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 강풀 원작의 영화들

페니웨이™ 2011. 2.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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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웹툰은 늘 새롭다. 순정만화 시리즈와 미스테리 심리썰렁물 시리즈를 비롯, [26년]과 같은 정치성 짙은 스릴러물에서도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다. 한편의 잘만든 영화를 보듯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기승전결의 연결이 매끄러운 그의 작품은 늘 화제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강풀의 원작 웹툰은 영화소재로서도 인기가 높다. 현 시점에서 동시대 웹툰 작가로서는 가장 많은 영화화를 이루었고, 제작중인 [통증]은 웹툰이 아니라 영화로 먼저 선을 보인다. 이번 주에는 순정만화 시즌 3을 스크린에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개봉에 맞춰 강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가장 먼저 영화화 된 강풀 웹툰. 미스테리 심리썰렁물 시즌 1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매일 밤 9시 56분이면 동 전체에 불이 꺼지는 아파트에 의문을 품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테리 호러물이지만 영화로 옮겨지면서 주인공이 여자로 교체되었다. 한국 공포 장르물의 독보적인 존재인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고소영이 주연을 맡았지만 지나친 각색으로 인해 뛰어난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패를 겪었다. 이로서 강풀 원작의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영화적인 각색을 필요로 하는 지에 대한 딜레마가 생기게 되었다.




강풀 원작의 두번째 영화. 이번에는 순정만화 시즌 2인 '바보'를 [동감]으로 한국적 멜로물의 쾌거를 이루었던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상으로 옮겼다. [아파트]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원작과의 괴리감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았으며 따라서 캐릭터 싱크로만 놓고 볼때는 원작의 90% 이상을 재현했을 정도로 우수한 캐스팅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승룡의 친구인 상수 역의 박희순은 원작자 강풀 스스로가 적역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기가막힌 싱크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원작과 거의 유사한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묘사로 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정서보다는 이야기의 순서에 더 집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패작으로 남게 되었다.




작가인 강풀의 저력을 세상에 알렸다해도 과언이 아닌 순정만화 시즌 1을 마침내 영화로 만든 작품. 작가에게 각별한 의미가 담긴 원작인데다, 이미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강풀 원작 영화의 세번째 시도이니만큼 총 8명의 각본가가 투입되는 등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멜로물 치고는 워낙 복잡한 플롯과 인물들간의 인과관계를 보여준 원작의 특성상 불가피한 각색이 이루어졌는데, 원래 배경인 겨울이 여름으로 바뀌었고, 메인 캐릭터는 6명에서 4명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주인공인 이연희를 비롯, 유지태, 채정안 등의 캐릭터 싱크로는 꽤나 훌륭한 편이지만 연기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데다 강인, 수영 등 가수출신의 비전문 배우를 중요한 배역에 배치한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작의 달콤하면서도 아련한 극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결국 흥행과 비평에서도 어정쩡한 평가를 받고 말았다.




순정만화 시즌 3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기존의 강풀 웹툰과는 달리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무척 이색적이다. 이전 세 편의 영화가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인지 이 작품에 대한 우려도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역대 강풀 원작의 영화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는 주연을 맡은 배테랑 배우 4인방의 노련한 연기와 원작에서 가져올 것과 버릴 것을 영리하게 분별해 낸 연출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신파와 유머가 고루 섞여있고, 청장년에서 노년까지 고루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의 테마도 잘 살려내어 이제야 강풀 원작의 영화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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