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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핵심 부문을 모조리 챙기며 가장 짭짤한 성과를 거둔 작품인 [킹스 스피치]에게 별다른 이의는 없다. 사실 그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허트 로커], [디파티드] 같은 다분히 상업성과 작품성이 공존하는 작품들을 선택해 왔다. 이는 보수적 성향으로 이름난 아카데미의 전통에 비추어 볼 때 확실히 개혁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83회 아카데미의 유력 작품은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였다고 할 수 있겠다.

[킹스 스피치]는 확실히 예전의 보수적 취향으로 회귀한 정통 아카데미용 영화다. 전 유럽에 전운이 드리운 1930년대 말, 영국 왕실의 급작스런 왕위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담은 이 작품은 말더듬이로 유명한 조지 6세를 중심으로 그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왕으로서 자리잡게 된 계기를 조명해 나간다. 얼핏 영화의 시놉시스만 보자면 불굴의 의지로 핸디캡을 극복한 한 남자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만약 이러한 테마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아마도 아카데미는 [127 시간]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으리라.

ⓒ Bedlam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왕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니 나름대로의 이야기 소재는 충분한 편이다. 왕실의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 버티(조지 6세의 애칭)의 트라우마를 부각할 수도 있었을테고,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왕관을 포기한 버티의 형 에드워드 8세의 고뇌에 시선을 돌릴 수도 있었을 것이며, 또는 독일과의 선전포고를 둘러싼 영국 정계와 왕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왕위에 오른 한 남자와 그를 가르치게 된 한 평민의 우정에 비중을 싣는다.

오히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보편적인 것으로서 익숙함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데 감독인 톰 후퍼는 여기에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내공 충만한 연기자들의 훌륭한 메소드 연기로 영화를 가득 채우는 전략을 취했다. 결과는 대성공. 주연인 콜린 퍼스는 물론이고, 헬레나 본햄 카터나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 [워리어스 웨이] 같은 망작들에서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블록버스터에 이르기 까지 작품 선택의 스펙트럼이 현란한 제프리 러쉬 등 영화제용 연기력을 갖춘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는 보다 새로우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 Bedlam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이쯤되면 관객들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며 오랜만에 접하는 품위있고, 건전하고, 감동적인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선한 가치관을 두루 갖춘 영화에 몰표를 던지는 건 오랜 아카데미의 전통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가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어 진다'는 국내 홍보사의 싸구려 카피처럼 영화가 코미디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하고도 위트있는 유머와 비장함이 공존하는 [킹스 스피치]는 분명 드라마라는 기성 장르의 본위에 충실한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핀처를 밀치고 감독상까지 가져간 톰 후퍼의 수상에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그가 상을 받은 것에는 이같은 평범한 작품을 명품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영리한 전략이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과 함께 울려 퍼지는 하이라이트의 연설 장면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오래토록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명장면이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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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자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아카데미 수상작에 그리관심은 없는 편이어서 수상작이라고 보진 않지만
    킹스스피치는 관심이 가더구요.^^;

    2011.03.18 09:2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주 좋은(여러 의미에서) 영화입니다. 사실 기본기에 충실한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기교적인 측면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론 불만입니다.

      2011.03.18 09:34 신고
  2. 도플파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즐겁게 봤습니다...ㅎㅎ 아마도.. 저와 조금은 비슷한 경우... 라 그런가.. 재미있게 본.. 영화..

    2011.03.18 09:40
  3. 만두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리어스 웨이]같은 '망작'..ㅎㅎ 저또한 영화감상 내내 자리를 뜨고 싶은 충동을 제프리 러쉬를 보겠단 일념으로 억누르고 있었더랬죠. 하여튼 이건 꼭 봐야 겠습니다.^^

    2011.03.18 09:5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프리 러쉬를 보면 참.. 명배우라도 작품 선택의 안목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케 합니다. 가끔보면 이런 배우들이 있어요. 전혀 의외의 작품에 불쑥불쑥 나오는...

      2011.03.18 10:13 신고
  4. 단호한결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킹스스피치 꼭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와이프가 콜린퍼스에 푹 빠져있기도 하구요

    2011.03.18 10:53
  5. 미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콜린 퍼스를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국 박스오피스에 등장할 때부터 묘하게 관심이 가던 영화였습니다. 엄청난 CG의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종종 이런 영화로 익스트림한 감성을 정화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번주말에 노려봐야겠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2011.03.18 12:43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1.03.20 01:0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담요님과 다음 담당자님께는 정말 죄송해요. ㅜㅜ 그렇게 일정이 바뀔줄은 몰랐거든요. (더 안타까운건 강의일 이틀전에 예정대로 목요일 오후 스케줄이 비었다는 얘길 들었어요. 아 짜증나) 다음에 기회가 있음 꼭 협조하겠습니다. ㅜㅜ

      2011.03.20 15:26 신고
  7.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담인데요... 우리나라 근대사(일제 강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의 영국 역사이지만, 의외로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져있지도 않고, 관심도 받지 않는 시절의 얘기라서 흥행은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덧. 헬레나 본햄 카너 → 카터.

    2011.03.20 02:1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치적인 영화는 아니니 큰 무리는 없을거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주까지 [블랙스완]이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에 대해 내심 놀라는 중이에요. 헐..국내에서 이런 영화가 1위를 할 수 있다니..

      2011.03.20 15:27 신고
  8. 77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콜린퍼스님의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수상자답게 정말 뛰어나더군요,
    오랜만에 걸작을 봤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5위 정도의 성적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2위로 자리잡았더군요.
    아카데미 수상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흥행에 실패한다는 공식이 점점 깨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이터는 불법다운의 여파로 낮은 성적을 기록중이라는 군요... 안타까웠습니다...)

    2011.03.22 21:5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파이터]나 [블랙스완], [킹스스피치] 모두 암흑세계로 풀렸더랬습니다. 유독 [파이터]가 깨진것에 대해서는 저로서도 의문입니다. [블랙스완]이 1위를 차지한것 만큼이나요.

      2011.03.23 09: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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