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만화는 사실 그림으로 보는 만화가 아니다. 작가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만화가 치고는 그림을 그다지 잘 그리는 편이 못된다. 이 때문에 그는 친구나 지인들을 불러다가 모델을 서게 만든 뒤 디카로 찍은 실사를 토대로 그림을 완성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뛰어난 작화를 선보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만화가로 유명해진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강풀의 만화는 마음으로 보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주로 [일쌍다반사]같은 단편만화에 치중해 토사물이나 화장실을 이용한 개그를 선보여 '엽기 만화가'의 이미지가 강했던 강풀이 본격적인 장편에 도전한 작품이 바로 [순정만화]다.
하하, 제목부터 촌스럽게 [순정만화]란다. 필자도 첨엔 별생각없이 접한 만화다. 그런데, 바로 그 첫 연재분에 필자는 일종의 쇼크를 받았다. 순진하다 못해 약간은 얼빵한 회사원과 평범하게 보이지만 당찬 여고생의 만남. 그리고 연재가 거듭될수록 인연의 고리를 만들어 가면서 4명의 남녀가 겪는 연상연하의 연애담은 요즘같이 3각 4각으로 얽히고 섥혀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연애불륜극이 아니라, 지극히 순수한 '연애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재벌들이 나와 대한민국 여자들 눈높이만 키워놓은 연애물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인 일탈을 미화하는 통속극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 강풀닷컴/ 문학세계사/ 미디어 다음 All rights reserved.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표현, 독백과 나레이션으로 드러나는 섬세한 티테일은 이것이 만화가 아니라 한편의 수필을 읽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꼼꼼하다. [순정만화]는 작가의 후기에서도 드러나듯 사랑을 통한 치유를 그 중심테마로 삼고 있다. 나이 서른이 되도록 노총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연우의 고독. 엄마의 재혼으로 새 가족과 융화되지 못하는 여고생 수영. 연인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로 실의에 빠진 하경과 그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또한명의 고교생 숙. 모두가 아픔을 마음에 묻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며 그 아픔은 사랑이란 묘약을 통해 서서히 치유된다.
ⓒ 강풀닷컴 All rights reserved.
ⓒ 강풀닷컴/ 문학세계사/ 미디어 다음 All rights reserved.
강풀은 이 작품을 통해 스토리 작가로 당당히 인정받았으며, 곧이어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 -아파트],[순정만화 시즌2 -바보],[미스테리 심리 썰렁물 시즌2 -타이밍],[26년] 등으로 극찬을 받았고, 현재 [순정만화 시즌3 -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인기리에 연재중이다. 그중 이미 [아파트]는 (비록 대박 망하긴 했어도) 이미 영화화되었으며, 나머지 작품들도 영화화가 진행중이거나 또는 계획중이다. 참고로 [순정만화]와 [바보]는 연극무대에서 먼저 공연된 바 있다.
아직도 강풀의 만화를 접하지 못한분들은 이번기회에 [순정만화]부터 접해보길 권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순정만화가' 강풀의 뛰어난 솜씨에 정말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순정만화]를 선물로 주고픈 연인을 만나게 될날이 올지도..
P.S: 만화 섹션의 첫 작품으로 강풀님의 만화를 선택한것은 범람하는 일본 만화의 홍수속에서 꿋꿋히 한국만화의 우수함을 증명하고 있는 작가의 노고를 알리고자 함입니다. 앞으로도 국산 만화 많이 봐줍시다~
* 참고: 강풀 사진 From 순정만화 영화판(ⓒ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 [순정만화 시즌1]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강풀닷컴/ 문학세계사/ 미디어 다음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정식 발매본을 애용하거나 해당 웹사이트에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본 리뷰에 사용된 일러스트는 윤태호 작가님의 동의를 구해 사용한 것입니다.
'도서, 만화 > ㅅ,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어디 가? - 장애아의 아버지는 슬프지만 즐겁다 (6) | 2009.06.03 |
---|---|
이끼 - 한국형 스릴러 만화의 방향성을 제시한 걸작 (55) | 2009.02.04 |
이니셜 D - 당신의 질주본능을 일깨워줄 레이싱 드라마 (33) | 2008.07.14 |
엔젤전설 - 악마의 모습을 한 천사의 학원 코믹물 (57) | 2008.01.04 |
슬램덩크 - 농구의 저변을 확대한 걸작만화 (16) | 2007.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