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농구를 배우기 시작한 건 1994년. 필자가 대학생일 무렵,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농구대잔치의 연세대학교 돌풍이 불면서 (이 당시 연대 멤버는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스타급 플레이어 였다)등 국내에 바스켓 신드롬이 확산될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에게 농구는 그저 '거친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연히 친구녀석 집에서 시간때우느라 집어든 한권의 만화책. '그것' 때문에 나의 주 운동종목이 바뀌게 될 줄이야.....
ⓒ Takehiko Inoue/ Shueisha-Toei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국내의 바스켓 신드롬에 불을 지핀 이 만화가 바로 그 전설적인 [슬램덩크]다. 농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만화가 여성팬들에게도 확산되어 어떤 여성은 극중의 서태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2세의 이름을 '태웅'이라 짓기위해 일부러 '서'씨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연재가 시작된 후 10여년이 넘도록 식을 줄 모르는 [슬램덩크]의 열기는 한때 한국전역을 휩쓸었던 [드래곤볼]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화적 트랜드를 형성했다. 포복절도할 코미디로 사람을 미친 듯이 웃게 만들다가도 진지할땐 한없이 진지해 마치 독자들이 코트의 한복판에서 플레이어로 뛰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이 놀라운 만화는 '농구만화는 상품성이 없다'는 만화계의 선입관을 깨고 스포츠 만화로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Takehiko Inoue/ Shueisha. All rights reserved.
특히 주인공 강백호와 서태웅을 비롯한 북산의 베스트멤버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선수들까지 모두가 주인공처럼 생생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아직도 필자가 자주가는 D모 사이트의 게시판에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글을 올리면 엄청난 댓글이 붙을 정도로 [슬램덩크]가 가진 캐릭터의 생명력이란 경이, 그 자체다.
ⓒ Takehiko Inoue/ Shueisha. All rights reserved.
슛동작 하나하나, 그리고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이미 명장면, 명대사의 차원을 넘어선 [슬램덩크]는 무수한 애독자를 양산해 내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지만 오히려 '동적(動的)'움직임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정지된 그림에 불과한 만화의 역동성을 넘어서지 못한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슬램덩크]가 책장을 통해 뿜어내는 에너지는 대단하다. '왼손은 거들뿐', '난 천재니까!'와 같은 주옥같은 대사들은 이미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려 숨쉬고 있다.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슬램덩크]의 연재기간중 향상된 작화솜씨를 후속작 [버저비터],[베가본드]를 통해 맘껏 발휘하고 있으며 현재 [베가본드]와 [리얼]을 동시 연재중이다. 한 장 한 장이 마치 화가의 화폭을 보는 듯한 생생한 스케치가 독자들을 압도할 터인데 이 작가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연재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 정도? 무려 7년의 연재끝에 완결된 [슬램덩크]조차 이제 절반밖에 안왔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말이다. [슬램덩크 2]를 볼 날 이 내 평생에 오기를 바라며....
P.S: 필자에게 어떤 캐릭터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정대만'이다. 그는 농구에 대한 불타는 애정을 보여준 말 그대로 '불꽃남자'니까. (필자의 포지션도 SG ㅡㅡ;;;)
* [슬램덩크]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akehiko Inoue/ Shueisha-Toei Anima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슬램덩크]의 국내 판권은 ⓒ 대원씨아이(주)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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