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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품위를 느끼다

페니웨이™ 2011. 3. 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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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핵심 부문을 모조리 챙기며 가장 짭짤한 성과를 거둔 작품인 [킹스 스피치]에게 별다른 이의는 없다. 사실 그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허트 로커], [디파티드] 같은 다분히 상업성과 작품성이 공존하는 작품들을 선택해 왔다. 이는 보수적 성향으로 이름난 아카데미의 전통에 비추어 볼 때 확실히 개혁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83회 아카데미의 유력 작품은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였다고 할 수 있겠다.

[킹스 스피치]는 확실히 예전의 보수적 취향으로 회귀한 정통 아카데미용 영화다. 전 유럽에 전운이 드리운 1930년대 말, 영국 왕실의 급작스런 왕위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담은 이 작품은 말더듬이로 유명한 조지 6세를 중심으로 그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왕으로서 자리잡게 된 계기를 조명해 나간다. 얼핏 영화의 시놉시스만 보자면 불굴의 의지로 핸디캡을 극복한 한 남자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만약 이러한 테마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아마도 아카데미는 [127 시간]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으리라.

ⓒ Bedlam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왕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니 나름대로의 이야기 소재는 충분한 편이다. 왕실의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 버티(조지 6세의 애칭)의 트라우마를 부각할 수도 있었을테고,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왕관을 포기한 버티의 형 에드워드 8세의 고뇌에 시선을 돌릴 수도 있었을 것이며, 또는 독일과의 선전포고를 둘러싼 영국 정계와 왕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왕위에 오른 한 남자와 그를 가르치게 된 한 평민의 우정에 비중을 싣는다.

오히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보편적인 것으로서 익숙함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데 감독인 톰 후퍼는 여기에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내공 충만한 연기자들의 훌륭한 메소드 연기로 영화를 가득 채우는 전략을 취했다. 결과는 대성공. 주연인 콜린 퍼스는 물론이고, 헬레나 본햄 카터나 [메멘토]의 가이 피어스, [워리어스 웨이] 같은 망작들에서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블록버스터에 이르기 까지 작품 선택의 스펙트럼이 현란한 제프리 러쉬 등 영화제용 연기력을 갖춘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는 보다 새로우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 Bedlam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이쯤되면 관객들은 뻔한 이야기이지만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며 오랜만에 접하는 품위있고, 건전하고, 감동적인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선한 가치관을 두루 갖춘 영화에 몰표를 던지는 건 오랜 아카데미의 전통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가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어 진다'는 국내 홍보사의 싸구려 카피처럼 영화가 코미디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하고도 위트있는 유머와 비장함이 공존하는 [킹스 스피치]는 분명 드라마라는 기성 장르의 본위에 충실한 수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핀처를 밀치고 감독상까지 가져간 톰 후퍼의 수상에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그가 상을 받은 것에는 이같은 평범한 작품을 명품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영리한 전략이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과 함께 울려 퍼지는 하이라이트의 연설 장면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오래토록 잔잔한 감동을 남기는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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