최고의 일류 스탭과 대형자본이 투입된 유일무이한 영화로서 제작단계에서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영화였다. 경악할 만한 완성도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나는 경이로운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장면이 영화의 전부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이 때도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트랜스포머]는 결코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 2)에 대한 눈높이는 한없이 높아만 갔다.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불문율의 규칙은 2000년대 들어와서 너무나도 자주 깨졌다. 특히나 CG기술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트랜스포머]라면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속편에 쓰일 진보된 기술력이 영화의 완성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트랜스포머 2]가 전편보다 못한 속편이 될거라는 예상보다는 그 이상의 작품이 될거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어차피 [트랜스포머]는 스토리에 감동되서 보는 영화가 아니니까. 이러니 저러니 말은 해도 핵심은 거대 로봇들의 변신과 난투극이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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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론부터 말해 [트랜스포머 2]는 본연의 임무에 매우 충실한 영화다.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의 변신장면은 보다 정교해졌고, 이런 기술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이클 베이 감독은 1편보다도 훨씬 많은 클로즈업 화면과 슬로우 모션을 로봇들의 동선에 할애했다.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다. 같은 2억달러를 투자한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 비하면 투자대비 효용면에서 [트랜스포머 2]가 보여주는 화면은 가히 두배 이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주얼적인 측면에 한해서다).

클라이막스의 40여분간을 할애해, 그것도 한 장소에서 진행시키는 사막에서의 교전씬은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액션의 물량 공세는 이전 마이클 베이의 작품들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발과 나가떨어지는 로봇들의 비명, 무엇보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베스테이터의 합체장면까지. 말 그대로 시각효과의 종합선물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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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이상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이 더 클 확률이 높다. 스케일은 더 커졌고 플롯도 장황해졌으며 더많은 로봇(이 작품에선 무려 40대의 트랜스포머가 등장한다)과 변신장면이 등장하는데도 어딘지 산만하고 부산스럽다. 분명 화끈한 액션이 펼쳐지는데도 전편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 건 이 영화의 신선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토리와 아이디어마저 일보후퇴했다. 1편이 거의 전 연령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유치함 속에서도 캐릭터의 등장과 설명에 충실했고 나름대로의 개연성이 부여된 스토리와 무엇보다 환상적인 볼거리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었기에 성인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고고학 탐험부터 [스타워즈]의 시스족 사제관계에 대한 설정, [킹콩]에서 보여준 1:3의 혈전, 그리고 스필버그가 즐겨 사용하는 외계인과 인류문명의 기원이라는 소재까지, 가뜩이나 정체된 스토리 라인에 다른 영화들에서 봐왔던 기시감을 여기저기서 느낀다면 얘기가 다르다. 여전히 유치한 스토리이지만 [트랜스포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1편에 비해 부족하다는 건 다분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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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토리의 색깔이 전편과는 달라야 한다는 걸 감독 자신도 의식한 듯 제작단계에서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 2]를 1편보다 다크한 분위기로 연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물론 약간은 진지하고 보다 심각해졌다. 그렇다고 [트랜스포머 2]가 [터미네이터] 수준으로까지 어두워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감독은 마이클 베이다. 그가 다크하다고는 했지만 다크한 수준이 이 정도구나 하고 느끼면 된다. 전체적으로는 이야기의 패턴이 1편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전편의 썰렁한 유머도 제법 자주 반복된다.

섹슈얼 코드의 수위도 전편에 비해 상당히 노골적인 편이다. 마이클 베이가 은근 므흣한 장면을 영화속에 반영하길 좋아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트랜스포머]라는 작품의 기원과 성격상 적정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눈요기만을 위한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만큼은 말이다. 물론 이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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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단점을 열거한 것은 필시 필자의 리뷰를 보고 극장으로 향할지도 모르는 관객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배려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결국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긴 글을 장황하게 남기게 되었는데, [트랜스포머 2]를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만 명심한다면 [트랜스포머 2]는 전형적인 마이클 베이식 영화에 걸맞은 재미를 보증하리라 본다.

단순한 진행에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테크닉, 그리고 몇몇 간지나는 광각 파노라마샷의 화면빨. 정신없이 터지고 약간은 더 과격해진 액션씬, 여전히 겉도는 남녀간의 애정문제 등 모든게 변함없는 마이클 베이의 작품이다. [트랜스포머 2]는 마이클 베이가 그간 보여주었던 상업영화의 모든 특장점들이 총 집결된 컴플리트 에디션과도 같다.

결국 [트랜스포머 2]를 감상한 직후의 느낌은 [나쁜 녀석들 2]를 보고났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거다. 마이클 베이는 여전히 관객들이 원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재빠르게 간파할만큼 감각적인 부면이 탁월하며 액션을 그야말로 멋드러지게 뽑아낼 줄 아는 타고난 흥행감독이다. 그러나 속편연출에 있어서 내제된 재능 이상을 발휘할만큼의 명감독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고뇌하는 로봇들의 감정이입은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전이지만 아트 블록버스터로 포장할만큼의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 분명 [트랜스포머]는 그 신비감을 잃었다.


P.S:

1.다른건 둘째치고 워낙 막강한 옵티머스 프라임의 카리스마에 밀린 메가트론이 1편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는건 여러모로 아쉽다.

2.왠지 오버스런 설정의 제트 파이어지만 이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눈여겨 봐둘 것.

3.이번에도 어김없이 번역은 모든 영화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홍주희'氏 이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같은 주옥같은 번역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reamWorks Pictures L.L.C./ Paramount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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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9년 6월 26일자 Daum의 메인페이지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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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nyway.net2009-06-26T00:45:26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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