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내에는 호소다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1972년 [타임 트레블러]라는 제목의 TV 드라마로 방영된 이래, 1983년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극장판 영화를 비롯, 이후 다양한 미디어 믹스의 각색을 통해 인기있는 성장극으로 자리잡아갔다. 흥미로운건 원작에서 다루는 소녀의 시간여행이라는 주요 설정을 제외하면 각각의 작품들 사이에 상당한 스토리의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0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이 점에 있어 예외라고 볼 수 없는데, 이번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요시야마 아카리로서 원작의 주인공이자, 지난 2006년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주인공의 이모로 등장했던 요시야마 카즈코의 딸이다. (조금 복잡한가?) 카즈코는 과거에 이루지 못한 어떤 일을 완수하고자 타임리프를 가능케 하는 신약개발에 성공하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그만 그 꿈을 놓칠 위기에 처한다. 엄마를 대신해 자신이 대신 그 일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아카리는 실수로 타임리프해야 할 시점보다 2년 후인 1974년의 과거로 오게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영화지망생 료타의 도움을 받아 얼떨결에 그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아카리는 엄마가 건네 준 사진 속의 남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남자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고, 심지어 과거의 엄마조차 그 남자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부탁받은 일을 수행하는 아카리와 그녀를 돕는 료타 사이에는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건드려서는 안되는 과거의 시간과 사건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며 아카리는 가슴아픈 성장통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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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기존의 선배격인 작품들과 유사한 골조를 유지하기위해 타임슬립이라는 SF적인 비중을 줄이고, 소녀의 성장극과 하이틴 무비의 특징을 부각시키는데 무게를 실었다. 특히 1970년대의 풍경을 묘사하는 흥미로운 설정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며, 곳곳에 숨겨놓은 미스테리한 설정과 반전을 위한 복선들이 비교적 잘 활용되는 편이다.
그러나 역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애니메이션판이 바로 전작에 위치한 탓인지, 몰입도나 마무리에 있어서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특히 타임리프라는 설정을 이용해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 시켰던 전작과 비교한다면 다소 빈약한 클라이막스가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소녀적 감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헐리우드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신파조가 강한 멜로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지루해 할 가능성이 크다.
애니메이션판의 성우를 맡았던 나카 리이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전작과의 연계가 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의미는 찾아보기 힘들고, 딱히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촌티가 좔좔 흐르는 료타 역의 나카오 야키요시가 30여년전 과거 속 인물로는 적격인 캐릭터를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다. 2010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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